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도 사람 걸리는 병 다 걸립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외로 일찍 찾아왔습니다.
이제 겨우 11살. 다른 집 개들은 15살까지 건강하게 산다더니 울 슈나우저는
10살부터 이런저런 잡병들이 오더니 급기야 두달 전 심장병 진단을 받았어요.
심장병 약값만 하루 8천원. 한달이면 2십4만인데 울 가카 덕분에 10퍼센트 더
얹어서 2십 6만이 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포도막염에 귓병.
만성적인 피부병... 고가의 사료... (대포장 사료로 두달먹습니다. 한포에 10만원.
처방전 사료라 이 또한 10% 부가세 또 얹지요. 허허..)
처녀적부터 키우던 녀석이라 끝까지 데리고 있을 예정이지만 이건 정말 부담이
커도 너무 큽니다. 심장병 약과 사료, 각종 다른 약... 약값만 들면 어찌하겠지만
안압검사도 일주일에 한번씩 하고 (한번 하는데 만육천원) 심장병 약 먹게 되면
이런 저런 검사를 수시로 해야하지요.
계산해보니 평균 40은 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심장병 약은 포기
하고 고혈압 약만 먹이기로 했죠. (혈압 190이랍니다.)
근데 이 혈압약도 하루에 3천원. 한달이면 구만원돈인데 망할 10% 부가세까지
십만원입니다.
애기때나 젊을 적엔 돈 별로 안들었습니다. 고질적인 피부병이 있었지만 어찌어찌
민간처방으로 버티고 심해지면 항생제 먹여도 한달 10만원이면 떡을 쳤는데 나이
먹고 아파지니 저번달에 각종 검사에 약, 등등으로 50에 가까운 돈이 들더니 이번
달도 포도막염 도지고 어쩌고 해서 벌써 30만원입니다.
저저번달에도 이십 이상 썼는데....
심장병은 이제 2기랍니다. 약 없어도 일년 이상 살 수 있답니다. 다만 고통스럽
겠지요. 약 먹이면 오래 살 수 있답니다. 최소한 고혈압약이라도 먹이면 고통이
조금은 덜하겠죠. 고혈압 약에 심장병약 성분도 좀 있다고 하니까요.
무지개 다리 건널때까지 지켜주리라 맘 먹었는데 이제 고작 두달 지났것만 힘이
부칩니다. 안그래도 지난해부터 방광결석과 더 심해지는 피부병, 젊을 적에는
금방 낫곤 하던 귓병이 이젠 만성이 되려는지 자꾸 재발하고... 거기다 눈병까지 겹쳐
병원비가 달에 20만원이 넘게 깨지고 있었습니다. (전 병원 간식 일체 안사고 옷도
안사입힙니다. 미용도 제 손에서 해결하곤 했지요. 지금은 넘 힘들어서 병원에서 묭
시키고 있지만... 그 전에는 다 제가 했어요)
안구건조증이 생기며 안연고를 넣어주는데 이 약값도 만만치 않아요. 거의 오만원.
한달쯤 씁니다.
되도록 카드값 삼십 안팎으로 쓰려고 노력 중인데 이 녀석 때문에 오십이 훌쩍 넘고
그 이상을 기록하는 달이 많아졌습니다. 급기야 저는 임신 상태.... 일도 그만두었고
남편 혼자 외벌이인데 공뭔이라 15년 일해도 지방직에 기능직이라 220 내외입니다.
남편 고생하는데 내가 데려온 개 때문에 돈이 줄줄 새는 것도 미안하고....
곧 애도 태어나는데 저 월급으로 울 슈나우저 병수발하며 아기 건사하기 힘들 것 같고...
울 부부 나이는 많은데 모아놓은 돈도 없고... 기껏 친정살이하는 신세입니다.
그 껀에 대해서는 남편 잘못이 많았죠. 결혼 4년동안 부지런히 모아서 문제 해결했고
이제야 늙은 나이에 아기 가졌더니 울 슈나우저가 덜컹 저런 병에 걸려서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제가 데려온 생명이니 끝까지 책임지는게 맞는데 자꾸만 못된 생각이 드네요.
고혈압 약 끊고 포도막염치료만 해주고 제 수명대로 한세상 살고 가게 해주면 어떨까...
과연 내가 울 슈나 아파하는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을끼...
생후 이개월에 데려와서 지금껏 호강은 못해줬지만 (산책도 겨우 일주일에 한번해줬고
직장 생활하느라 충분히 놀아주지도 못했고... 말년에는 주인이 임신을 해서 입덧이다
피곤하다 뭐다해서 충분히 케어해주지 못해 잘 생기지 않던 귓병이 만성이 되어버린것
같아 더 미안합니다.)
하지만 뱃속에서 꼬물대는 아기 생각하면... 이 아가에게 해줄 것이 너무나 많은데..
기저귀 값이며 뭐며 들어갈 돈이 많겠죠. 남들은 150 가지고도 4인가족이 생활하것만
나는 남편이 벌어오는 200넘은 돈으로도 맨날 모자른가.... 신랑이 술 담배 많이 하는
편이긴 합니다. 고정 지출이 월 160이 넘어요. 공무원이라선가 경조사도 많고...
친정살이하느라 적지만 생활비도 드리고... 쥐꼬리만큼 드리는데 안드리면 엄마도 힘들어
하십니다. 줄일 곳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내가 데려온 슈나우저 병수발을 어찌할지... 아무리 그래도 혈압약이라도
먹여야지 싶다가도 돈 생각하면 한숨나고.... 내 옆에서 코골고 자고 있는데 저 코골이 소리
도 심장에 무리가 가서 내는 소리가 아닌가 싶어 마음 졸여지고...
이렇게 살아있는데 약도 안먹이려는 나는 나쁜 주인이다 싶어 또 마음 아프고...
이 녀석과 십년 세월 지냈는데 이래저래 마음만 아픕니다. 약은 최소한만이라도 먹여야겠
지요. 하지만.... 동물병원 영수증 보면 또 한숨이 나옵니다. 추석 지나고 또 안압검사하고
눈병약 사야하는데.. 그럼 또 얼마를 지출해야 하는가.
(눈병인 포도막염은 이번이 두번째 재발입니다. 불과 두달 전에 완치했는데 또 도졌다네요.)
강아지 키우실 분들 아기 때는 돈 들일 별로 없습니다. 건강한 강아지는 사료값이나 간식
값외엔 지출할게 진짜 없어요. 버릇만 잘 들여놓으면 편합니다. 그런데 세월 지나 금세 나이
드니 병이 폭풍처럼 몰려오네요. 방광결석, 눈병, 귓병, 피부병, 심장병, 온갖 병,병,병....
잘 생각하고 키우세요.
옆에서 아무 생각없이 잠자는 녀석이 애잔하고 내가 한심해서 글로 푸념했습니다.
지금은 2기라 증상은 없습니다. 하지만 3기로 넘어가면 숨쉬기 어려워지는 등 각종 심장
병 증상들이 나타나겠죠.
그저 바램이 있다면 심장마비로 고통없이 가주길 바랄뿐..........
휴... 카드값 생각하면 또 앞이 캄캄하고.... 그냥 버틸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