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저는 동갑, 올해 41이에요.
남편은 시골 출신인데, 얼마전부터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오라고 난리네요. 남편은 귀찮고 싫어서 죽을려고 해요.
며칠전부터 카톡으로 단체 채팅방 열어서 들어오라고 난리인데, 주로 모임 주도 하고 연락하고 자꾸 문자 보내는 사람이 여자예요.ㅡ.ㅡ
남편은 솔직히 말해서 고향친구에 대한 향념이 없어요.
중학교까지만 그 지역에서 다니고 고등학교부터는 도시로 유학와서 하숙하면서 혼자 살았어요.
어려서 좀 특출났었는데, 동네에서 똑똑한걸로 유명해서 주변에서 하도 서울보내서 공부시켜야 한다고 하니 시부모님이 마음 독하게 먹고 일찍 내보낸거지요.
학교 다닐때도 친구 별로 없었대요. 말이 통하는 아이도 없었고, 애들이 워낙 좀 우러러 보는?? 그런 별종 같은 존재라 외로왔다고 그래요.
재작년인가.. 추석때 시댁에 가니, 그때 마침 고향 친구들이 온김에 얼굴이나 보자고 부르더라구요.
가고 싶지 않은데 마침 딱 걸려서 어쩔수 없이 잠시 나가 얼굴 비치고 술한잔 먹고 온적이 있어요.
첨에는 수퍼에서 남자동창을 우연히 만나서 어쩔수 없이 따라갔다 왔는데, 모임 끝나고 나서 시댁으로 와서 있는데 한 여자동창이 일부러 집으로 전화를 해서(옛날 번호를 기억하고 있는건지.. 그것도 궁금..시댁은 한평생 그동네거든요.)만나서 너무 반가왔다는 둥, 다시 또 보자는 둥, 서울에서 모임하면 꼭 나와야 한다는둥... 혼자 막 그러더군요.
그녀가 아직까지 미혼인건지, 아니면 시집은 일찍 다녀오고 벌써 친정에 온건지, 또 그것도 아니면 동네사람이랑 결혼해서 명절에도 내내 여기와서 놀수 있는건지, 직업이 뭔지, 전업주부인지, 아이가 있는지... 전혀 몰라요. 남편은 궁금하지도 않고 별로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대요.
하여튼 명절에 여자가 남자네 집에 전화해서...그러는것도 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막.. 아무개야, 나 기억나니? 깔깔깔... 하면서.... 말투가 허물없이 굴고 좀 수다스러운.. 그런 편이었어요.
형님들이 저런 여자 동창 조심해야 한다고...ㅡ.,ㅡ...
하튼 남편은 매우 경계해서 그 이후로는 명절에 내려가도 절대 집밖에 나가지 않으며 이런저런 핑계대고 동창들 만나러 나가는 일이 없었어요.
남자동창 몇몇은 뭐.. 연락할수도 있겠지만...여자동창들이 너무.. 나대는게.. 어색하고 불편했대요. 왜 저러나 싶고..
그런데 이번 추석때 다들 고향에서 모여서 또 한잔씩들 하고는, 서울 경기 지역에서 또 만나서 동창회를 하자고 얘기가 되었다나봐요.
그리고는 지난주에 카톡으로 단체 채팅방 열어서 계속 모임 얘기를 하면서 남편을 초대하고 있는거죠.
한 사나흘간 카톡 메세지 온게 600건이 넘어요.
내용 보니까 너무 웃겨요. 남자들은 별로 남편한테 관심도 없는데, 특히 그 중 여자들 한두명이.. 이번에 꼭 **이(남편)는 볼수 있는거냐.. **이 보려고 동창회 나간다..**이가 부끄러움이 많은가 보라는둥... 누가 **이를 설득해서 반드시 데리고 나와야 한다는 둥...
그리고는 계속 무응답이니까 끊임없이 문자를 보냅니다. 하루에도 몇개씩.. **이 맞으면 답장을 보내라는둥, **이 이번에 꼭 나와야 한다는 둥...
남편이 오히려 저한테 묻는거예요. 당신도 초등학교 남자 동창중에 그렇게 꼭 만나고 싶은 상대가 있냐고?... 아.. 저는 없어요...ㅡ.,ㅡ 게다가 이제 나이 먹어서 설사 아는 사람도 함부로 막 말 놓고 얘,쟤 하면서 허물없이 못대해요... 일단 이성이라 불편하고...
남편이 하다하다 어젠 막 짜증을 내는거예요. 도대체 뭐하는 여자들인지 낮에 한참 회의 중인데 채팅방 개설되었다고 계속 문자가 들어오더래요. 그냥 폰을 꺼버렸대요.
요즘 가뜩이나 회사에 안좋은 사고도 있어서... 일때문에 스트레스도 많고 그런데요..
어제 제가 조심스럽게 카톡 아예 탈퇴해 버리지 그러냐고, 아니면 그 친구들 다 차단시켜버리든지....그랬어요.
친구 차단 해 버려도 그쪽에서는 사실을 모르는건 맞죠?
참.. 살다보니 별 사람이 다 있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