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빠 길냥이

gevalia 조회수 : 1,237
작성일 : 2012-09-19 15:38:13
이 와중에 전 또 꾸준히 고양이 이야기를..
 
아침에는 바빠서 자세히 쓰지 못했습니다.
 
작년 노란색 길냥이를 잡아 병원에 데려간게 바로 오늘이네요.
온 몸은 벌레에, 살이 빠져 가죽이 늘어진게 눈으로 보일정도였고, 앞니는 다 빠져있었죠. 겨우 비실비실 걸어서 밥을 먹으러 왔어요. 뒷문을 열고 나가면, 그래도 멀리서 절 보고 휘청대면서 뛰어왔죠. 지금도 눈에 선 하네요.. 마음이 너무 힘들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도 생각할 정도였는데, 제가 보살폈어도 작년 겨울을 넘기지 못했을 거란 의사말을 위로삼으며 여러날들을 보냈습니다.
 
이 녀석을 떠나보낸 후 웹을 이리저리 찾아보며, FIV에 걸렸어도 실내에서 보살피면 충분히 오래 살수있다는 것도 알고, 침을 통해 전염될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밥그릇 같이 쓰며 같이 키웠는데 옮기기는 커녕 잘 만 오래 살더라는 고양이주인 이야기도 많이 봤어요. 그런데 의사들 입장에선 천만분의 일이 확률이라도 일어났다면, 전혀 없는 일이 아니니 일어날수있는 일로 생각하고 주의를 주는것 같습니다.
 
이 아빠길냥이가 싸우는 걸 많이 봤어요. 고양이들 싸우는 걸 직접 목격한게 처음이었는데..정말 무섭게 싸우더군요..전 둘 중 하나 죽는 줄 알았어요. 뒷골목에서 싸우는 걸 말리길 몇 차례 했죠.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한국말로 이 녀석들아 밥먹고 기운내 싸우라고 밥주는 줄 아니 싸우지 말라고 야단치며 나뭇가지로 떼어놓았어요. 그래도 잘 안 멈춰요. 엉켜붙어 뒹굴면서 저 쪽으로가서 또 싸웁니다. 아마 바둑이 무늬 고양이도 FIV 양성 아닐까 생각되네요. 목을 물고도 싸웠거든요. 첨엔 하나는 죽었겠구나..생각하고 다음날 나가보면 또 온몸이 상처인 채로 앉아있어요. 사진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러니 제가 무서워서도 이 아빠길냥이는 만져볼 엄두조차 안 냈고, 제게 가까이오면 사실 무섭기까지 했어요.
 
노란냥이를 보낸 후, 다시는 제 손으로 안락사에 동의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초 동료가 발견한 다리부러진 길냥이를 발견해 같이 병원에 데려갔죠.. 의사왈 다리뼈가 산산조각이 났다고 했고, 몸안에 피도 모자라 간신히 뽑아서 혈액검사를 했는데 류키미아로 나와서 안락사 외엔 사실 방법이 없더군요. 차에 치인후 얼마나 고통에 땅에 뒹굴었는지 온몸이 말이아니었어요. 이젠 좀 그만 울자 싶었는데 또 눈물이 그냥 나오더군요. 동료는 천주교 신자였는데, 모든 동물은 천국에 가니 그만 슬퍼하라고 하더군요. 유치하지만, 전 며칠을 기독교인 친구들을 만나면, 정말이냐고 확인하면서, 종교가 없는 저는 그 후 저 대목만 발췌해서 믿기로 했습니다.
 
여하튼, 제가 아빠 길냥이를 어제 데려갈땐 이런저런 검사와 중성화를 시켜 당장은 아니더라도 cat sanctuary라고 불리는 평생살수있는 곳..그러다 입양도 될수있는 곳으로 보낼생각이었어요. 제가 이곳에 계속 살지 않을거고, 현재론 길냥이 밥을 주는 사람은 가까운 이웃엔 없는거 같아서요.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얻어먹는지는 모르겠지만요..그런데 FIV라 어디서 받아줄지 좀 여기저기 찾아봐야 할 듯 싶어요. 어제 본 곳은 캘리포니아라 좀 멀구요.
 
FIV 양성이지만, 아직 병으로 인한 징조는 보이지 않아 백신과, 류키미아 그리고 광견병주사도 맞고 중성화 시켰어요. 내일 데려와 다시 이곳에 풀어주려고 해요. 그런데 사실 이웃들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좀 양심에 걸립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걱정스러울테니까요. 중성화로 싸우지 않는다고 해도 확률제로가 아니니..그리고 보미새끼들이 확실이 이 녀석이 아빠라면, 감염확률도 있다고 합니다. 어려선 모르고 8개월정도 되서 검사를 해야하는데..이게 좀 또 마음에 걸리네요. 어느녀석도 FIV가 아니길 바라는 수 밖에요. 참..그리고 귀는 진드기뿐아니라 박테리아에 감염이라 제 눈에 띄이는대로 또 약을 며칠 줘야 합니다.
 
 
 
IP : 99.114.xxx.11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9.19 3:41 PM (183.98.xxx.90)

    항상 올려주시는 글 잘 읽고있습니다...
    저도 허술한 길냥집사지만 정말 아픈 아이들, 지켜주지 못해 힘없이 하늘로 가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ㅠㅠ

  • 2. 어제
    '12.9.19 3:45 PM (175.117.xxx.227)

    아빠냥이 소식 읽었는데 너무 안타까웠는데
    그렇게 옆을 지키고 계시는 분은 얼마나 더 힘드시겠습니까
    아이들도 아빠도 다들 건강하게 천수를 누렸으면 좋겠어요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 올려주셔서

  • 3. 세냥이과 사는 맘
    '12.9.19 3:49 PM (61.79.xxx.78)

    님글 꾸준히 읽고 있고 줌인아웃에 사진도 잘 보고 있습니다..
    그저 대단하시다는..
    아픈 애들을 잘돌봐서 예쁜애들로 거듭나게 한 님은 더 이쁠 것이라 생각됩니다..
    쉽지않은일을 쉬운듯이 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얼마전에 사진으로 본 유럽에 있는 자유로운 냥이들처럼 우리문화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맘이 있습니다..

  • 4. 아가들도 음성이기를
    '12.9.19 4:34 PM (121.140.xxx.173)

    저도 종교는 없으나 기도할게요. 희망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제 셋째야옹이의 어미도 FIV양성이었으나 새끼들은 괜찮았어요. 아마 어미야옹이를 잡을 수가 없어서 나중에야 붙잡아 중성화를 했는데, 감염 시점이 출산 후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었어요. 그 어미는 어떤 싸이코패스한테 죽을 뻔 했다가 제가 포획해서 치료하고 동물단체와 상의를 했어요. 전 이 일이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라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경우 입양공고를 낼 때 고양이 에이즈 감염여부를 반드시 함께 표기해서 이 고양이 한마리만 입양을 할 사람이나 이미 바이러스 양성인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 중에서 입양을 보냅니다.
    원글님처럼 애쓰시기 정말 어려워요. 저는 원글님이 어떤 결정을 하시든 그것이 가장 현명한 결정일 것이라고 믿어요. 야옹이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이렇게 절절하게 느껴지는걸요.

  • 5. .................
    '12.9.19 10:44 PM (71.172.xxx.21)

    올려주시는 글 잘 읽고 있어요.
    정말 대단히시단 말씀밖에 드릴말이 없어요.
    길고양이들 유기견들 너무 가슴 아프지만 내가 다 거둘수 없으니 어떨땐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외면하고 싶은데 원글님처럼 하는거 정말 어려운 일이죠.
    더군다나 동물 병원비가 좀 비싼가요.
    전 강아지 한마리 키우게 되면서 우리 아이같이 집에서 온갖 사랑받는 아이도 있는데 저 밖에서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며 살아야하는 길냥이 유기견들 생각하면 참 ㅠㅠ
    제가 하는 일이라곤 그저 도네이션 좀 하는거밖에 없는데 원글님 같은분 정말 존경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1356 샤워부스 식초로 잘 닦이네요!! 9 앗싸~ 2012/10/31 4,245
171355 고등학생들 급식 먹나요..? 4 ... 2012/10/31 947
171354 뜨개질.. 알려 주세요~ 2 ... 2012/10/31 890
171353 여자나이 29 이랑 30 ..... 느낌이 어떤가요? 16 여자나이 3.. 2012/10/31 11,594
171352 폼잡고 딱 게산하는데~ 4 마트 직원분.. 2012/10/31 1,212
171351 스카프 구매정보 좀~ 궁금 2012/10/31 670
171350 흰팥고물이 묻어있는 완전찹쌀인절미를 찾고 있어요. 7 2012/10/31 1,576
171349 교수들의 정치야기 1 지겹다 2012/10/31 657
171348 구스다운 커버 어떤거 쓰세요? 1 분당아짐 2012/10/31 1,380
171347 오모나...이동준씨 5 중년 현빈 2012/10/31 1,897
171346 돼지감자 호박즙 2012/10/31 1,769
171345 친구 애기 낳은데 뭘 가져가면 좋을까요 9 떡순이 2012/10/31 755
171344 단풍구경 당일코스 추천부탁드려요.. 3 당일 2012/10/31 1,764
171343 10월 31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1 세우실 2012/10/31 584
171342 무슨 패딩이 백만원이 넘어가냐... 6 우씨 2012/10/31 2,972
171341 제가 생각하는 미래의 시부모 & 장인장모 2 ㅎㅎㅎ 2012/10/31 900
171340 날씨가 추워지는게 겁이나네요 ㅠ.ㅠ 9 추워요~ 2012/10/31 2,593
171339 녹내장 관련 문의드립니다.. 7 나는나 2012/10/31 1,981
171338 한 번 개명 했었는데 또 이름 개명할 수 있나요? 4 이름바꾸기 2012/10/31 3,684
171337 너무 웃기지 않나요? (나만의 생각인가?) 1 납득이 2012/10/31 998
171336 아들이 셋이든 딸이 셋이든 -현실적인 우리의 미래모습은 ?? 4 걱정된다,,.. 2012/10/31 1,623
171335 회사사람이 배2개 주면 어떠시겠어요? 44 무지개1 2012/10/31 7,258
171334 드래곤플라이트 부작용~ 3 행복맘 2012/10/31 1,105
171333 도와주세요~~ 무릎 인공관절 수술 3 엄마 무릎 2012/10/31 1,618
171332 발 뒤끔치 갈라지면 이렇게 해 보세요 7 찬 바람 2012/10/31 3,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