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기 전엔 명절이 참 좋았거든요.
저희집이 작은집이기도 했지만, 명절땐 거의 제사에 안갔고
가더라도 엄마와 큰엄마가 챙겨주시는 맛있는 밥 먹고..
집에와선 편안하게 누워서 싸가지고 온 전이랑 과일 먹으면서 영화 다운받아서 보고..
참 천국이었네요 . 지금생각해보니...
결혼 2년차. 이제 겨우 4번째 명절이지만.. 참 지긋지긋 합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명절문화는 전혀 변하지 않았네요.
정작 자신의 조상님들 제사에서 남자들은 앉아서 도란도란 술마시면서 대화나누고,
여자들은 본인들은 보지도 못한, 전혀 상관없는 (?) 조상님들 위해서 아기 엎고 전부치고 설거지하고..
제사 지낼때도 뒷전에 빠져서 아이 달래고 얼르고..
제사 끝나고 상차리니 남자들만 우르르 앉아서 여유롭게 밥먹고..
나도 새벽부터 일어나서 애보랴 제삿상 차리랴.. 배고프고 쉬고 싶은데
무조건 남자들 먼저 먹고.. 며느리들은 남긴 반찬에 밥먹네요. 휴
시집가기 전에는 집에서 예쁨받는 소중한 딸이었지만
시집와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뒷전에 물러나서, 설거지 청소 도맡아 해야하니..
조금은 비약해서 생각해보면..
동등한 입장에서 결혼한 우리 남편, 시아버지.. 아주버님은..
어쩌면 자신의 조상님들 챙겨줄 여자들을 구해서 데리고 왔다는 느낌이네요.
맞아요. 일년에 두번뿐인 명절이지만 짜증나는 기분은 어쩔수가 없네요
마치 내가 남자들 뒤치닥 거리하는 시녀가 된 느낌.
왜..!!! 밥은 남자들이 먼저 먹어야 하는겁니까.
자기 조상은 이제 자기가 직접 챙겼으면 좋겠다는..
밖에서는 남녀평등인데. 왜 제사문화는 계속 여자가 뒤치닥거리 해야하는건지.
고생했으니 밥이라도 먼저 먹게 해달라구요!!!
소심하게 밥한그릇에 울적해지는 처자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