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곽병찬 칼럼] 새 정치의 탈선

흠.. 조회수 : 702
작성일 : 2012-10-11 13:39:35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5170.html

 

[곽병찬 칼럼] 새 정치의 탈선

송호창 의원이 민주당을 나와 안철수 캠프로 옮겼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입당해, 전략(특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금배지만 달고 탈당했으니, 시끄럽지 않을 리 없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고군분투하는 안 후보 보호론 따위의 하나 마나 한 핑계를 되뇐 걸 보면, 본인도 낯이 뜨거웠던 모양이다.

 

불과 달포 전 민주당에 남아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던 게 그였다. 안 후보는 광야에서 홀로 비바람과 맞섰던 까닭에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그를 보호한 건 거대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바로 그 의식 있는 유권자들이었다. 그래서 변명 가운데 귀에 남는 건 이런 말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제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 세력에 맡길 수 없었다.” 한데 말하고 보니, 제 발을 제가 묶었다. 그렇게 새롭고 올곧은 사람이 왜 민주당에 입당했을까, 그때는 낡은 당인지 몰랐나. 그렇다고 국회의원 한번 해보려고 그랬다고 할 수도 없다.

 

낡은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런 것일 게다. 목적을 위해선 어떤 수단도 가능하고, 그래서 유권자와의 약속을 멋대로 파기하고, 정치적 신념을 편의에 따라 뒤집고, 그래서 선거철이면 새처럼 가볍고 자유로워지는 그런 행태들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유권자는 그림자일 뿐이다. 그로 말미암아 단일화는 사실 어려움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안 후보다. 입당행사 때 그가 시종 짓고 있던 웃음이 그날만큼은 전혀 선량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새 정치란 게 뭐지?

 

이런 의문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출마선언과 함께 그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할 때도 들었다. 이승만, 박정희 정치의 요체는 목표, 성과지상주의다. 목적은 어떤 수단도 정당화했다. 인권 유린, 헌정 파괴, 재벌 몰아주기, 노동 탄압 등 그 모든 왜곡과 파행은 여기서 비롯됐다. 그 성과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새 정치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그런 정치에 머리를 조아렸으니, 도대체 정치의식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전두환이 ‘서울의 봄’을 짓밟고 광주 시민들을 학살할 때, 김대중씨가 사형선고를 받고, 김근태씨가 22일 동안 살인적 고문을 당하고, 박종철씨가 바로 그곳에서 죽었을 때, 그는 그저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공부를 했다. 출세가 보장된 공부였다. 그렇게 생각 없이 손을 내민 것은 그렇게 생각 없이 살아온 결과일까?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국민의 정부 대변인, 김근태의 동지들이 그에게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었다.

 

 

안 후보는 정주영, 이종찬, 박찬종, 이인제, 정몽준 등 앞선 제3후보들과는 다르다.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만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무려 1년씩이나 최고의 지지율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며, 선거를 목전에 두고도 새 정치의 비전과 내용도 제시하지 못한 그를 유권자들이 지켜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면, 여의도 정치권이 아니라 거리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풍찬노숙은 아니어도 수많은 청년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기업을 하면서 보인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시대의 문제를 배웠고, 시대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 뾰족한 해법도 없는 그를 유권자들이 신뢰하고 또 진정성을 인정한 것은 이런 까닭이었다. 그에게 새 정치란 진정성과 신뢰의 정치였다. 자신의 둥지를 진심캠프라 했던 것은 그런 까닭이었을 것이다.

 

엊그제 그 행사로,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안 후보는 본의 아니게 새 정치의 밑천을 드러냈다. 어제 새로운 정치시스템, 수평적 구도 따위의 추상적 개념으로 새 정치를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새 정치는 수사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다. 바람 찬 광야를 버리고 구태의연한 아랫목을 탐하는 순간, 문재인 후보와 세력 대결을 벌이는 순간, 새 정치는 거품으로 꺼진다. 궤도를 이탈한 기차가 전복되고, 원칙 잃은 광폭 주행이 사고만 친 것처럼, 새 정치의 탈선은 거기가 곧 종점이다. 광야의 정치와 정당 정치가 깨끗한 한판 승부를 벌이기 바란다. 더 바랄 게 뭔가.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IP : 61.78.xxx.23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0.11 1:44 PM (123.109.xxx.131)

    아침신문에서 읽었어요
    이 곽병찬 이란분 참 글 잘ㅆ는분인데
    여름지나 칼럼들은 좀...
    특히 오늘아침엔 이게 뭔 오지랖인가 싶더군요..
    전문을 퍼오신 의도가 뭘까요...

  • 2.
    '12.10.11 1:54 PM (61.41.xxx.100)

    송의원 옮기는 그 자체도 그렇지만 그 현장에 웃음띄고 나타난게 실수라 생각해요. 헌정치 어법이잖아요.
    무소속 대통령은 할건데 국회의원은 필요하다라?
    잘 모르겠어요.

  • 3. 노란색기타
    '12.10.11 1:57 PM (110.70.xxx.148)

    김진애님이 트위터에서 추천하신 칼럼이에요. 저는 좋게 읽었어요. 공감하는 부분들이 있어서요.

  • 4. 송호창의 탈탕에
    '12.10.11 2:20 PM (211.194.xxx.146)

    관한 82의 일부글들에서,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는 속성,
    즉 호의적인 대상엔 더 호의적으로 적대적인 대상엔 더 적대적인 일종의 과장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위의 칼럼도 그점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 5. ...
    '12.10.11 2:27 PM (221.147.xxx.4)

    저는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는데요.
    안철수 예비 후보의 경우는
    완전한 광야에서 뛰는 분이라는 생각에
    안쓰럽고 미안하다는 정서가 바탕에 깔려있었는데
    그 정서가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좀 더 지켜봐야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5662 아이유 사건 이상한점.. 왜 잠옷 태운 사진을 올렸는지 이해안가.. 5 아이유 2012/11/11 11,775
175661 아이가 특목고, 자사고 면접 준비하시는 분들있으신가요? 3 어휴...... 2012/11/11 1,747
175660 빨래에 유칼리투스 오일 넣을수있어요?? 4 뭔소리지 2012/11/11 1,424
175659 왜!!! 장갑은 사이즈가 없을까요!!!! 6 --;; 2012/11/11 1,326
175658 레미제라블 초등1학년 보기에 괜찮은가요? 4 뮤지컬 2012/11/11 1,194
175657 마흔하나인데 새출발하려해요 용기주세요 18 .. 2012/11/11 10,304
175656 도서상품권을 상품권으로 구매? 궁금 2012/11/11 358
175655 나가자- 하고 말하면 그 말은 어쩜 그렇게 찰떡같이 알아듣는지.. 11 irom 2012/11/11 2,151
175654 칠순 엄마 트윈케잌(?) 추천 좀 해 주세요~ 1 스댕e 2012/11/11 878
175653 영어질문인데요. 6 .. 2012/11/11 697
175652 오휘 에어퍼프? 괜찮은가요? 3 아이짜 2012/11/11 1,404
175651 애 옷사는게 솔직히 너무 아까워요... 17 애들옷 2012/11/11 5,787
175650 이 코트.. 이정도의 가격을 주고 살 가치가 있을까요? 8 zhxm 2012/11/11 2,677
175649 게시판에서 얻은 정보들로 피부 좋아진 비법 13 저렴이도 좋.. 2012/11/11 4,769
175648 밥주는 길냥이 하악질때문에 빈정상해요. 17 이해가 필요.. 2012/11/11 8,226
175647 예약시간이 몇시부턴가요?(급질)의사소견서있을시.. 분당서울대병.. 2012/11/11 503
175646 안철수가 “여론조사기관에 돈 엄청 풀었다고요?” 4 호박덩쿨 2012/11/11 826
175645 서울에서도 sky대학나오면 '공부잘했구나...'하시나요? 15 지방처자 2012/11/11 3,745
175644 40대 후반 이런 모임 만들고 싶은데... 4 질문 2012/11/11 2,132
175643 영재고 학생들도. 사교육 받나요? 5 궁금 2012/11/11 2,135
175642 자궁 적출하신분 계신가요? 16 부인과수술 2012/11/11 6,012
175641 사람에게 자꾸 실망스러워진다 검둥이 2012/11/11 931
175640 광주에서 CJD 발견... 1 불안하긴해요.. 2012/11/11 1,445
175639 메차이카가 일본어로 무슨 뜻인가요? 3 oooo 2012/11/11 1,757
175638 생리전 몸이 아파오는 증세가 최근 생겼어요 2 건강적신호인.. 2012/11/11 2,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