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녀의 말하기

juli 조회수 : 1,125
작성일 : 2012-10-08 08:43:19

큰 아이가 어제 농구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는데,

아침에 보니 어제보다 더 퉁퉁 부어있었다.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았다. 

아내가 오늘 동사무소에 가야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병원에 갈 때 같이 나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 오늘 동사무소에 간다고 했지? 몇 시까지 가야 돼?"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이 말 한마디가 초래할 결과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아내는 눈빛이 변하면서 자기가 어제 실컷 한 얘기는 도대체 어떻게 흘려 들은 거냐고 언성을 높인다. 

아무리 기억해도 몇 시에 간다고 얘기한 것은 기억이 안 나서 물어본 건데 어쩌라구...

알고 보니 아무 때나 가서 잠깐 투표하고 오는 거라고 한다. 

그냥 "아무 때나" 라고 대답하면 될 일인데 아내가 나를 죽일 듯이 몰아 부치길래,

하도 어이가 없어 나도 받아 버릴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눈 뜨자 마자 이게 무슨 짓이냐 하는 생각으로 이내 참고, 몰라서 물어본 것이라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걸로 아내는 가라앉지 않았고, 계속 고성이 이어지길래 나도 그만 폭발했다. 

도대체 왜 그게 화를 낼 일이냐? 

난 정말 네가 오늘 몇 시에 가야하는 건지 얘기를 못 들었다. 

아내의 주장은,내가 자신의 얘기를 흘려들은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별 관심없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들려 줄 때 귀만 열어놓고 정신은 다른 곳을 유랑하고 있을 때도

있기는 하다. 

아내의 모든 얘기에 리액션을 해줄 만큼 나의 육체적 정신적에너지가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피곤한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생존방식이다. 

평소에 아내가 말하는 방법은 나와는 좀 다르다.

 

나는 핵심만 간결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다.만약 상황을 바꿔 오늘 내가 약속이 있었던 거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내일 중 아무 때 동사무소에 가서 투표해야 돼." 

얘기의 핵심은 '아무 때', '동사무소', '투표' 이 세가지다.

 

그런데 아내가 이렇게 한 문장에 핵심어를 다 넣어서 간결하게 말하는 것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각 핵심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한보따리 이상이고, 가끔은 가지치는 이야기도 한다. 말의 성찬이다. 나는 그중에서 하나씩 핵심을 끄집어 내는 수작업을 해야 한다.

   

내가 어제 잡아낸 핵심어는 유감스럽게도 "동사무소" 한가지 였고, 

이것은 결국 나의 평화로운 주말 아침을 망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아내와 언쟁 중에 하도 억울해서 

"내가 너보다 공부 잘했다. 니가 말을 똑바로 했으면 내가 똘추가 아닌 바에야 

그 쉬운 내용을 못 알아 들었겠냐?"라고 쏘아 부쳤다. 

그런데 이 말이 새로운 불씨가 될 조짐이다. 

어찌어찌 해서 아침 사태는 일단락 되고 오후에 같이 마트에 갔는데,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하는 내 물음에 아내의 답변은 

"내가 뭘 알겠어, 공부 잘하는 당신이 다 결정해" 

아.. 이건 또 얼마나 갈려나.정말 복잡한 세상 ...살기 힘들다.

 

IP : 211.171.xxx.15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0.8 8:48 AM (1.225.xxx.102)

    여자 까기 좋아하는 211.171.xxx.156 오늘은 누구 글을 훔쳐왔나?

  • 2. funfunday
    '12.10.8 9:31 AM (58.230.xxx.13)

    공부머리는 학교 다닐때만 필요하고 결혼생활에선 그다지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농구를 할정도로 나이가 든 아들이 있는데 아직도 아내의 의중을 파악하지못했다면
    필히 부부학교나 남편학교에 입교해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보시길.....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68625 서울-중2 딸과 3-4시간 갈 곳 1 어디 갈까요.. 12:15:44 28
1668624 오늘 2시집회 지하철역 몇가지 동선입니다 3 유지니맘 12:13:11 125
1668623 전두환 찬양하는 좌파봤어요? 2 행적을보자 12:12:37 95
1668622 우리 혁신당에 당원 가입 합시다. 2 조국 12:11:41 157
1668621 쌀 어디서 사 드시나요 5 .. 12:07:40 173
1668620 상하이 2박3일 가족여행 질문 1 중국 12:07:26 111
1668619 초3 수학학원 선택 결정장애 에요 2 수학학원 12:07:21 76
1668618 월요일 오전 최상목이 임명과 특검 12 민주당만 믿.. 12:01:02 934
1668617 은퇴후 귀농 귀촌 4 ... 11:58:24 376
1668616 줄탄핵해도 역풍없다는거 보여줘야돼요 10 야당들 힘내.. 11:57:42 556
1668615 45평 샷시교체, 매립형 에어컨 각각 얼마나씩 나올까요 5 샷시비용 11:47:11 296
1668614 오징어게임2에서 나오는 무당을 보니 누가 떠올랐어요(후기있음) 3 ... 11:45:09 838
1668613 불교계에 김용태 신부님 같은 분이 없어서 9 기득권 11:44:15 641
1668612 인테리어업체 통해 올수리 할 경우 싱크대요 5 dd 11:43:22 444
1668611 집회가 내일도 있나요? 2 냉무 11:43:05 361
1668610 밥에 생강넣으시는분 계신가요? 5 11:41:24 704
1668609 윤석열 정부가 자른 예산 vs 민주당이 자른 예산 9 ㅇㅇ 11:41:04 597
1668608 얼굴 색이 목보다 더 진할 경우 파운데이션 선택 4 ㅇㅇ 11:39:38 201
1668607 감옥에서도 티비볼수있어요? 4 ........ 11:38:57 773
1668606 신검 받으라고 나왔습니다.고3아들 수능쳤어요. 7 병무청 11:38:43 767
1668605 국내선 제주 항공권가격이요 8 .... 11:37:37 570
1668604 원래 윤석열부부는 좌파였다 51 윤석열 11:35:30 1,957
1668603 중국 측, 조직적 댓글 공작 11 .. 11:32:45 429
1668602 우리나라에서 극우란 6 ㅇㅇㅇ 11:32:43 242
1668601 조중동, 검찰 태세 전환 역겹네요. 14 비열 11:27:03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