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서 나온 책 <시인 백석>1,2,3권을 다 주문하려고 하였으나
책값이 2만 5천원으로 만만찮아서 일단 1,2권만 주문하였습니다.ㅠㅠ
제가 백석시인을 알게 된 계기는 서울도보관광 코스에 길상사가 있었는데,
길상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죠-
길상사가 원래 큰 요정이었는데 자야라는 기생 출신의 부유한 여자분이
법정 스님께 무상으로 시주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자야가 백석시인의 연인이었다는.....많이 알려진 이야기죠.
그리고 자야가 쓴 <내사랑백석>책도 읽어보고 감동받고 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 백석을 가장 많이 연구하고 자료를 발굴한 송준 씨가(이분은 순수한 팬으로
시작하셨답니다) 백석일대기를 총망라 정리한 <시인 백석>이란 책에서 자야라는 여성이 진실성과
진정성이 없다고 쓰셨습니다. 직접 만나 보았는데, 백석을 그렇게 사랑하고 연인이었다는 사람이
백석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편지나 뭐 이런 것도 갖고 있는 것이 없고 백석의 시집이나
백석시가 실린 잡지 같은 것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는군요. 돈이 없어 못 샀을까요....
오히려 송준 씨가 백석에 대한 정보를 말해 주고 뭔가 뺏긴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는 내용이었어요.
백석과 자신을 관련지어 로맨스 책을 펴내는 게 목적인 느낌을 받았다는군요...헐~~
그리고 백석이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은 첫사랑인 통영의 "란"이라는 여성입니다.
친구 허준의 결혼식 후 조촐한 모임에서 만난 이화고녀에 다니던 통영출신의 아름답고 기품있는 처녀....
"남쪽 바닷가 어떤 낡은 항구의 처녀 하나를 나는 좋아하였습니다. 머리가 까맣고 눈이 크고
코가 높고 목이 패고 키가 호리낭창하였습니다.....어느새 유월이 저물게 실비 오는 무더운 밤에
처음으로 그를 알은 나는 여러 아름다운 것에 그를 견주어 보았습니다."
백석이 묘사한 란의 모습입니다. 본명은 "란" 아니고요....
그러나 절친한 친구 신현중- 백석이 란을 좋아하고 결혼을 생각하던 것을 다 알고 가까이서 지켜보았음에도,
본인의 약혼녀가 있었음에도, 파혼하고 란과 결혼합니다.
란의 어머니와 외삼촌이 백석의 집안의 결함(백석의 어머니가 기생의 딸이라는 소문)을 신현중에게서
전해 듣고 백석 대신 신현중을 선택하게 되죠....
백석이 받은 충격과 상심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시에서 란의 잔영와 모습이 나타나는 걸로도
짐작할 수가 있네요....
1930년대 당시 문인들의 여러 모습과 이야기들과 백석시인과 백석의 시들...
사람사는 것은 어느 시대나 비슷비슷한 모습이 있고 그들도 젊고 사랑하였고 우정을 나눴고
외로움과 슬픔, 좌절, 상실감을 겪었고....
백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백석은 한국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그의 시는 토속적이고 서사적이고 ....
그 암담한 시대에 글로써 한국말로써 독립운동을 시도했던 분입니다.
한민족의 언어를 최고수준으로 높이면 그 언어는 오래 살아남는다...를 신조로 삼고요.
우리말이 핍박받자, 만주로 건너가서 고구려를 담은 시를 쓰고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시를 쓰고..
이 책에서 아쉬웠던 것은, 백석의 시에 담긴 이런 사상을 좀더 자세히 풀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었어요.
일대기를 담다 보니, 상대적으로 백석의 시 깊은 해설까지는 분량을 다 실을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백석에게 큰 관심이 없다면 괜히 책값만 비싸고 이런저런 내용도 재미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