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 유럽사람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어요. 아시아 사람들 얕보고 또 무시하는 게 참 싫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접해보니 부럽고 또 괜찮은 면도 있더라구요. 특히 그 여유로움. 얼마 전에 핀란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헬싱키에서도 한 참 떨어진 숲 한가운데에서 살다가 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엄마가 영어를 꽤 잘하는 거였어요. 그냥 빨리 말하는 영어가 아니라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거였죠. 어떻게 배웠냐고 물어보니 핀란드는 아홉살부터 영어를 필수로 배워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무도 핀란드 말을 배우려고하지 않아. 그러니 어떡해 우리가 배워야지."
"우리나라도 그래 요즘 한국어를 많이 배우긴 하지만 뭐 별다를 거 있겠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꽤 오랫동안 영어를 배우죠. 하지만 편안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기까지는 정말 피나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하지만 핀란드는 학교 수업정도로도 어느 정도 가능한 것 같아요. 언어구조가 비슷해서가 아니라 배움과 가르침의 태도가 달라서이겠죠. 우리나라는 뭔가 완벽해야하는 걸 추구하는 반면, 핀란드는 못해도 읽어보고 말해보게 격려를 해준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 핀란드 엄마 말이, 아홉살때부터 배워야 하는 필수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아이가 힘들어해서 그냥 안 가르쳤다고 이야기하는 걸로 보아 우리나라처럼 뭔가를 꼭 해야하는 새마을 정신은 없는 것 같더군요. 즉 필수교육이긴 하지만 그냥저냥 아이의 개인 성향에 맞춰서 가르친다는 거요.
아이가 힘들어하면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그 여유, 아이의 상태를 기다려줄 수 있는 환경이 너무너무 부럽더군요. 우 리나라는 교육제도에 아이들을 맞춘다면, 핀란드는 제도가 아이들에게 맞춰가는 거죠. 사람이 제도의 위에 있는 나라.
핀란드 교육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핀란드 사람의 자랑이 아닌 무심코 내뱉는 말들을 통해 가늠해보니 더더욱 부럽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