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서너번 저 포함해서 세명이 뒷산으로 등산을 다니는데, 등산로 난 길에서 좀 더 가면 험하지 않은
산속에 밤나무가 많이 있어요.
동네 뒷산이라도 하루에 수백명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봄에는 봄대로 봄나물들을 산에 등산하다 채취하고, 벰딸기도 잔뜩 자생했는데 뭐에 좋다 했는지 산에서 보면 검은 봉지 들고 호미들고 다들 캐가고 나서는 뱀딸기의 예쁜 꽃과 열매 모습을 볼 수가 없답니다. 어느 한날은 등산로 바로 나무 등뒤에 산둥글레가 많이 있는 모습을 발견했는데 기분이 좋드라고요. 파란 잎도 싱그럽고, 여름 무렵 방울처럼 생긴 하얀 꽃에서 피는 향기가 은은해서 코를 즐겁게 해주고, 우울했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줬던 둥글레였는데 저만 혼자 본게 아닌지 어느날 집단으로 없어졌더라고요-.-;;;;
지금 같은 가을엔 밤과 도토리.. 특히 밤 자체가 남아나질 않더라고요.전전주 9월 초 밤 송이가 파래서 아직은 영글지 않았는데도 기어이 나무를 분질러 가면서도 밤을 까서 가져가더라고요. 길 옆에 있는 밤나무들의 밤들은 아예 구경도 못하고,
톱들고 와서는 밭 일구면서 밤나무 한그루 싹둑 잘라서 까고(노인들은 내년을 생각 안해요)
그러다가 저랑 다니던 두사람이 산에 밤을 주으러 간다고 하더니 가버려서 전 그냥 벤치에서 혼자서 기다렸지요.
안내려오길래 저혼자 간다고 문자 보내고 내려왔는데, 담날 만나서 자기들 밤 주워온 애길 하는데 그중 한언니는 전과가
화려해요. 매년 그곳에 가서 밤을 주워다가 알맹이 벗겨서 냉동실에 쟁여놓고 밥해먹는대요. 그래서 어느 밤나무가
큰 밤이 열리는지 아주 훤하더라고요. 얘길 듣다보니 저도 가고 싶어서 따라 갔는데
산 전체가 밤산인데 밤줏으러 혼자서 온 아줌마도 있고 (그곳이 좀 후미져서 뭔일이 나도 아무도 모르겠더라고요)
둘이, 혹은 삼삼오오 군데 군데 웅성거리는 소리 사이로 사람들이 제법 많은겁니다. 다들 검은 봉다리에 그득그득
전 밤가시에 찔리고, 뭘까라는 건지 아무것도 없이 파랗게 떨어진 밤송이 밖에 없는데 뭘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이동을 해서 쫓아다니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한 20개 줍고선 너무나 돌아다니기가 힘들어 문자 남기고선 모르는
다른 일행들이 나가길래 따라서 등산로로 나와서 벤치에 기다리는데 한참후 나오는데 .묵직한것이 2kg는 된듯 하더만요.
이렇게 두번씩 주웠으면 그만인데 맨날 올라가서 주워서 옵니다.
한 언니가 유독 욕심이 많은지 전 산만 올라가고, 정상도 힘들면 안올라 가는 편이라 밤줍는일은 아예 안하거든요.
이런 저니 같이 가잔 말 안하고 다른 사람들과 올라갔다 오더라고요. 문자 씹고,
암튼 참 욕심 대단합니다. 그 밤 때문에 청솔모나 다람쥐들이 더 분주해져서 사람 가까운 민가까지 내려와서 자디잘은
밤을 줍느라 사람한테 피해볼까? 위험해보였어요.어젠 제가 이젠 그만 줍고, 다른 산짐승 한테 남겨줘야 하는거 아냐? 우린 사서 먹을 수 있고,먹기 싫음 버리기도 하는 밤인데 걔내들은 한철 먹어야 할텐데 너무 사람들이 다 주워가면 걔내들은 어떻게? 했더니 괜찮다네요. 산속 깊은 곳에 밤나무들 다 알고 있어서 알아서 먹고 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