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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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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처럼 자상한 포레스트검프형(펌)

행복 조회수 : 919
작성일 : 2012-10-12 16:53:03

어젯밤에 <자기야>라는 프로그램을 재방송으로 보면서 생각나는 게 있어서 써봅니다.
유학 중에 알게 된 나이 많은 형들 중에 이런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과학고 조기졸업하고 KAIST 졸업하고 유학 왔던 사람인데
정말 머리 좋고 순진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살아오면서 실제로 만난 가장 순진무구한 사람임)
기억력과 이해력, 습득력이 출중해서 특별히 공부에 열의를 가지고 하는 타입이 아닌데도
굉장히 쉽게 빨아들이더군요. 깜짝 놀랄 정도로 그런 재능이 있는..


근데 그 형이 언뜻 보면 바보 같습니다.
'포레스트 검프' 같다고나 할까요. 생긴 것도 딱 그렇습니다. 키도 어벙벙하게 크구 포레스트 검프 같은 표정...ㅋ
말투도 어눌하고 순진하고 착해빠져서 성질도 없구, 동생들이 뭐라고 해도 웃기만 하는 속 없는...
단점이 카리스마가 없고 야망이 크지 않다는 겁니다. 열의 넘치는 부모 등쌀에 떠밀려서 유학길에 오른 케이스.

 

같은 학교 출신은 아닌데 둘다 유학 막바지 시기에 알게 되어 한국에 같이 들어왔죠. 그래서 레쥬메도 같이 넣으러 다니구 같은 회사에 들어가게 됐네요. 꽤 선호도 높았던 외국계 기업이라서.
이 형 성격이 적극적이지 못하다보니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도 여자 한번 못 사귀어 봤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성격 별로 인기 없거든요. 미국에선 그렇다 치고
한국 들어와서 형이 너무 아까워서 매우 예쁘고 얌전한 누나를 소개시켜 줬는데 만나보더니 형한테 별 느낌을 못 받겠다며 더는 안 만나더군요.
아는 여동생 중에 키 크고 얼굴도 괜찮구 개념 찬, 보기드문 아이가 하나 있어요. 오래 사귄 나쁜 남자한테 끝내 배신 당하고 힘들어하던 아이가 하나 있는데 다시는 나쁜 남자 만나고 싶지 않구 자기 아껴주는 착한 남자 만나고 싶다고 해서 소개시켜 줬더니...개뿔~
또 너무 착하기만 해서 별 느낌이 없다며 더 만날 생각은 안 생긴다더군요. (그러면서 결국 또 나쁜 남자 만나서 맘고생 하다가 또 헤어졌다는 말 들음)

 

이 형이 학벌이 좋고 머리가 머리가 천재적이다보니 소위, 공부 관심없고 많이 놀아본 여자들 몇몇이 관심을 보이더군요(술자리 따라갔다가 만나기도 했고, 소개받기도 했다고 함). 전혀 다른 세계 사람 같으니 호기심 같은 게 생기나보죠.
그런데 어김없이 검프형을 함부로 부려먹으려고만 하고 결국 얼마후에 형은 또 버림받더군요.
회사 내에서도 남자직원들과는 무던하게 잘 어울리는데 여직원들에게 별 인기 없구...

그런 그 형이 우여곡절 끝에 회사에 있는 일본여자분과 결혼을 했는데 그 후의 반응들이 아주 재밌습니다.(국내 주재 외국계 회사임)


결혼을 하니까 존재감도 없었던 형한테 갑자기 관심표현이 많이 붙더군요.
(형수님은 회사 그만두시고 전업주부를 택하셨습니다)
부서는 달랐지만 뻔히 같은 회사 동료와 결혼한 걸 아는 여직원들도 자꾸 집적대더군요.
회식 때도 그렇고 퇴근 후에도 자꾸 문자로 잘 들어갔냐고 그러고 근무 중에도 무슨 사촌오빠 대하듯 팔짱도 끼고 점심 먹으러 가자고 그러기도 하고 공공연히 휴게실에서 여직원들끼리 "난 OO씨 같은 남자랑 결혼할거야"라며 말하고 이전엔 없던 친절을 베풀더라요. 한명도 아니구 몇몇이.

 

이거 왜 그런 거죠?
유부남한테 어떤 편안함이 느껴지는 건가요?
아니면 남의 떡 더 커보이는 그런 심리인 건가요?
그 형이 남한테 싫은 소리를 전혀 못하는 성격이라 뭐라 하지도 못하고, 저 역시 같은 부서도 아닌 제가 그 직원들에게 함부로 뭐라 하기도 그렇더군요...

 

검프형은 퇴근 후에 매일매일 형수님 발을 씻겨준대요. 발이랑 어깨 맛사지 해주고. 그게 너무 행복하다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형수님도 검프형한테 깍듯하게 하시구. 일본여성 특유의. 서로서로 잘 하는.

형수님이 정말 사소한 것에 과한 리액션을 보이시더군요. 일본인이라서 그런가???

들어갈 때 문 열어줘도, 고기 구워지면 숟갈 위에 얹어주는 거, 퇴근할 때 귀여운 악세서리 선물 같은 거 사소한 거 해줄 때마다 굉장히 황송해하는 리액션을 취하니까

형이 그런 거 해주면서 무척이나 기쁨을 느끼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어제 SBS <자기야> 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부부끼리 저마다 결혼생활 중의 지난 에피소드들을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서로 상처되는 말도 많이 하고 자존심 세우고 기세싸움을 많이 하더군요. 그리고 괜히 하는 특유의 한국식 표현방식 있잖아요. 맘과 다른.


남편의 "난 집에서 이런 왕대접 받으면서 살아~"
아내의 "난 우리 남편이 살림까지 다해. 결혼할 때 손하나 까딱 안해도 된다고 그랬거든. 내가 왜해? 지가 해야지."(아내들 까르르~~)

(한국사람들 왜 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휘어잡고 산다는 듯이 말하는지 이해 안갑니다. 듣기에도 거슬리구요. )

괜히 하는 말들도 있고, 갈등 에피소드들도 많고 그때일 털어놓으며 서러운 눈물도 많이 흘리던데
그거 보며 저게 보통의 결혼생활이구나 싶더군요.


션과 정혜영 같은 부부들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 정신병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션+정 부부 뉴스기사 떴을 때 여자분들 댓글 엄청 나더군요. 하나같이 저런 남자 만나고 싶다고.
그런데 그 부부처럼 사는 검프형 내외를 봤을 때
정말 여성분들이 (결혼전의) 션같은 남자를 선호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 션 같은 검프형은 결혼 전에 전혀 인기 없는 비매력남이었거든요. 무매력남.
아마 검프형이나 션이 결혼 전으로 돌아온다해도 대부분의 여성분들은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남자랑 결혼하면 저렇게 넘치는 사랑 받는 결혼이 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짐승남, 나쁜매력에게 이끌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거죠.
유재석씨도 뜨기 전이나 떴을 때나 성격은 변함이 없을텐데, 유명세 1위 라는 것 때문에 유재석이 남편감1순위 일까요? 수입과 관련된 경제적인 면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여자들이 다들 좋아하니까 덩달아 흠모하는 그런 심리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주위에 유재석이나 션 같이 언뜻 보기엔 남성미 없고 매력 떨어지더라도 밥벌이 할 정도 되고 배려심 깊고 선한 사람 있으면 그 사람 놓치지 마세요.
여성분들이 부러워하시는 정혜영처럼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같습니다.


 

<사족>

션,정혜영 부부도 사치와는 거리가 멀게 살더군요. 기부를 많이 하는데다 돈욕심까지 별로 없어서 집도 전세로 살고 자동차나 옷 같은 사치도 안 부리고 살고..연예인이라는 타이틀만 빼면 보통 서민들 사는 것처럼 살더군요. 일반서민들은 노후와 자녀교육 등으로 지나친 저축으로 인해 현재를 빠듯하게 사는데 션+정혜영 부부는 집도 전세고 노후대책과 자녀교육 같은 걸 대비한 저축이 전혀 없더군요. 건강보험인가 그거 한개만 있다고. 

그외에도 예전에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자세한 건 다 잊어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도구가 있어도 그 가치를 모르는 이용자라면 도구의 진가가 발휘될 수 없겠죠. 션이 정말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부인이 그걸 온전한 모습으로 포용할 그릇이 되지 못했다면 그처럼 예쁜 가정까진 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정혜영의 션과 나의 션은 다를 수 있다는 말이죠.


아무튼 션+정혜영 부부같은 생활 꿈은 아닙니다.
좋은 배우자 놓치지 않는 님들의 안목과 욕심만 버린다면 여러분들도 충분히 그 주인공들이 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외국계 회사라고는 하지만 기본연봉 외에는 실적에 좌우되는 게 커서 그 형은 그다지 많이 가져가지 못합니다. 경제적인 부를 기대할만큼의 남편감은 아니라는 거죠. 저는 가업 때문에 관두고 지방 내려와 있기 때문에 이후의 일들은 더 못 썼습니다.


 

IP : 14.54.xxx.15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10.12 6:06 PM (110.8.xxx.150)

    션 국적이 우리나라가 아니에요.
    군대 안 가고 돈 벌어 외국으로 다 돌리면서 엄청 욕먹었는데
    그거 무마하느라 기부기부하고 시작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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