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시어머니 이야기가 많이 올라와서 저도... ㅎ
결혼 후 10년 간은 시부모님 이야기에 말대꾸 하면 안 되는줄 알고 시키는 것은 다 해야 하는 줄 알고 지냈더랍니다.
일도 잘 못하면서 착한 며느리 컴플렉스에 장녀 컴플렉스까지 있어서...
시댁만 다녀오면 스트레스로 남편과 한바탕 하게 되고.. ㅎ
10년간을 휴가 때 시댁 말고 다른 곳에 가본 적이 없었요.
휴가 시즌 다가오면 시어머니께서 언제 내려오냐고 챙기시니...
명절 때 시댁에 갈 때마다 시어머니께서 시아버니의 와이셔츠 스무몇장과 양복바지 7~8벌, 한복 저고리, 바지에 두루마기까지 다 꺼내놓고 다리라고 하시더군요.
시부모님은 가게세 받아서 생활하시고 1년에 와이셔츠 입는 날이라고는 누구 결혼식이나 장례식 갈 때가 전부인데 며느리가 왔으니 집에 있는 와이셔츠는 다 꺼내놓고 데리라고 하시는 거죠.
그렇게 지내길 정확히 10년.
간이 붓는다고 해야할까요?
시어머니께 당당히 이야기 했습니다.
"어머니, 세탁소에서 와이셔츠 한장 빨아서 다려주는데 1000원이면 되구요. 한복도 명절 때 한번 입으시니 그 때 그 때 드라이클리닝 맡기면 되요. 제가 맡기고 갈까요?"
휴가 때 언제 내려올꺼냐는 시어머니 전화에 "어머니, 저 그 동안 10년간 바닷물에 발 한번 담가본 적 없으니 이번엔 쉬고 싶어요. 애들 아빠랑 애들만 보낼께요"
명절 때도 시누이들 올 때까지는 혼자서 음식 다 준비하는데 막상 우리 식구들만 있을 때는 시어머니께서 고기 반찬은 꺼내놓지도 않고 평소에 먹는 음식 그대로 먹다가, 명절 날 오후에 시누이남편들 오면 그제서야 제대로 차려내구요. 어느 해는 추석이 9월 초였는데 안 먹고 아낀 음식이 상한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어머니, 음식 부족하면 제가 더 사올께요. 저희가 와서 길어야 며칠 있다 가는데 미리 음식 해서 맛있게 먹어요"
등등.
하고 싶은 말 속에 담아두지 않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10년은.... 그야말로 시댁에서 내놓은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
휴가 때는 물론이고 명절 때도 가끔씩은 남편과 애들만 시댁에 보내고...
저도 회사 생활 아직까지 하니 나를 위한 휴가가 필요하다고 당당히 밝히구요.
시어머니께서 그 당시에는 당황하신 것 같았지만 점점 적응하시는 것인지 바뀌시더군요.
표현 안 하면 바뀌는 것 없습니다. 알아서 대접해줄꺼라는 생각은 버려야겠더군요.
며느리니까 당연하다 생각하고, 며느리들 스트레스 받는 것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
성격 까칠한 며느리라 말 듣는것이 훨씬 낫습니다. 스트레스로 끙끙 앓는 것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