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같이 있다가 아내가 다치는경우, 남편분들의 보편적인 반응이 궁금해서요.
좀 아까 남편과 마트에 갔다가 뒤에 오는 카트에 발목이 부딪혀 뒤꿈치 살이 찢어지고 피가 났거든요.
너무 아파서 임신8개월째 배를 붙잡고 쩔쩔매느라 눈물이 핑돌지경인데, 곁에있던 남편이 부축은 커녕 멀뚱멀뚱 가만있더라고요.
부딪친 카트주인은 약국으로 달려갔고, 전 속상해 하며 남편을 쳐다보는데 남편은 조금 까진거니 별거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크게는 아니어도 분명 살이 찢어져서 그 벌어진 새로 검은 피가 스며나오고 있는데, 위에서 언듯 내려다보기만한 남편은 계속 그냥 조금 까진거라는 말만 되풀이하니....... 후아..... 너무 속상한...
괜찮냐는 말도...., 놀래지 않았냐는 위로도 아니고. 무턱대고 괜찮다며 그냥 조금 까진 상처라고 하니,
정작 당사자는 전혀 괜찮지 않고 아프고 놀랬는데, 가해자도 아닌 보호자에의해 멋대로 별거아닌 상황에 유난떤다는 식으로 치부되버리는 심정은 참담하기도 하거니와 주변보기 부끄러울 지경이더군요.
카트주인이 반창고와 연고를 사와서 처치를 해주는 동안에도, 남편은 카트만 붙잡고 서있을뿐 절 부축한다거나 좀더 자세하게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은 안하더군요.
발목에 밴드가 붙여진뒤 남편은 남은 약을 받아든채 일언반구없이 상황종료를 받아들이며 자릴 떠났습니다.
차에 돌아와 짐을 싣고 앉으니, 남편은 저녁 뭐먹으러 갈꺼냐며 물었을뿐 그 이후 지금까지 제가 다친것에대해선 전혀 망각하고 있는듯 보여요.
그전에도 한번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남편과 태국에 여행을 갔다가 원숭이 사원인가에 관광을 하던도중 원숭이에게 물리게 되었답니다.
피가난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빨자국이 오래 새겨질정도로 세게 깨물렸는데, 남편은 자꾸 물린게 아니라는 이상한 소릴 하는거에요.
아픈 통증이 있고, 물린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는데, 당사자가 물렸다고 당황하는데 대고 물린게 아니니 엄살피우지 말라며 다그치는 사람을 보며 정말 기막히고 억울했던 감정이 기억납니다.
오늘, 발목을 다친일도 그렇고 그전 일도 그렇고..... 어쩌면 제 남편이란 사람의 감정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것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들어 저녁내내 맘이 심란해요.
원래 무뚝뚝하고 표현이 없는 사람이라, 늘 멀찍이 수동적인 사람이겠거니 포기하고 사는데,
다른것도 아닌 보호자의 역할마저 제대로 할줄 모르는 사람이면 이런 가장을 믿고 어떻게 아이를 낳아 키울런지 겁도 나고요.
전에, 두 부부가 걸어가다 아내가 보도블럭 턱에 발이 걸려 넘어진것을 봤어요.
먼저가던 남편은 아내가 넘어진걸 분명 봤는데 잠깐 돌아보기만 했을뿐 넘어져 남편도움을 바라는 아내를 내버려둔채 돌아서 가더라고요.
버스 안에서 보게된 광경이라 그 남편 행동에 크게 분노를 했고 그 냉정한 남편을 둔 아내분을 몹시 동정했더랬는데,
그남편과 제 남편의 행동이 자꾸 오버랩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