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8월에 아파트 단지 안에서 돌아다니는 갈색 믹스견을 데려와서
4일 데리고 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보냈고
보호기간 20일이 다 되어가서 안락사 위기에 놓였다고,
혹시 입양처를 알아볼 수 있는지 글 올렸었던 사람이에요.
결국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어
지난 토요일에 경기도 양주에 있는 동구협에 가서
그 강아지를 데리고 왔습니다.
임시보호로 하고 입양처를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품종도 없는 개를 키워주겠다는 곳이 있을리가 없으니
이젠 제가 평생을 책임져야 하겠지요.
댓글에 차라리 길 위에 다니게 두는게 낫다는 분도 있었고
개들의 아우슈비츠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책임지지 못할거면서
왜 거길 보냈냐고 제 행동을 비난하셨던 분도 있었어요.
그런데요, 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들을 보면 설마 버려졌다고 생각하지 못해요.
잠깐 집을 나왔겠거니 싶어 제가 보호하면서 주인 찾아주려고 하는거죠.
전단지도 붙이고 경비실도 돌아다녀보구요.
그래도 안될 경우, 동물구조협회에 보내면,
개를 찾고자 하는 분들은 어지간하면 그곳에 오시니
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양처도 그 분들이 알아봐주시니 제 인맥보다야 낫지 않을까 싶었구요.
동구협에 가서 느꼈던건, 그곳에 계시는 분들 역시
사랑으로 개를 돌봐주는 분들이라는 겁니다.
시설, 열악하지 않고, 직원도 있고 봉사자들도 있습니다.
있는 동안 잘 챙겨주려 노력하시는거,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안락사 시킨다는 것이 마음 아프죠.
그렇다고 해서 길 위의 삶이 그곳에서의 짧은 20일보다 낫다고는 말 못할겁니다.
지난 토요일에 저희 말고 다른 부부가 와서
14살이 된 요크셔테리어를 찾아가셨어요.
늙어 기력도 없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눈도 뿌연 녀석이
어쩌다 집을 뛰쳐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남들은 버린 강아지인줄 알았을 그 녀석을
참으로 소중히 데려 가시더군요.
오늘 동물농장을 보면서 관리해주시는 분들의 눈물을 보면서,
상처받고 버려진 개들을 보면서
저도 딸아이도 많이 울었습니다.
아마 갈색 믹스견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죄책감에 차마 끝까지 못보았겠지요.
보호소에 있는 동안 감기가 걸렸고 그 감기를 집에 있는 개에게까지 옮기는 바람에
밤마다 기침소리에 잠을 못잤지만
이젠 많이 회복했고
녀석도 마음이 놓이는지 더 이상 사람만 따라다니거나
혼자 있다고 낑낑 우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제가 왜 쓰고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더라도
조금 더 안전한 곳에 머물 수 있도록
모른척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고,
보호시설에 대한 나쁜 인식을 거두는 것이
그곳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같고,
혹시 우리 강아지 떠올리시고 궁금해하실 분들에게 소식을 남길필요도 있을 것같아
글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