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다니다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학업을 접고 학원계로 나간 남편......
정말 열심히 수업 준비하고, 일합니다.
열심히 잘 가르치고
원래 성격도 차분하고 자상해서
아이들이 많이 따릅니다.
대학 가서도 꾸준히 만나고 연락하며
인생 상담 하는 제자들도 있어요.
가르치는 과목이 논술이라 그런지
아이들과 역사나 철학,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폭넓게 토론하고
아이들 글을 첨삭해 주면서 아이들과 서로의 가치관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아이들이 우리 남편을 일종의 멘토처럼 여기더라구요.
그런데, 사람이 기본적으로 약은 데가 없어요.
함께 살아보니 기질 자체가 굉장히 순한 사람입니다.
남과의 기싸움 같은 거 싫어하구요.
시부모님께서 경제적으로는 어려워도
공부 잘하는 아들이라 많이 신경쓰며 키워서
명문고, 명문대 그리고 대학원 다니며 공부만 하며 살던 사람이라 그런지
세상살이에서 더구나 기싸움 치열하고 대놓고 밥그릇 싸움하는 학원가에서
요령껏 자기 이익 챙기며 처신하고...이런 걸 잘하질 못해요.
수업은 정말 잘하고 학생들과의 관계도 좋은데
다른 강사들한테서 견제 들어오면 그냥 당합니다.
심지어 다른 강사가 남편이 만든 교재를 오랫 동안 베껴 쓰기도 했는데
그런 것도 그냥 참고 넘어간 사람이에요.
저한테도 말하지 않았는데
남편과 같은 직장에 근무하면서 남편과 친하게 지내는 강사분이
사적인 자리에서 저한테 귀띔해줘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집에 와서 울고불고 난리쳐서야
할 수 없이 남편이 그 문제의 강사에게 가서 따지고 담판을 지었습니다.
순진하고 여린 사람이 하고 싶은 공부 접고 학원계로 나가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습을 보니 서글퍼요.
그래도 남편은 자기가 가르치는 논술이
큰 돈 버는 과목은 아니지만 그 과목에 대해 자부심이 있고
자기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자기를 잘 따라주니 괜찮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