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 10년차 애 둘 키우는 30대 후반으로 직장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렸을때 부터 어렵게 살아와서 그런지
지금은 그럭저럭 제가 돈을 버는데도
남한테는 쓰는것은 그다지 아깝지가 않은데 유독 저 자신에게는
궁상맞게 돈을 팍팍 못 씁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돈도 써 본놈이 쓰나봅니다.
그리고 제가 제 자신을 귀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없는것 같아요.
나를 사랑하지 않고 자신감이 없는것 이걸 자존감이라고 하나요?
제가 저를 귀하게 생각 못하고 그러니 저한테는 돈도 못쓰는것 같아요.
제가 살아온 얘기를 간략히 해보면
부모님이 두분다 국졸이고 아빠는 쥐꼬리만한 월급주는공장에서 일하고
엄마는 평생 아빠가 벌어다주는돈 아껴서 쓰는것 밖에 모르는 분이셨어요.
게다가 저희는 형제가 무려 4명이었으니 못 배운 아빠는 어깨가 늘 무거웠을것 같아요.
근데 두분이 사이도 엄청 안좋았어요. 술만 마시면 부부싸움에 가정 폭력까지
하여간 막장집안이었습니다.
하여가 저희는 뭐든 절약하고 아끼는것만이 우리의 생존법이었던것같요.
어렸을적 목욕비 아끼려고 전 목욕탕을 간적이 한번도 없고 짜장면 찜뽕같은것도
대학 졸업할때까지 식구들끼리 사먹은적 한번도 없고 엄마께서 직접 만들어주시고..
그래도 옷은 메이커 좋은것 사주신 편이고 책 필요하다면 용돈도 넉넉히 주는 편이긴했으나
제 마음속으로도 아빠가 회사에서 짤리면 우린 뭐 먹고 살지.. 이런 불안감이 있어
아빠가 월급받아올때 한푼이라고 미리 미리 저축해둬야 한다. 이런생각을 저도 어렸을때부터 했던것 같아요.
중고등학교때 친구들 매점가도 저는 흔한 아이스크림등을 매점에서 거의 사 먹질 못했어요.
부모님이 그래도 그 정도 돈은 주셨지만 아껴써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쉬는 시간에 매점도 안가니 쉬는 시간에도 공부만했고
다행이 공부는 잘해서
좋은대학 좋은과 나와서 지금은 돈을 꽤 잘 버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저한테 쓰는 돈은 잘 써지지가 않아요.
일단 제가 바빠서 쇼핑할 시간도 없지만 또 쇼핑을 잘할 자신도 없고
옷을 센스있게 입고 고르는 안목도 없습니다.
백화점에서 제 옷을 산지 4년은 넘어서 이제는 제대로 된 옷좀 사야될것
같은데 백화점 가는게 주눅이 들고 물건 보는것도 어색하고 그렇습니다.
화장품도 백화점에서 산 적 평생 한번도 없고
10년된 아이새도우 립스틱을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b
'아직 쓸만해' 하면서 잘 버리지도 못해요. 저 참 궁상이죠ㅠㅠ
가만 생각해보니 참 궁상도 병이다 싶습니다.
돈 많이 모아봤자 모아서 뭘 하고 싶은것도 없습니다.
집 평수 늘리는것(?) 좋은차 타는것(?) 명품가방 명품옷 사는것(?) 별로 관심있는일도 아닌데
그런데 왜 쓰지도 못하고 모을까?
저 참 한심한것 같아요.
궁상떠는 습관 버리고 당당하게 백화점에 가서 쇼핑하고 싶어요.
저 자신에게도 팍팍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