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묘한 느낌 자주는 아니라도 한두번 느낄때 있지 않나요?
요즘 같이 세상 흉흉할땐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고 소름끼칠때가 있어요.
2006년인가 여름날이었는데
한동네 사는 선배랑 집근처에서 술 한잔 하고 새벽 두세시쯤 각자 집으로 혼자 귀가하던 참이었어요.
저희 동네가 아파트 대단지들 모여있는 곳이었구요.
술집에서 집까지 멀진 않았는데
대로변으로 가게 되면 조금 돌아가고 단지 사이로 가로질러 가면 조금 빠르게 갈 수 있었거든요.
새벽이라 사람하나 안보이고 아파트들 불 다 꺼져있고 어둑어둑한 단지길을
술에 조금 취해 알딸딸한채로 걷고 있었는데
앞쪽으로 츄리닝에 안경낀 아저씨가 걸어오고 있더라구요.
그 시간에 그런 적막한 곳에서 남자와 마주치게 되서 엄청 놀랐는데
이미 중간 정도 온 길이라 도로 뒤돌아 갈 수도 없고 정말 어찌할바 모르다가 아무렇지 않은척
그냥 앞만보고 스쳐지나갔었어요. 눈 한번 살짝 마주쳤구요.
그렇게 앞만보고 가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살짝 뒤돌아봤더니
세상에 그 스쳐간 사람이 도로 제 방향으로 따라 걸어오는거죠.
그때 저는 정말 아..뭔일 나겠구나. 그때 그 심정은 설명도 못하겠어요..ㅠㅠ
눈앞이 흐릿흐릿해지더라구요. 너무 무서우니까요.
근데 그 순간 정말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게
도대체 사람이 나올만한 장소가 아닌것 같았는데 어디선지 왠 가방 맨 남학생이 홀연히 제 앞쪽을 튀어나온거에요.
정말 앞뒤잴거 없이 그 남학생에게 뛰어가서 뒤에 어떤 남자가 따라오니 동행해달라 다급하게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던 그 학생이 뒤를 돌아보더니 제 부탁에 응해줬구요.
저는 무서워서 뒤도 못돌아보고 길건너 저희 아파트 앞까지 왔네요.
만약 그 순간 그 학생이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끔찍합니다.
그 새벽 차도 다 끊긴 시간에 가방매고 음악들으며 어딘가로 가던 남학생...
어디서 나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던.....
이자리를 빌어 감사를.
저는 누군가 저를 도왔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술먹고 새벽에 싸돌아다니지 말자란 큰 교훈이 지금도 제 머리에 박혀있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