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은 지도자로서의
'철학' 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대빵' 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관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이 나라의 절대자가 되겠다!' 고 해서 어느날 갑자기 툭~! 하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난
이래로 여러 경험을 하면서, 그 와중에 성공도 경험하고, 실패도 경험하고, 쓰디쓴 아픔도 맛보고, 극적인 성취감도
맞보고~~~ 이렇게 온갖 것을 다 체험한 끝에 그것들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하나의 아젠다를
이룸으로 인해 생성되는,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는 것이죠.
이것을 흔히 전문적인 용어로 '철학' 이라고 하는 겁니다. 좀 쉬운 말로 하면 '소신' 이라고도 볼 수 있겠구요.
그래서 우린 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과 대화를 통해서 100프로까진 아니라 할지라도 대충 이 사람이
어떠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를 어림짐작은 해볼 수 있습니다.
(연애에서도 그렇잖아요.)
근데 박근혜씨는 이런 경험이 사실 좀......없다고 봐야겠죠.
뭐 학교생활은 남들과 똑같이 했다고 하더라도, 뭔가 스스로 성취를 해내고, 치열하게 살아본
그러한 것이 없습니다.
최소한의 인생 과정이 없으니 자기 정체성이 제로에 가깝다는겁니다.
한가지는 있죠.
아버지에 대한 정치적 복권. (89년 인터뷰에서 이 대목이 분명하게 나와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선 공도 분명하게 있고, 사도 분명하게 있다고 저는 그렇게 봅니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하여 마침내 드디어 결실을 본 세종시, 이걸 최초로 기획한 사람은 바로 박대통령이었습니다.
79년에 국내외 건축, 도시계획 관련 전문학자들을 총망라하여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계획을 은밀하게 세웠었는데
그게 바로 '수도이전을 위한 백지계획' 이라는 명목하의 신행정수도 이전이었습니다.
박근혜가 세종시 수정안 파문 때 끝까지 세종시 시행을 고집한 이유는, 충청권 표심도 있었겠습니다만
바로 그 계획의 최초 설계자가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점도 저는 분명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해봅니다.
그 외에 부가가치세라던지, 지역별 특성과 개성을 살린 경제발전 계획 등등...
박정희 정부 시절의 여러 정책들은 어찌보면 보수보단 파격적인 진보쪽에서나 할 수 있을법한 것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뭐 결혼을 안해봤으니 뭘 알겠냐~ 는 이런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굳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지도자 역할은 잘할 수 있는 법이니깐요.
그치만 박근혜는 그러한 것이 전무합니다.
물론 의회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부분이야 이명박 대통령보단 나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국가지도자로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시대정신, 즉 이 시기에 이 정부에서 무엇을 어떻게 계획하고 추진해야 하느냐에
대한 절실한 고민과 깊이있는 연구에서 나오는 의제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박근혜의 최근 발언을 보면, 단순히 표심을 잡기 위함에서 나오는 그 때 그 때의 분위기에 맞춘 '일시적인 정책' 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그런데도 출종제 및 금산분리 강화 부활에는 반대합니다.
아니 복지를 아젠다로 내세우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이미 그 생명력이 다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것이
저는 도통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FTA를 추진하겠다면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 또한 영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 점에서 문재인 후보는 재재협상은 해야 한다고 말하죠. 최소한 말의 아귀는 틀리지 않습니다.
폐기는 이미 힘들어진 시점이니깐 그 때의 세계정세 및 경제적 흐름에 따라 FTA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는
그러한 메세지는 분명하게 담겨져 있다는 것이죠.)
5.16 관련 발언도 그렇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다가
2012년엔 최선의 선택, 그러다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라고 계속해서 말을 바꿉니다.
아버지의 공이 있다고 하더라도, 5.16은 명백한 쿠데타입니다.
군인들이 헌법을 짓밟은 것이죠.
유신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건 완벽한 의회 쿠데타입니다.
세상에 어느 민주국가가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직접 임명하는 '유신정우회' 같은 제도를 둡니까?
아버지를 부정하긴 싫고, 그런데 대통령은 해야겠고.....
이러니 자꾸 언발란스가 일어나는 것이죠.
그렇다면 당에서 누군가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 박근혜 후보한테 찍힐 각오를 하고라도 옳은 소리를 해야합니다.
근데 다들 후보 눈치만 보면서 슬슬 기고 있죠.
그러다가 인혁당 사건관련 실언이 터지면서 중도층이 야권 쪽으로 확 넘어가 버린겁니다.
우리나라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한 6.29 직선제 수용 이후 탄생한
5년 단임제 대통령 이래로, 5~6퍼센트의 중도층을 흡수하지 않고 '확고한 자신의 지지자' 들만으로
대통령이 된 인물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87년 대선만 하더라도 노태우가 '이제는 안정입니다.' 라는 슬로건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수도권에서
중도층을 조금이나마 포섭했기 때문에 그 낮은 지지율로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선거 전략에 따른 그 때 그 때의 수정방안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하는 자기 정체성만큼은, 표심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되는겁니다.
그래가지고서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등의 열강이 둘러싸고 있는 이 한반도에서 어떻게 외교를 잘해가지고
우리나라를 발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겠습니까?
역사관도 심각한 문제입니다만 그것보다도 더 심각하게 우려되는건 바로 '無' 그 자체의 박근혜 철학입니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가 진짜로 대통령이 되면 참 위험하겠다고 느껴지는 여러 요인중 하나라고 저는 규정짓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