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눈 안 보였던 개 후기

패랭이꽃 조회수 : 1,859
작성일 : 2012-10-15 11:41:41
갑자기 눈이 안보여서 지난 금요일 글을 올렸었는데 후기 원하시는 분 댓글이 많아서 올려요.

평소에 우리 개는 건강해, 아프지도 않고 속도 안썩여 자랑했더니만
꼭 자랑하는 일이 생기면 그 일에 동티가 나더군요. 이젠 자랑도 무서워서 못할 지경입니다.

열흘 전부터 개가 좀 이상했어요. 일단은 내가 집에 왔는데도 평소처럼
날아오르며 들고 온 가방과 봉지를 샅샅이 뒤지던 녀석이 절 잘 못알아보고 식탁에 이리 저리
부딪치는 거예요. 이상타 싶었지만 동시에 설사를 하고 혈변, 구토를 하기에 눈이 아니라
위장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그쪽으로 치료를 했답니다.
또 당시 집에서 갈비를 먹었기 때문에 보채는 개에게 뼈를 줬기에
뼈가 위에 걸렸나 싶어 초음파도 찍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계속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지난 목요일 유난히 앞발로
눈을 긁더라고요.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데 그 애 양쪽 눈동자가 새빨갛게 되어 있더군요.
놀래서 병원에 데려가 안약을 넣고 다시 항생제 주사를 맞으면서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낫기는 커녕 코에서 피고름이 섞인 콧물이 나와서 24시간 응급병원에 밤 11시
넘어서 달려갔습니다. 만약 녹내장이어서 시력을 잃어 버리면 어떡하나 눈물이 나오더군요.
그리하여 두근 두근 검사를 했는데 모두 완벽했고 홍역도 녹내장이나 백내장도 아니라고 나왔어요.
길에서 뭔가를 주어 먹어서 생긴 바이러스성 결막염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약 투여 후 나흘째인 오늘 핏발선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잘 보는 거 같아요.

처음 울집 개가 앞발로 유난히 눈을 비비던 날
잘 보지를 못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도 전처럼 훨훨 날라다니지 못하고
조심조심 걷는 모습,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보면서 오는게 아니라 조심조심
냄새와 소리를 들으며 다가오는 것을 보았을 때, 다시 얘가 못보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가슴이 찢어졌어요. 물론 얘가 장애견이 된다고 해도 끝까지 뒷바라지하고 돌볼 각오도
되어 있었지만 전처럼 날아다니며 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더군요.
더불어 혹시 길거리개들이 이렇게 병들면 어떻게 생존하나 싶은게...더욱 가슴이 미어지고.
그리고 댓글 보니 시각장애견을 키우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시더라고요.
대부분이 개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많으셨어요.

이번 사건을 통해 느낀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인종도 국적도 빈부도 학벌도 없다는 거였어요.
남편과 함께 24시간 동물병원에 자정쯤  갔더니 10 마리의 환자견들이 대기하고 있었어요.
견주 대부분이 백인들로 개중 부자로 보이는 사람, 가난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마 저희가 유일한 동양인이었을 거예요. 평소에 이곳 백인들은 동양인을 투명인간 대하듯 하는데
동물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그것도 동물들이 아파 심야에 병원에 달려온 사람들이라
공감대가 형성되어서인지 인종차별이고 뭐고 없었어요. 모두 서로 키우는 개들에 대한 걱정,
아픔을 나누느라 별 말은 안해도 견주들끼리 스피릿이 통하는 걸 느꼈어요.
한국인 친구는 개 치료하느라 든 돈을 얘기했더니 "병든 개는 갖다 버리고 이쁜 새 개 키우는게 낫겠다''
아마 개를 안 키워 봤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요?
이곳도 심심치않게 잃어 버린 개를 찾는 벽보가 붙어요. "우리 개는 심장병이 있어 약을 먹어야 합니다''
"우리 개는 피부병이 있어 하루 몇 번씩 약을 발라줘야 해요''. 병든 개라고 귀찮다고 버리지 않고
어찌하든 찾으려하는 사람들이 바로 제 마음과 같았어요.

그런데 본격적인 후기라면 우리 개가 열흘 간 아파서 주인의 극진한 간호를 받고
(또 교회에서 사람들이 와 우리 개를 위해 특별기도까지 해 줬음) 사랑을 받더니만
지금까지도 환자, 아니 환견 행세를 하고 있답니다.
공원에서는 두 눈 뜨고 잘 걸어다니고 뛰어다니던 녀석이 우리 부부가 볼 때는 눈이 감겨져 있어요.
또 전에는 없어서 못먹던 닭똥집이나 돼지귀는 쳐다도 안 보고 오로지 쇠고기 등심만 먹습니다.
아팠을 때 워낙 입맛이 없어해 기력을 위해 사람도 못먹는 쇠고기 등심, 안심을 구워서 줬더니만
그것만 찾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네요.
그래도 시름시름 앓던 애가 이제는 제법 반항도 하고 발버둥도 치니 그것조차 반갑습니다.
물조차 못삼키던 데서 쇠고기를 받아 먹으니 그것도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건강하게 오래 오래 같이 살았음 좋겠습니다.

IP : 201.216.xxx.2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0.15 11:44 AM (59.25.xxx.163)

    결막염 무섭군요 강아지 얼른 완쾌되길 바라구요
    쇠고기가 너무 비싸다면 오리고기를 주시는건 어떨까요?

  • 2. 궁금
    '12.10.15 11:48 AM (122.153.xxx.130)

    지금 글들 보면서 님 개가 어찌되었을까 생각하는데
    글이 올라와있는!!
    다시 보인다니 다행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강쥐도 보인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잘 살거예요

  • 3. 한국이
    '12.10.15 12:07 PM (122.40.xxx.41)

    아니셨군요.
    암튼 정말 다행입니다.
    앞을 못본다 생각함 얼마나 맘 아파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사랑받으며 잘 지내길 바랍니다^^

  • 4. 파핫~~~
    '12.10.15 12:16 PM (211.63.xxx.199)

    아주 영리한 개네요~~~
    너 이제 쇠고기 없어!!!

  • 5. ...
    '12.10.15 12:25 PM (218.52.xxx.119)

    잘 회복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궁금했는데..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길~~~ 환견행세는 그만!! ^^

  • 6. 동병상련
    '12.10.15 1:56 PM (124.61.xxx.39)

    저도 울 개님 수술하고 밤새 간호하면서 물을 수시로 떠줬었거든요. 아픈데 잘 먹는것만도 고마워서.
    그랬더니 꼭 시원한 생수로 달라고 하더라구요. 사람은 그냥 정수기 물 먹고, 개님은 생수 사다 냉장고에 두고 먹였어요.
    회복하고 나서도 자꾸 물을 새로 떠달라고 해요. 버릇이 잘못 들어서 한번만 마시고 남은건 두번 안먹는거예요.
    몇달 지나고나니 사람마음 간사해서... 막 짜증이 날라고 하는 순간 또 종기가 터졌어요. ㅠㅠ 피가 어찌나 흐르던지...
    다시 열심히 수발들고 있답니다. 그냥 건강한것만도 복이다, 감사하고 살아야하나봐요.

  • 7. 꽃보다이남자
    '12.10.15 2:21 PM (220.85.xxx.55)

    그 때 녹내장 의심된다고 글 올린 사람이에요.
    단순한 결막염이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괜히 오바해서 원글님 놀라게 해드린 거 아닌지 죄송하네요.

    저희 강아지는 8개월 때 홍역 앓고 앞다리 못 쓰는 장애견이 되었는데
    녹내장으로 시력까지 잃는 바람에 너무너무 고생하며 살다가 작년에 저희 곁을 떠났어요.
    그 뒤로 아픈 개들만 보면 제 가슴이 철렁해서...

    하여간 완쾌 소식에 저까지 행복해지네요.

  • 8. ...
    '12.10.15 3:06 PM (175.253.xxx.231)

    다행이네요~^^
    지금은 무지개 다리 건너 아이도 말년에 눈이 안보였어요...
    오래 산집이라 익숙해서 시력을 잃어서도 크게 불편해 하지 않고 살긴 했지만 참 안타까왔었던.....

    환견노릇까지 한다니 영리한 녀석이네요~ㅎㅎ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시길!^^

  • 9. ㅎㅎㅎ
    '12.10.15 11:06 PM (78.225.xxx.51)

    별 일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그 때 읽고 걱정이 되었었는데...저희 개도 한 번 아프고 나서 입이 고급이 되어 특수 사료와 소고기 아니면 먹질 않아요. 유기농 닭고기도 안 먹습니다...ㅎㅎㅎ

  • 10. 아..
    '12.10.15 11:12 PM (112.148.xxx.16)

    다행이에요..교회 식구들의 기도덕분인지(이 대목에서 빵 터졌어요..)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견주분이 극진히 간호해주셔서 그 정성을 알아보았나봐요. 그때 올리신 글의 댓글들 읽고 저도 많이 배웠구요..또 강아지 사랑하는 마음들이 느껴졌답니다. 환견노릇하는 영리한 개와 행복하게 사시길 바래요.

  • 11. 이쁘다 이쁘다
    '12.10.16 2:28 AM (211.176.xxx.4)

    아가야 감사하다 이 아줌마가......

    좋은엄마 곁에서 행복하게 잘 살려므나...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5367 옛날에 올라왔던 간단 팬케잌 반죽 만드는거요~~ 2 알려주세요!.. 2012/10/17 1,361
165366 CJ 매운 닭갈비/돼지갈비 양념은 어떻게 따라하나요? 2 녀자 2012/10/17 1,204
165365 채소 과일 씻을때 소다랑 식초중 뭐가 좋을까요 6 님들 2012/10/17 4,441
165364 안철수 후보에 대해 몇 가지 개인적 기대를 써 봅니다. 3 새 정치와 .. 2012/10/17 693
165363 여자아이 흰색옷 괜찮다길래 사주려는데 봐주세요~ 3 2012/10/17 933
165362 한달간의 다이어트 8 ekdyt 2012/10/17 2,908
165361 이탈리아 일주일 여행. 어디어디 가봐야 할까요? 12 2012/10/17 3,974
165360 간병휴직하려 하는데 도움 부탁드려요 1 .. 2012/10/17 2,214
165359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선택은 무엇인가요? 22 ........ 2012/10/17 6,148
165358 조선족은 중국인? 그게 어때서?????? 6 내 생각 2012/10/17 1,251
165357 유치원 샘께서 저희아이한테 '야! 너! 이렇게 하려면 하지 마!.. 5 ㅇㅇ 2012/10/17 1,686
165356 서울 대형마트에서 프로슈또 살 수 있을까요? 1 어디서? 2012/10/17 1,007
165355 아내에게 미안해요.. 17 추억만이 2012/10/17 3,903
165354 박사모의 여론조작의 실체 4 하늘아래서2.. 2012/10/17 1,069
165353 아오 양양군 짜증 나네요... 7 추억만이 2012/10/17 2,166
165352 행동으로 나타나는 틱도 있나요? 3 휴우 2012/10/17 852
165351 저는 슈퍼스타k를 너무 좋아합니다 6 프리티 우먼.. 2012/10/17 1,351
165350 생리주기 정상아니져? 1 밍키맘 2012/10/17 2,097
165349 부모님 고향때문에 시부모가 반대하는결혼 48 베르니 2012/10/17 7,738
165348 광교신도시 살기 어떨까요? 1 궁금이 2012/10/17 1,901
165347 크리스티나 남편 어디있나요. 2 123 2012/10/17 3,875
165346 알 수 없는 지지율 1 각기 다른 .. 2012/10/17 1,056
165345 아파트인데 작은 벌레들이 있어요. 2 아파트 2012/10/17 1,347
165344 머릿결 좋아보이게 하는 방법 없나요? 5 혹시 2012/10/17 3,107
165343 연예인들 치아 새로하는거요? 다 뽑는건가요? 37 ggg 2012/10/17 45,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