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수성가한 남편에게 콩깍지 씌여 결혼한 여자예요.
사랑이 뭔지, 하지만 너무나 반듯한 남편에게 끌려
저희집에서 결혼식 비용이며 집에 들어가는 돈까지 거의 다
부담하고, 예물과 예단은 거의 하지 않고 결혼했어요.
그래도 저희 친정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남편의 좋은 점만을
보시려고 하면서 걔가 힘든 과정에서도 잘 자랐다는 말로 항상 저를 다독이셨어요.
제가 맏이였는데, 항상 성취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 심했고 그로 인해 사실 전 너무나 착한 맏딸이었어요.
결혼하고 나서 1년후에 아주버님과 형님께서 이혼하셨어요.
아주버님은 종손이셨는데, 시아버지 기일 제사와 명절 차례상 차림은 저에게 주어진 정말 싫은 의무였어요.
제사 처음할 때 언제까지 이걸 해야 하느냐하고 많이 싸웠는데, 꾸역꾸역 했고
이혼한 시누는 시댁에 갈 필요없으니 저희집으로 와서 설겆이를 하기도 하고 음식도 전을 부쳐온다던지 하며 같이 지냈어요.
기일 한 달전이나 명절 한 달전부턴 몸이 괜히 아프고ㅡ 마음은 우울하며
눈물이 시도때도 없이 갑자기 나고 남편에게 짜증이 두 배로 더 납니다.
남편은 니가 힘들지 하는 말은 없고ㅡ 음식할 때 좀 거들어주는 정도입니다.
아주버님은 남편과 거의 의절하다시피 하여 제사와 명절에 오진 않습니다.
전 결혼전부터 아주버님이 뭐하고 지내시는지 몰랐고, 그건 시댁 식구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한량에다가 주사가 있으셔서 시댁에선 거의 인간 취급을 안하는 분위기였거든요.
얼마 없던 재산마저 자기가 몇 해전에 다 팔고, 시어머니가 수술 두 번 하셨는데 그 비용과
병원비 다 저희만 냈습니다.
병원에 모신 지금은 아주버님께서 병원 비용은 부담하세요.
그런데, 제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친정이랑 시댁이랑 차로 한 시간 거리인데
언제부터인가 친정에 잘 안 가려는 거예요.
하긴 친정 어머니는 스케줄이 항상 빡빡하신데, 저희가 가도 스케줄 다 소화하시죠.
친정 아버지께선 아직도 일하시구요.
이번 추석때도 안 갈려고 제사만 지내고 돌아오는 주말에 가자는 둥 그러다가 제가 그래도 맏사윈데
동생들과 제부 볼 얼굴이 없다고 우는 소리하니 겨우 가자는 겁니다.
도대체 이 남자의 마음은 뭘까요? 자기가 처가에 가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