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래 아버님글보고 따로 씁니다

몇달후면 10주기 조회수 : 1,637
작성일 : 2012-10-13 05:11:57

몇달 후면 저희 아버지 돌아가신지 만 10년이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 잊혀져요,

마음의 정리.. 전 그런 거 없이 걍 남은 세월 저와 가족들과 함께 살아간다 생각하고 삽니다.

저도 곧 반백이라 더 그럴런지도 모르구요.

 

제 아버지도 소화기암에서 폐암으로 전이되고 최종사인은 심근경색이셨는데, 돌아가실 때 체중이 37,8 정도셨어요.

의사한테도170넘는 성인남자로선 40이하 체중으론 생존자체가 위협받는다는 말도 들었구요,

주사기로 여기저기 다 대어봐도 혈액채취가 힘들 지경에 이르러고서야 그 고통에서 벗어나셨거든요. 

 

지금도 전 그 18개월동안 지옥에 갔다왔다고 느낍니다. 

서서히 생명의 빛을 잃어가는 게 어떤건지 매일매일 옆에서 보며 견딘거라.....

마지막 6개월은 전 집에 와서도 항상 소파에서 핸드폰 손에 쥐고 잠을 청했답니다, 언제 전화가 올지몰라서요.

 

언니나 동생들은 다 정신이 없어 안챙겼다지만, 전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입으셨던 잠옷, 한복, 양복, 벨트 구두까지 다 한벌씩 가져와 다른 집에선 귀중품챙겨둘만한 장소에 모셔두고 가끔씩 꺼내봅니다.

제 사진찍는 걸 좋아하지 않아 집엔 제대로 된 가족사진도 없지만, 제가 쓰는 책상엔 제 아버지 사진은 늘 두고 본답니다.

힘들땐 이야기도 나누고, 기쁜 일이 있을 땐 자랑도 해보고...

울적하거나 답답하면 가족들없이 혼자 아버지 산소에도 자주 가구요.  차로 1시간 넘어 걸리긴 하지만, 좋아하시던 하늘하늘한 꽃들 사들고 혼자가서 한참 있고 오기도 하구요.

살아 생전 즐겨 피우시던 담배도 항상 한갑은 사둡니다, 혹시나 싶어 제습제넣어 보관한답니다.  명절에 가족들이랑 가면 담배올리고 할 여유도 없을 때도 많으니까요.

 

저도 한동안은 손주들 데리고 외출하시는 어르신들만 봐도 울컥할 정도로 힘들기도 했지만,  이젠 우리 아버지영혼을 위해 항상 기도한답니다.

성질이 급해 환생도 빨리 했을 것같은 우리 아버지, 그 생에선 열심히 공부하고 일만 하지 말고, 무조건 많이 웃고 엄청 행복하라고..

신의 가호는 더이상 믿지 않지만, 세상에서 저랑 젤 많이 싸우고, 그러나 절 젤 많이 이해해주던 존재가 있었다는 게 큰 행운이었다고 감사하게 되는 시간도 오네요.

 

글쓰신 님, 힘내시고 서둘러 뭔가를 정리하려고는 하지 마세요.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또 시간이 최선의 치유책이고....

울고 싶으면 울고, 원망하실 일이 있음 원망도 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편안해지는 순간이 오시길...

 

글읽다 울컥해서 저도 긴 글 쓰게 되네요.

IP : 220.119.xxx.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안해사랑해
    '12.10.13 5:44 AM (27.35.xxx.223)

    바쁘게 이것저것 스트레스 받으며 살았더니 좀 나아져서 그래도 괜찮게 살수 있구나 싶었는데
    요즘 맘이 평온해지면서 또 생각나서 후회되서 눈물흘리고 그럽니다.
    그때의 생각들이 안 잊혀지고 한번씩 다른상황들이 후회로 찾아와서 지금도 너무 힘들고 괴로워요
    후회만큼 힘들지만 부질없는게 없는것 같은데 그것밖에 할수가 없어서 더 힘들죠

    살아가면서 부모님의 죽음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와서 그런지 아직도 얼떨떨해요
    믿기지 않아요
    꿈에서는 아직도 병원에 있는모습으로 나오구
    차라리 병원이라도 있을때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이젠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서
    미쳐버리겠어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아직 1년도 안되었으니까 시간만 흘러가길 기도하고
    그때의 생각들이 아예 없어져버리길 기도해요

    첨엔 영혼이나 이런것만 찾다가 이젠 생각이 없어져버렷음 좋겠고
    그냥 내가 없어져버렷음 좋겠다 생각하고

    그러다가 너무 힘들면 생각나면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미다 끝난일이다
    내가 슬퍼한다고해서 달라질게 없는것이다
    거기선 더 편할수도 있을꺼야
    라고 되뇌이며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네요

    거기가 있겠죠????
    거기가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더 편할수도 있는데
    확신이 안서서 이게 정말 끝일까봐 그래서 더 미치는것 같기도 해요

  • 2. 원글
    '12.10.13 6:09 AM (220.119.xxx.2)

    미안해사랑해/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스스로 자책한들 그게 돌아가신 분들에게도 본인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쟎아요...
    저도 후회 많이 했죠. 내가 사는 게 바빠서 아버지랑 더 많은 시간을 못보낸 거, 더 마음을 열고 대화하지 못한 거,...자책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죠.
    전 대신 아버지가 임종전에 스쳐가듯이 하신 말씀은 늘 기억해요. 당신이 사시는 동안 당신 가족, 당신 일에만 매달려서 더 넓게 보고 돌보지 못했다고...그래서 전 그러지 않고 살려고 노력 많이 한답니다.
    내세나 윤회가 설사 없다한들, 이 생에서 못다이룬 꿈이나 행복감을 누리라고 기도하는 건, 제 아버지뿐 아니라 힘들게 살다간 다른 모든 부모님에게도 해당되는 기도니까요.
    아직 1년도 안된 시점이라 더 그러실 거예요. 그런 시기가 지나야 또 저처럼 평안한 시간도 오게되니까 통과의례라 여기시고 좀더 담담히 이겨내시길..

  • 3. 공감
    '12.10.13 10:05 AM (14.138.xxx.102)

    제마음을 그대로 아시는 분같아
    눈물이 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4986 이 백팩 어떤가요? 4 가방 2012/10/16 908
164985 상황버섯과 우엉 궁합이 맞나요? 1 괜찮을까 2012/10/16 3,512
164984 [2012년마지막수업]보육교사/사회복지사 30%할인적용!! 조종희 2012/10/16 558
164983 생리양이 많아지는건 여성 호르몬이 증가했다는 건가요? 6 왜? 2012/10/16 12,291
164982 코스트코만큼만 해준다면 중소기업 다 잘살겁니다. 4 글쎄요 2012/10/16 2,818
164981 옷걸이 두꺼운 비닐 어디서 사나요. 2 살림꾼 2012/10/16 735
164980 내 생애 최고의 음식.. 94 ++ 2012/10/16 16,229
164979 40대아줌마인데도 안경안쓰고 렌즈 14 안경시러~ 2012/10/16 3,847
164978 10월 16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2/10/16 459
164977 어젯밤에 세수하다가 2 .. 2012/10/16 929
164976 내신절대평가제가 어떻게 가능하지요? 1 2012/10/16 790
164975 제가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말실수 한건가요? 39 신경쓰이넹... 2012/10/16 6,158
164974 내가 무슨일을 하던 말던 신경꺼..상관하지마라는 말을 자주하는 .. 5 ... 2012/10/16 1,293
164973 어제 장터에서 버버리푸퍼 파신분께 여쭤요. 6 서프라이즈... 2012/10/16 1,864
164972 ipl해도 기미는 안없어지나봐요. 7 기미 2012/10/16 2,993
164971 필리핀 마닐라 뎅기열 괜찮을까요? 1 허니문 2012/10/16 705
164970 68평 빌라 안나가네요... 13 대전 유성 2012/10/16 5,058
164969 박근혜 말실수 퍼레이드 ㅋㅋㅋ(뒷북죄송) 1 베티링크 2012/10/16 1,672
164968 10월 16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2/10/16 376
164967 롱디라는 말 , 오늘 처음 들어보네요 14 또 배웠네요.. 2012/10/16 3,550
164966 락앤락에서 새로 나온 안마기 써보신 분 계신가요? 1 궁금^^ 2012/10/16 1,307
164965 쌍둥이 아기들 어디서 키우면 좋을까요? 8 쌩초보엄마 2012/10/16 2,043
164964 뱀에 물리는 꿈 좀 해몽해주세요 9 2012/10/16 2,693
164963 자존감 글을 읽고... 15 손님 2012/10/16 3,381
164962 10월 16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2/10/16 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