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지나고, 그냥 답답은 하고.. 하소연 할 때라곤 없어서 몇 자 적어봅니다.
저희 시집은 제사를 안 지냅니다. 종교적인 이유로요..
저흰 편하죠.. 굳이 음식 장만에 크게 신경 안쓰고 그때 그때 먹고 싶은 음식을 해 먹으면 되니까요.. 시아버지 계실때는 그나마 작은 아버지들이라도 오셨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시어머니께서 제사를 큰 형님댁으로 옮기니, 설에나 오시지, 추석에는 안 오시더라구요.. 그래서 식구라곤 시어머니랑 큰 형님네, 저희 식구, 그리고 장가안 간 시동생이 다예요..
그래서 올 추석엔 음식을 안 차리고, 가족 외식을 하기로 했어요.
시동생이 호텔급 부페를 예약을 했다네요.. 게다가 룸차지를 주고 룸까지 빌렸다고 해요.. 제 생각엔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낌새가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역시나 소주를 페트병에다가 부어 온다더라구요..
그러니까.. 몇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씨푸드 프랜차이즈 식당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거기에서 소주를 안 판다니..(안파는지, 아니면 소주값이 비싸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식당으로 출발하기 전, 큰 동서가 소주를 페트 물병에다가 붓더라구요.. 뭐하냐니까.. 맛있는 안주를 두고 술을 안 먹을 수 없다고.. 형님이 시켰다네요.. 참.. 그때도 어이가 없었어요.. 식당에서 물잔을 슬쩍 비워서는 거기다 소주를 따라 붓고 세 형제가 마시더라구요..
그래서.. 룸까지 돈을 5만원씩이나 주고 빌린다기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소주를 페트병에다 부어서 가져가더군요.. 뭐라고 제가 말은 못하겠어요.. 제가 그런 말 잘 못하는데다, 말 꺼냈다가 저만 이상하게 될 거니까요.. (다들 그게 별로 이상하지 않다는 분위기.. 울 남편은 이해는 하지만, 형제들한테 얘기 꺼냈다가 말도 안통한다고 아예 저한테 그냥 그러려니 하라네요..)
역시나 부페에 도착해서 시동생이 물잔을 몇개 더 달라고 하자, 웨이터분이 눈치를 채셨나봐요.. 왜 필요하시냐고.. 물잔에 인원대로 물을 다 채워드렸는데.. 하니.. 슬쩍 술을 마신다고 했나봐요.. 당연히 금지겠죠.. 가족단위로 식사하는 장소에서 옆좌석에서 술냄새 푹푹 풍기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안된다고 , 금지라고 했나봐요.. 어찌됐건.. 거기서 멈췄으면 좋았는데.. 웨이터 가고 나서 물잔을 다른데다 비우더니 결국은 삼형제가 소주를 부어 마시더군요..
저 이게 너무 싫어요.. 창피하기도 하구요.. 공중도덕, 혹은 에티켓에 어긋나는 행동하는거 정말 싫거든요.. 그런데 누구 하나 제지 안해요.. 큰 동서도, 울 시어머니두요..
심지어는.. 이런 장소에.. 울 동서는 항상 비닐팩이나 락앤락통을 넉넉히 준비해 옵니다.. 맘에 드는 음식 싸간다구요.. 이번에도 부페 먹고 나서는.. 울 시어머니한테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한 접시 가져오라고.. 비닐팩 넣어왔다면서.. 음식들 몇가지를 싸 가더군요..
시집와서 얼마 안 되었을 때... 한정식집에가서 음식을 먹고는 남은 음식 아기 먹인다고 (동서가 맞벌이거든요.. 그러니 반찬을 자주 안 만들어요...) 락앤락통에 생선이며, 나물이며 싸가지고 가는 걸 보고 좀.. 많이 놀랐어요..
근데 이후로는 음식점에 갈때마다 꼭 그런 걸 챙겨와서 싸간다거나, 맛있으면 한접시 더 달라고해서 그걸 따로 싸가더군요..
결혼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전 아직도 이런거 적응이 안되고, 적응할 생각도 없어요.. 일년에 몇 번씩 같이 식사할때마다 가기 싫습니다.. 그렇지만 어쩔수는 없지요.. 제가 그 사람들의 습관을 고칠 수도 없고, 근데 그걸 눈으로 보고 있으려니 짜증은 나고..
사람들은 별로 나쁜 사람들이 아닌데.. 이런 습관이 정말 시집식구들과 마음의 경계를 두게 만듭니다..
한번씩 남편한테 얘기하면.. 자기도 알지만 자꾸 어쩌겠냐고만 하고..
아.. 그저.. 언젠간 한번 공개적으로 쪽팔림을 당하는 일이 있어서.. 다신 안그랬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