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녀의 말하기

juli 조회수 : 1,016
작성일 : 2012-10-08 08:43:19

큰 아이가 어제 농구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는데,

아침에 보니 어제보다 더 퉁퉁 부어있었다.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았다. 

아내가 오늘 동사무소에 가야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병원에 갈 때 같이 나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 오늘 동사무소에 간다고 했지? 몇 시까지 가야 돼?"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이 말 한마디가 초래할 결과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아내는 눈빛이 변하면서 자기가 어제 실컷 한 얘기는 도대체 어떻게 흘려 들은 거냐고 언성을 높인다. 

아무리 기억해도 몇 시에 간다고 얘기한 것은 기억이 안 나서 물어본 건데 어쩌라구...

알고 보니 아무 때나 가서 잠깐 투표하고 오는 거라고 한다. 

그냥 "아무 때나" 라고 대답하면 될 일인데 아내가 나를 죽일 듯이 몰아 부치길래,

하도 어이가 없어 나도 받아 버릴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눈 뜨자 마자 이게 무슨 짓이냐 하는 생각으로 이내 참고, 몰라서 물어본 것이라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걸로 아내는 가라앉지 않았고, 계속 고성이 이어지길래 나도 그만 폭발했다. 

도대체 왜 그게 화를 낼 일이냐? 

난 정말 네가 오늘 몇 시에 가야하는 건지 얘기를 못 들었다. 

아내의 주장은,내가 자신의 얘기를 흘려들은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별 관심없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들려 줄 때 귀만 열어놓고 정신은 다른 곳을 유랑하고 있을 때도

있기는 하다. 

아내의 모든 얘기에 리액션을 해줄 만큼 나의 육체적 정신적에너지가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피곤한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생존방식이다. 

평소에 아내가 말하는 방법은 나와는 좀 다르다.

 

나는 핵심만 간결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다.만약 상황을 바꿔 오늘 내가 약속이 있었던 거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내일 중 아무 때 동사무소에 가서 투표해야 돼." 

얘기의 핵심은 '아무 때', '동사무소', '투표' 이 세가지다.

 

그런데 아내가 이렇게 한 문장에 핵심어를 다 넣어서 간결하게 말하는 것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각 핵심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한보따리 이상이고, 가끔은 가지치는 이야기도 한다. 말의 성찬이다. 나는 그중에서 하나씩 핵심을 끄집어 내는 수작업을 해야 한다.

   

내가 어제 잡아낸 핵심어는 유감스럽게도 "동사무소" 한가지 였고, 

이것은 결국 나의 평화로운 주말 아침을 망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아내와 언쟁 중에 하도 억울해서 

"내가 너보다 공부 잘했다. 니가 말을 똑바로 했으면 내가 똘추가 아닌 바에야 

그 쉬운 내용을 못 알아 들었겠냐?"라고 쏘아 부쳤다. 

그런데 이 말이 새로운 불씨가 될 조짐이다. 

어찌어찌 해서 아침 사태는 일단락 되고 오후에 같이 마트에 갔는데,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하는 내 물음에 아내의 답변은 

"내가 뭘 알겠어, 공부 잘하는 당신이 다 결정해" 

아.. 이건 또 얼마나 갈려나.정말 복잡한 세상 ...살기 힘들다.

 

IP : 211.171.xxx.15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0.8 8:48 AM (1.225.xxx.102)

    여자 까기 좋아하는 211.171.xxx.156 오늘은 누구 글을 훔쳐왔나?

  • 2. funfunday
    '12.10.8 9:31 AM (58.230.xxx.13)

    공부머리는 학교 다닐때만 필요하고 결혼생활에선 그다지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농구를 할정도로 나이가 든 아들이 있는데 아직도 아내의 의중을 파악하지못했다면
    필히 부부학교나 남편학교에 입교해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보시길.....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6225 정문헌 폭로 진위 떠나 봤어도 불법 누설도 불법 1 .. 2012/10/18 868
166224 성장율에 대한 질문 2 질문 2012/10/18 679
166223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 - 요리 배울 워킹맘을 찾습니다. 9 이승연&10.. 2012/10/18 2,161
166222 안철수에 대해 공감하는 글 17 냥이맘 2012/10/18 1,851
166221 공원에 버려진 유기견 글 꼭 읽어주세요! 9 82님들~ 2012/10/18 1,423
166220 이명박은 집권 5년동안 한게 뭐있나요? 31 한심하다 2012/10/18 2,141
166219 아이허브 구매 해보신 분 도와주세요~ 2 존중 2012/10/18 1,054
166218 그냥 하소연이예요 7 우울모드 2012/10/18 1,267
166217 자전거~~~! 추천해주세요~~~!! 2 그녀의 자전.. 2012/10/18 770
166216 난방문제에 협조안해주는 아랫층 38 ㅇㅇ 2012/10/18 10,720
166215 이사견적좀 봐주세요 30펑135만원 8 인플레이션 2012/10/18 1,835
166214 두부만들때 콩물농도 5 질문 2012/10/18 950
166213 어릴때 유명한 배우들의 죽음 1 ㅁㅁ 2012/10/18 1,716
166212 어디에 쓰나요? 2 씨어버터 2012/10/18 647
166211 즙 종류 뭘 먹어야 좋을까요..칡즙 30대 여자에게 괜찮을까요?.. 2012/10/18 1,620
166210 박근혜 씨가 박정희 씨와 유신의 유산에 대한 계속적 자기고백과 .. 8 민주적 헌정.. 2012/10/18 827
166209 요즘 단명과장수의 기준은 몇살인가요? 1 ㄱㄴ 2012/10/18 1,881
166208 펄스캠 의료기 아시는분............계시나요..? 4 궁금이 2012/10/18 44,936
166207 지금 엠비씨 9시뉴스 남자 앵커요 1 뉴스 2012/10/18 1,763
166206 같이 느껴요... 윤시내..열애 2 나무 2012/10/18 1,481
166205 가장 오래된 소지품, 몇년되었으며 뭐가 있으세요? 21 세네모 2012/10/18 2,835
166204 프리랜서로 번역하시는 분들 가격 좀 여쭐께요. 5 번역 2012/10/18 2,296
166203 영어질문.... 2 rrr 2012/10/18 686
166202 일본신종업소 황당 7 아이고배야 2012/10/18 2,215
166201 김치 절일때 소금양이 어떻게 되나요?ㅠㅠ 2 또다시 2012/10/18 4,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