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어머님이 나서지 않으면 사형으로 끝납니다.”

yawol 조회수 : 3,059
작성일 : 2012-09-29 23:49:23

 

“어머님이 나서지 않으면 사형으로 끝납니다.”

 - 나를 재야 운동으로 이끈 만남  



                                                       이 정 이(6.15 선언 실천 부산 상임대표, 

                                                         부산 민주공원 이사, 부산 동의대 사건 가족 대표)                                                               


“어머님이 나서지 않으면 이 사건은 사형으로 끝납니다.”

문재인 변호사에게 이 말을 듣고 나는 몸져누웠다. 한 달을 일어나지 못했다.

자식이 사형 당할지 모른다는 말의 충격은 그처럼 컸다. 


1989년 동의대 사건의 재판은 정말 그럴지 모른다는 시퍼런 서슬로 시작되었다. 

동의대 도서관에서 농성한 학생을 진압하던 경찰관이 7명이나 죽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사건이 처음 발생한 당시 학생들이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언론은 학생들을 흉악범이자 고의적인 살인자로 몰아세웠다. 

경찰에서 기본 진압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거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잘못은 

훗날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었다. 


노태우 정부는 그 사건을 전 세계에 알려 미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 

다녀온 사람도 그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을 정도였다. 

정부는 학생들을 폭도로 몰면서 그걸 빌미로 민주화 운동을 말살하기로 

단단히 작심한 모양이었다. 


내가 문재인 변호사를 만난 건 그 사건 구속자 가족으로서였다. 


그때 나는 충격으로 드러누워 있으면서 곰곰이 문 변호사 말을 생각했다. 

내가 어머니로서 생명을 내놓아야겠구나. 그래야 이 사건을 풀 수 있겠구나. 

문 변호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나는 구속자 가족 대표를 맡아 

앞뒤를 돌보지 않고 뛰어 다니게 되었다. 


동의대 사건은 노태우 정부에서 가장 큰 시국 사건이었다. 구속자만 77명이었다. 

민변 변호사를 중심으로 공동변호인단이 출범했다. 

워낙 사건 규모가 커서 문 변호사가 그 사건을 총괄했다.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던 부모들도 

문 변호사와 만나면서 용기를 얻고 점차 제자리를 찾았다. 


문 변호사가 이 사건에 들인 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는 트럭 몇 대 분이라고 할 만큼 방대한 소송 기록을 꼼꼼하게 챙겼다. 

밤새 기록을 검토하다 아침에 수면부족으로 시뻘건 눈으로 출근하곤 했다. 


재판 과정에서 경찰이 고층 작전의 기본 수칙을 무시하고 

안전그물과 매트리스도 설치하지 않고 진압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추락해서 죽은 경찰관이 4명이나 되었다. 

도서관 화재도 학생들이 고의로 일으킨 것이 아니라 

기름이 증발하여 생긴 기체에 불이 붙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 변호사는 화재 원인을 밝히려고 모의 도서관을 만들어 화재 검증을 하기도 했다. 


문 변호사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가족에게는 

1심뿐만 아니라 2심까지 무료 변론을 했다. 변론비도 저렴했다. 

어떤 학생 부모가 그 사건을 모 변호사에게 들고 갔더니 

선임비로 1,000만원을 내놓으라고 해서 입을 딱 벌리고 돌아왔다. 

문 변호사도 직원 봉급을 줘야 하고 사무실 경비도 만만찮았을 텐데 

동의대 재판이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다른 사건을 맡지를 못했다. 


그런데 문 변호사는 그런 내색을 한 번도 하지 않아 늘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문 변호사가 혼신의 힘을 기울인 덕분에 구속자 가족들과 학생들은 희망을 얻었다. 

모든 언론과 권력이 학생들을 몰아붙일 때 

변호사의 사명인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었기 때문이다. 

문 변호사의 만남을 계기로 나는 23년이나 이어질 재야 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다. 

보람이야 크지만 고생길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얄밉기도 하다. 


내 남편은 말단 공무원이었다. 내가 시민운동의 길로 들어서자 

문 변호사가 남편 봉급 받아서 시민운동에 쓰면 3일이면 다 없어진다고 했다. 

내가 웃으며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 하니 

남에게 기대지 말고 시민운동을 하는 길을 권했다. 

내가 직접 돈을 벌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문 변호사 건물 1층에 복국집을 차려서 장사를 했다. 

그 수입을 시민운동 자금으로 썼다. 


따져 보면 동의대 사건으로 구속된 학생들이나 

도서관 진압 작전에 투입돼 목숨을 잃은 경찰관이나 다 시대의 피해자들이었다. 

노태우 정부가 그런 엄혹한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었다.  


생각하면 정부가 잘못해 이 나라의 서민을 못 살게 구는 일이 그치지 않는다. 

문 변호사가 내게 한 말을 이렇게 바꿔야 할 것 같다. 


“시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이 나라는 암담합니다.”

IP : 121.162.xxx.17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역사에
    '12.9.29 11:59 PM (211.194.xxx.146)

    공헌한 사람들이 있어서 이나마의 오늘이 있겠지요.
    뒤늦게 역사적 청소를 하느라 피흘리는 아랍의 봄을 보면서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 2. 참 한결같은 분이네요
    '12.9.30 12:14 AM (116.39.xxx.185)

    문후보님도 안후보님도 서로 다른 듯한 길을 걸어 오셨지만, 그 진심만은 같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있어요~~
    두분 다 진심으로 응원해요~~

  • 3. ....
    '12.9.30 12:30 AM (112.155.xxx.72)

    용산 사태랑 똑같은 일이 그때 이미 있었군요.
    이 소위 우파라는 인간들은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 같이 여길까요?

  • 4. 욕이 나오네요
    '12.9.30 3:18 AM (14.42.xxx.84)

    판단력 없는 어리석은 청년들의 무모함!! 동의대 사건으로 무고한 목숨을 잃은 경찰관들이 하늘나라에서 통곡하시겠어요.
    부끄럽지도 않아요? 살인자들이 민주화투사가 되는 어이없는 세상 -아무리 철없이 저지른 만행이라곤 하지만 경찰들을 감금한 채 출입구를 폐쇄하고 신나에 불을 붙이다니..
    미친 세상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82가 좌파들만 큰소리 내는 곳이지만 , 부모야 어쩔 수 없이 어리석은 자식들을 감싸줄 수 밖에 없었다지만 하늘이 보고 있는데 진실을 호도하지 맙시다!!

  • 5. ....
    '12.9.30 7:47 AM (113.131.xxx.24)

    윗님?

    경찰이 안전장치를 하지 않아서 추락사한 경찰이 4명이라고 하잖아요
    글이나 제대로 읽고 답글을 다세요
    독해실력이 떨어지면 가만히나 있던지

  • 6. 이런 사람이
    '12.9.30 9:38 AM (218.159.xxx.194)

    대통령 후보로 나오니 정말 행복합니다.

  • 7. 언제나
    '12.9.30 12:25 PM (58.233.xxx.187)

    사람을 사람으로 봐 주는 분이네요
    이 분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작은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을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649 쓰레기봉투 넣고 사용할 휴지통 추천 바래요^^ 1 알뜰맘 2012/11/08 1,296
174648 쟌슨* 소세지 계속 먹어도 될까요? 2 냉동실에 항.. 2012/11/08 1,703
174647 문재인후보 일자리 정책 중에.... 6 규민마암 2012/11/08 865
174646 얼마전 자궁외임신인것같다는 글썼었는데..다시한번여쭈어요 6 커피나무 2012/11/08 2,685
174645 박 캠프, 외신기자들 앞에서 ‘뉴스타파 제작진’ 끌어내 9 호박덩쿨 2012/11/08 1,880
174644 도와주세요!!!택시에 회사 컴퓨터를 놓고내렸어요 4 바람이 춤추.. 2012/11/08 1,544
174643 유단포 요걸루 살까요? 18 ㄷㄱㄷㄱ 2012/11/08 4,847
174642 클레베메리엔 허그팬티 5 임신준비중 2012/11/08 860
174641 "MB 5년, 전계층 실질소득 줄었다" 2 샬랄라 2012/11/08 898
174640 3살 5살 남자애 둘이 집안에서 신나게 놀만한 놀이 있을까요? 3 아들2명 2012/11/08 1,200
174639 일본산 방사능가리비 굴에 대해 농림수산부와 전화민원내용 3 녹색 2012/11/08 2,072
174638 돌싱모임 울림? 여기 잘 되네요'ㅁ' 꽃동맘 2012/11/08 1,398
174637 몰펀 블럭...조언 좀 해주세요.. 4 ... 2012/11/08 1,549
174636 [19금] 남편의 뜬금없는 노출 이거 정상인가요? 52 정떨어진다... 2012/11/08 21,659
174635 엘리자베스 캡슐화장품 써보신 분? 10 울트라 2012/11/08 1,788
174634 루이비통 딜라이트플 vs 토탈리 선택한다면? 9 가방 2012/11/08 2,023
174633 포켓볼의 새로운 프로 등장? .. 2012/11/08 693
174632 한해를 마무리 한다는 이미지로 뭐가 연상되세요? 9 ... 2012/11/08 1,428
174631 옛날 어머니들은 고생 장난 아니었을듯... 18 엘살라도 2012/11/08 5,716
174630 분당 판교 오피스텔 또는 원룸? 1 캐시 2012/11/08 1,420
174629 탄력 레이저 추천 해주세요 ! 2 ~ 2012/11/08 2,198
174628 대학원 다녀보신 분들 질문이요! 4 .. 2012/11/08 1,572
174627 들깨로 들기름 어떻게 짜서 드세요? 2 들깨 2012/11/08 1,177
174626 어린이식기 세트 추천 부탁드려요 1 밥그릇 2012/11/08 729
174625 구몬 일본어...어른이 해보신분 계세요? 4 성인 2012/11/08 3,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