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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가 시작한 일 뒷 수습 하기가 너무 곤욕입니다.

... 조회수 : 4,116
작성일 : 2012-10-07 00:51:16

엄마가 약 8년 전쯤 아주 오래되고 낡은 작은 건물을 하나 사셨습니다. 건축이니 설비니 당연히 전혀 모르고 건물에 대해 전혀 아는 바도 없는 사람이
친척이 소개해줘서 덜컥 사버린거죠. 세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노후 대책으로 괜찮다는 말에 혹해버려서 건물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계약했데요.
하지만 오래된 건물은 너무 노후해서 세값이 많이 나오지도 않았고, 뭐 저도 그동안은 그런 건물을 하나 샀다고 알 뿐이였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살고있었는데
작년부터 자꾸 건물 설비에 이상이 생기는 거에요. 하수관에 물이 잘 안빠진다거나 등등..
건물이 오래되어서 그러니 뜯고 화장실 등등 설비 공사를 새로 해야하는 곳이 몇호 있어서 제가 따라가서 좀 봐드리기 시작했어요.
이런 수익성이 별로 없는 작은 건물에 큰 업체를 부를수도 없었고(와주지도 않구요)
동네에 작은 가게 차려놓고 설비 공사하는 아저씨들이나 와서 공사하는거죠.
우리 엄마가 기가 쎄지도 않고, 그렇게 생기지도 않고, 남한테 목소리 크게 하며 자기 주장 할수 있는 사람도 아니거니와..비실비실 말라서 솔찍히 좀 만만하게 보이는건 사실이거든요.
견적받아서 오면 바가지나 덤탱이 쓰이는 일이 테반사라 제가 안 도와드릴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환갑이 넘은 엄마랑 아직 결혼 안한 20대 딸 이렇게 둘이 살기때문에 도움 받을 남자도 솔찍히 없구요
제가 하나씩 인터넷에 물어가며 자제비 검색하고 설비하시는 분들의 조언을 받아가며 적정가격도 알게 되고 
이런저런 공정으로 공사 순서도 알아놓고.. 
솔찍히 동네 가게 내서 하는 아저씨들은 가서 참견하지 않으면 자제비 엄청나게 부풀리거나 일처리나 마감처리 엉망으로 해놓거든요. 
시공 맡기는 주인이 남자는 보이지도 않고 비리비리한 할머니랑 결혼 안한 여자 한명만 있으니 얼마나 만만해 보이겠어요.
곁에 붙어서 보지만, 신경쓰이지 않도록 말도 주거니 받거니 뒤에선 욕할지라도 앞에선 짜증내지 못하도록 그 경계를 잘 파악하고
성격 대충 맞춰주면서, 캔커피 사다 나르면서 옆에서 딱 지켜보고, 이건 빠진거 아닌지, 저건 좀 라인이 안맞지 않냐 물어도 보고 참견도 해야 그나마 제대로 해주는데 걸걸한 인부 아저씨들이나 동네 인테리어 업자 사장들이랑 말로 주고 받고 하면서 담담하게 공사하는거 참견하고 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정말 피곤합니다.

아무튼 여기까지도 너무 힘이 들었는데
자식이 저 하나뿐이니까 어쩔수 없이 도와드렸어요. 제가 돕지 않으면 비실비실 할머니(엄마) 만만하게 보고 공사를 그지같이 한게 보이고 덤탱이 쓰고 오니까 어쩔 수 없었죠. 그 건물을 팔을려고 해도 요즘 부동산 경기가 안좋아서 팔리지도 않으니까 그래도 대출이자는 물지 않겠금 해드릴려구요.

근데 일이 생길려니 첩첩 산중이랄까..
저번에 했던 공사에 문제가 생겼는지 아랫층에 누수가 생겨서 물이 여기저기서 뚝뚝 떨어지는거에요.
공사했던 인테리어 사장 (인테리어 집이였지만 바닥파서 수도관 꺼내서 연결하고 몰탈+방수 등등 설비 공사를 했어요) 다시 불러서
이렇게 되었다 얘기를 하는데
그 사장은 자기가 공사 다 해놨는데 자기가 안물어낼려고 할꺼아니에요. 자기 잘못이 아닌 쪽으로 이유를 될테고
저희는 누수가 되는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찾아야 했기때문에 
저도 여기저기 다른 업체 가고 인터넷 등등 찾아서 엄청나게 알아봤어요.
가장 문제는 누수가 어디서 일어난지 정확히 알수가 없기때문에 (바로 윗층이 화장실이 두군데와 방 두개 4면이 만나는 공간이라)
이런저런 이유로 하수관인지, 오수관인지, 위생배관인지, 누수인지 추측해야했고
아무튼 이런 복잡한 얘기는 뒤로하고
그런 지금 이해관계가 민감한 부분에서 엄마야 나이가 드셨으니 말빨도 안먹히고 하니까 누가 해야겠어요..
집안에 남자 한명 없는데 당연히 또 저밖에 없는거죠.. 그냥 무턱되고 싸우면 안되고 이런건 공사측이 이러저러하다 하면서 어물쩍 얼버무리며 넘어가면 안되는 거기때문에
작은 토씨하나 안잊어먹고 뭐라하는지 제대로 들어야 하고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조용히 듣고 제가 할말 할때는 하고, 또 자기쪽만 생각하며 제대로 일이 진행 안될때는 같이 목소리 높이며 싸워야 하거든요.
대충 임시로 상황모면만 하고 누수이유를 자기네 공사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를 델수 없도록 시공 방법도 제대로 알아서 담수 테스트 해야한다고 해달라고 공사일정 조정도 해야하구요. 등등등....
그걸 저 혼자 다 하고있어요..너무 지칩니다. 아빠는 사이가 안좋아서 오랫동안 별거하고 있어서 연락하고 싶지 않구요
엄마한테 남자 동생들이, 뭐 저한테는 외삼촌이인데 몇명 되고 가깝게 살지만 엄마가 전화하면 한번 가볼께 하고 오지 않아요.
자기네들 살기 바쁠테니까 이해는 합니다.
엄마는 복잡한 일이 생기니까 신경써서 처음엔 잠도 못자고 또 짠하게 만들더니, 이제 제가 다 하고 있으니까 좀 문제에서 회피해있고 싶어 하세요.

아무튼 저는 제 일때문이라도 복잡하고 살기 퍽퍽한데, 엄마가 벌려놓은 일 뒷수습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이런 처지가 스트레스이고 요즘 정말 머리아프고 힘드네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건물이 오래되면 당연히 화장실이나 다른 것들 나중에 보강공사를 해야할텐데(요즘 낡은 건물이나 지저분한 화장실 있는 건물에 누가 세 들어올려고 해요. 건물 외관이야 이것저것 인테리어 해서 분위기를 바꿀순 있어도 안에 있는 것들은 설비를 새로 공사해야되거든요)
그런것은 생각도 안하고 덜컥 사고, 그 뒷수습은 결혼도 안한 제가 하고 있네요. 내놔도 팔리지도 않구요.
엄마가 한평생을 본인 형편보다 훨씬 구질구질하게 살고 있고, 그것때문에 가까운 사람들도 대부분 질려하고 있는데
제가 요즘 하고있는 생활을 보면 엄마랑 너무 비슷하다고 느껴져요.
오늘도 누수 확인하다 이상해서 4평정도 되는 공간에 천장 도베를 끌게랑 칼 들고 저 혼자 다 뜯어냈어요. 시멘트 천장인데 단열스티로폼+도베 되어있는 곳이였거든요
시멘트 먼지 엄청 먹으면서 그 넓은 공간을 혼자 다 뜯어내고, 도배업자들 보다 더 험한일을 하고 있더라구요..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없으니 손 놓기도 참 뭐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제 처지때문에
아까는 진짜 죽고싶다는 생각뿐이였습니다.
도데체 어떻게 해야하나요.. 인생의 조언이 필요해요 ㅜㅜ
IP : 182.218.xxx.4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떤 상황인지
    '12.10.7 1:04 AM (121.130.xxx.167)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어서 조언을 드리기가 어려운데요,

    원글님이 어머니 일을 수습해야 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고,
    어머니가 아프시거나 해도 사실 생업을 잠시 놓고라도 돌봐드려야 하는 사람입니다.

    원글님이 나이가 어리셔서 감당하기가 힘드실 것 같긴 해요.
    또 공사 아저씨들이 워낙 여자 무시 많이 해서 일처리도 수월하지 않을 거고요.
    그럴 때 너무 돈을 아끼려고 하면 많이 고생스러우니까
    오늘 하신 일 같은 건 철거 아저씨(잡부) 부르면 5만원 정도면 해결됩니다.

    건물이 너무 노후해서 세입자들 다 나가야 할 정도라면 팔던지 신축해야 하는데
    재정 상황을 모르니 조언드리기가 어렵네요.

    융통할 수 있는 돈에 맞춰서 해야 할 것 같고,
    어머님이 벌리신 일을 수습하는 것은 앞으로 계속될 거니까,
    전에는 원글님이 어리셔서 어머님이 단독으로 결정하셨던 일들 중 중요한 것은 원글님과 상의해서 하도록 하세요.

    원글님이 다섯 살만 더 먹으시고 직장생활 계속 하시면 노련해지고, 여유가 생겨서 모든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힘내세요.

  • 2.
    '12.10.7 1:11 AM (121.130.xxx.167)

    그리고 아버지나 외삼촌 등이 관계가 돈독하여 도움이 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머니와 원글님 둘 뿐이어도 괜찮습니다.
    너무 서글퍼 마세요.

    저도 집에 일들이 많아 20대 중후반부터 어깨가 좀 무거웠는데
    지금(30대 중반이어요)은 부모님의 신임도 두텁고, 과거 그렇게 했던 것들이 다 제게 힘이 됩니다.

    남이 아니고 어머니 도와드리는 일이니까,
    힘내서 하시고
    또 나중에 그만큼 어머니와 원글님 두 분이 관계가 애틋하다는 것,
    훗날에 어머니 떠나신 뒤에도 과거 원글님이 도와드렸던 기억이
    두고두고 원글님 마음을 따뜻하게 할 거라는 것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보내시면 참을 만 할 거에요.
    힘내세요!

  • 3. 감사합니다
    '12.10.7 1:20 AM (182.218.xxx.46)

    오늘 하게 된 일은 원래 누수가 되어서 물이 떨어지던 곳만 천장 벽지를 떼어냈는데 오늘은 새로운 공간에 물이 고이는걸 봐서 그 부분을 하나씩 떼다보니까 다 떼서 봐야겠더라구요. 근데 일요일이고 오후고 하니까 사람을 부를수가 없었어요.. 또 어디다 알아봐야 할지 막막하니까 그럴봐엔 제가 해야지 싶어 목장갑 챙겨서 하게 되었구요. 대부분 이런식으로 소소한건(?) 제가 하게 되네요..

    아무튼 제가 엄마의 자식이니까 이제 엄마의 일이 생기면 제가 뒷수습 하는게 맞는거겠죠?

    그냥 너무 서글퍼요. 힘들고...좀 이런일 하고 싶지 않고 편하게 인생 가고 싶은데..구질구질 ㅠㅠ
    제가 나이가 너무 어린건 아니고 곧 30이긴 해요. 그래도 공대생도 아니였는데, 최근 몇년동안 별별일을 다 하고 사람 상대할려니 너무 피곤하고 엄마처럼 자꾸 구질구질한 일이 엮이는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드나봐요.

    바닥공사를 한 후 누수가 생겼는데, 공사를 맡았던 사람은 자꾸 자기 책임이 아닌걸로 피해갈려고 하고 저는 거기에 맞대응해서 누수원인을 찾으려 계속 다른 전문가들 통해서 알아보고 대응해야하고..또 싸울때가 생기면 싸워야 하고..
    이런게 인생 공부다 하고 그냥 담담하게 해결해나가야 하는게 맞는거겠죠?
    엄마는 나이가 드니 무서운게 많아지고 할말도 제대로 못하고, 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를 대신해 이런저런일을 해야하니 성격이 더 걸걸해지고.. 그냥 이런 상황이 서글픕니다 ㅠㅠ

  • 4. 잘하고 계세요
    '12.10.7 1:26 AM (121.130.xxx.167)

    잘 하고 계세요.
    그냥 너무 지쳐서 힘이 빠지셨나 봐요.

    그런 일 필요할 때 한다고 성격이 걸걸해지고 구질구질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니 걱정 마세요.
    원래 그런 분이 아니면 다른 상황에서 그런 성격 나오지 않아요.

    원래 30 넘으면 부모님보다 원글님이 더 강인해지는 게 맞아요.
    원글님이 어머니 도와드릴 수 있게 됐다는 게 그만큼 성장했고 강해졌다는 이야기니까 자부심 가지시고,
    지금 경험들, 원글님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자산이 될 거에요.

    제가 20대에 힘든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편하게만 자란 사람들보다 정말 많은 것을 보게 되었고,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지금은 정말 감사하고 있어서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자꾸 답글 달게 되네요.^^

  • 5. 정말
    '12.10.7 1:27 AM (124.199.xxx.79)

    많이 힘드시겠어요.
    지금까지 잘 견디고, 잘 해내셨네요.
    도배 뜯는 것 정말 힘들어요.. 쓰레기나오죠, 시멘트 먼지 떨어지죠.
    잘 해내고 계신데 심적으로 부담가는 상황에서 체력까지 힘드니 그런 생각 들만하지요.
    힘내세요.

    내가 왜, 나만 왜 이럴까 생각하지 마시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시면 되는 겁니다.
    힘드셔도 어머니 곁을 떠나실 것은 아니잖아요?
    건물을 팔고자 하시면 손해보고 라도 파시면 마음이 편하고요.
    수리하고자 하시면 이것저것 공부하시고 기쁘게 적극적으로 해보세요.
    그리고 안될 때는 그러려니, 그런가보다 하는 여유도 필요해요.

    참고로 저는 막힌 하수도 뚫고, 벽에 드릴질도 하고, 시멘트 반죽도 하고
    작년에는 6평방2개, 4평 2개를 이틀간 벽지 뜯고 도배 했어요.
    이렇게 사는 여자 사람도 있으니 위로받으시고 같이 힙냅시다. ^^

  • 6. ㅜㅜ
    '12.10.7 1:51 AM (182.218.xxx.46)

    눈물이 핑 돌정도로 위안을 받고 갑니다. 감사드려요 ㅠㅠ

    제가 해야하는 도리가 맞는거라 생각하니 그래도 받아들이게 되네요..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말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하나씩 해 나갈께요.
    사실 엄마랑은 그렇게 사이가 좋지는 않습니다. 서로 애증 관계라... 하지만 저 말고는 도와줄사람이 없으니 제가 할 수 밖에요..
    건물을 팔았으면 싶구요, 현재로썬 팔리지 않고 공사를 해서 좀 고쳐놔야 그나마 나갈 것 같아서
    공사를 몇달 걸쳐 몇군데 했어요. 이제 세를 놓고 몇달 안정기에 접어들면 내놨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또 하자가 생겨서 문제가 복잡해지니...
    보강공사 한다고 세 들어왔던 사람들 계약금이나 등등 물어주고 내보냈고..공실비 등등 손해가 많이졌어요.
    앞으로 어떻게 잘 해결될지, 사람들 상대하는것도 피곤하고 어떨땐 잠이 안오고 소화도 안되고 합니다.

    그래도 인생의 자산이 될꺼란 말씀에 힘이 나요..

    저도 근 1년안에 콘크리트 벽에 드릴질이며, 도배며, 장판이며,페인트나 핸디 바라는것, 시멘트 개는것도 저도 하구요 ㅎㅎ 전기 이어서 검정 테이프 붙여서 연결하거나 바꾸는것도 하고.. 생각해보니 이것저것 너무 많은것을 해보게 되었네요.
    정말님도 이틀동안 그 큰 방들을 벽지 뜯고 도배하셨을려면 정말 힘드셨을텐데..(제가 알아요..) 위안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은 계속 담담하게 하나씩 해결하며 살아가보겠습니다 ㅜㅜ

    좋은 밤 되세요~

  • 7. ...
    '12.10.7 7:30 AM (1.243.xxx.46)

    아가씨가 씩씩하게 대단하네요.
    이게 다 인생 공부라고 생각하시고 자산을 쌓고 경험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온실 화초에, 아무 것도 몰라, 다 누가 대신 해 줘, 하는 사람들보다
    아마 원글님이 나중에 훨씬 더 충만하고 행복하고 당당한 삶을 누리게 될 거예요.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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