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치안정감 "강경진압이 '법치' 아니다" 박종환 경찰종합학교장,
정부 향해 쓴소리..."인권 최우선" 주문
너무나 다른 두 고위직 경찰의 퇴임사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2일 퇴임하면서 "경찰이 강해야 국가가 선진화된다"며 법치를 강조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8일에 퇴임한 박종환 치안정감의 시각은 사뭇 달랐다.
박 치안정감은 이날 퇴임사에서 "법질서 확립을 강조한다고 해서,
현장에서 법집행을 함에 있어 무조건 강경대응을 해도 된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라면서
'법치 확립'을 부르짖고 있는 현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김석기 전 청장은 퇴임식 당시 "다시는 이 땅에서 화염병, 염산병 등의 폭력시위로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는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용산 참사 때의 농성자들을 사실상 '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
"'법집행 = 강경대응' 잘못 이해해선 안돼"
경찰권을 행사할 때 경찰 편의에서 벗어나 시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박종환 치안정감이 퇴임했다.
경찰종합학교 교장을 역임한 박종환 치안정감은 18일 경찰종합학교 예지문화회관에서 퇴임식을 하고
30여 년간 몸 담아온 경찰조직을 떠났다.
이날 퇴임식에서 박 치안감은 "경찰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와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라며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인명 존중'이라는 절대 가치인 전자를 우선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경대응'을 비판하고 '인명 존중'을 강조한 것은
경찰이 용산 철거민을 강경 진압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치안감의 이런 발언은 지난 12일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퇴임하면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불법과 불의에 보다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과 대조돼 눈길을 끈다(관련기사: 끝내 눈물 보인 김석기... "제가 다 안고 가겠다" )
박 치안감은 나아가 후배 경찰들에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우리 사회의 춥고 어두운 곳을 어루만지는 분들이 경찰을 지나치게 몰아붙인다고 생각하지 말라"면서 "(경찰의)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런 분들과 경찰이 더욱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그 분들을 항상 가까이 모셔 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전 청장이 사실상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철거민 농성자들 역시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모셔야할 분'이라는 것이다.
"소수자 따뜻이 배려하는 균형감 있는 경찰 활동 필요"
박 치안정감 약력
1999. 2 충북음성경찰서장
1999. 3 총경 승진
2000. 7 경기 용인경찰서장
2001. 12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2002. 7 서울 용산경찰서장
2004. 1 서울청 22경찰경호대장
2005. 1 경무관 승진/ 서울청 감사관
2006. 2 제주지방경찰청장
2006. 12 치안감 승진
2006. 12 충북지방경찰청장
2008. 3 경찰종합학교 교장
박 치안감은 또 경찰의 법집행과 관련해 "경찰 편의의 사고를 철저히 경계하고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절박한 소수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균형감 있는 경찰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박 치안감의 퇴임식에는 함세웅 신부 등 평소 친분을 맺었던 지인과 경찰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함세웅 신부는 "경찰은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역할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하며, 정치권력에 휘둘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면서 "이상적 경찰상을 갖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박 교장의 이상을 후배 경찰관들이 배워, 인권을 존중하는 경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 퇴임하는 치안정감 "강경진압이 '법치' 아니다"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