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는 외국에 거주해서 일년에 한 두번 정도 만나요
이번 추석때 1년만에 시댁으로 다니러 왔더라고요. 동서에 대해서는 나쁜 감정 전혀 없고
오히려 멀리 있어서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조금 있어요.
사건은 추석 전날...식구들 먹을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양념LA갈비를 꺼내오시더라고요.
고급스러운 선물 포장아니고 그냥 플라스틱 일회용커다란 용기에 위에는 비닐로 덮여있는 거였어요.
윗부분에 인쇄된 스티커가 보이길래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깨알같은 글씨로 미국산LA갈비양념육이라고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그거 같이 굽던 다른 동서한테 이거 미국산인데 어쩌지 하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저희 아이 둘다 갈비를 좋아해서 분명 많이 먹을테고
알면서 그 모습을 보자니 너무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큰아이한테 살짝 가서 갈비 미국산이니 먹지 말라라고 얘기했더니 울상이더라고요.
제가 그러는 모습 동서들도 다 봤고요. 남편한테도 미국산이라고 일러뒀어요.
그리고는 드디어 식사시간...시어머니께서 저희 아이들한테 갈비 많이 먹으라고 특히 장손인
저희 큰아이한테 더 신경쓰시는데 저희 아이가 울상을 해서는 하나도 안먹고 버티니 너무
언짢아하시더라고요. 작은아이는 먹지 말라 했는데 아직 어려서 눈치 없이 자꾸 먹겠다 해서
할 수 없이 조금씩 잘라서 먹이고 말았어요ㅠㅠ
그런데 다들 잘 못먹는 눈치...남편도 몇점만 할 수 없이 먹는둥 마는둥...저는 아예 손도 안대고...
아무튼 그렇게 식사시간이 힘들게 지나갔어요.
그런데 명절당일 시어머님이 찜갈비를 하셨어요. 그런데 사돈댁에서 갈비를 해왔다고 남편한테 그러셨다길래
당연히 찜갈비를 동서 친정에서 보낸줄 알고 동서한테 찜갈비 보내셨냐고 많이 보내셨다고 그랬더니
동서 당황하면서 아니라고 어제 먹은 LA갈비 보내셨다고 그러더라고요.
전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라 동서한테 그랬냐고 내가 실수했다고 그렇게 얘기는 했는데
너무 미안하고 당황스럽더라고요. 어제 그 상황 동서가 다 보고 있었는데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제가 원망스러웠을까 싶어서 너무 걱정이 되네요.
동서가 저 많이 원망하고 욕하겠죠?
전 정말 눈꼽만큼도 생각 못했던거라 당연히 어머님이 사셨을거라는 생각만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그런데 제가 궁금한건 동서네가 형편이 좋지 않거나 그런것도 아니고 잘 사는 집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왜 그러셨을까요?
저 정말 미국소 너무너무 싫어해서 촛불집회에도 나가고 그랬거든요.
미국소 조심 또 조심하는데 이번에 아이들이 먹어서 너무 속상해요.
아무튼 제가 동서입장이라면 너무 민망했을거 같은데 제가 다시 사과해야 할까요?
참 미국소때문에 여럿 힘드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