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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랑도 받는 사람이나 받는건가 봐요.

아아 조회수 : 2,602
작성일 : 2012-09-15 21:12:51
- 어두운 글이니 주의 바랍니다..

 
 저는 자라면서 사랑과 관심을 듬뿍듬뿍 받고 자랐어요. 
근데 그건 남들이 준 거고요, 정작 집에서는 맨날 정신적으로 내몰리고, 큰 소리 듣고 가끔은 맞고 머리채 쥐이고 그랬어요.
예쁘지는 않지만 예쁘장한데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어서 어딜가나 주목의 대상이고, 대표이곤 했어요.
항상 마음은 공허했고 위축되어 있었구요. 그건 대학생인 지금도 그렇습니다.

 몇년을 정신과 약도 가끔씩 먹어가면서 힘을 내자고, 독립할 수 있을때까지 버티고 내 자리를 만들자고 이를 악물고는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엄마가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꼭 누굴 좋고/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지 않아도 그냥 제가 상대하기가 힘들면, 아파해도 되는거라고도 배웠네요. 저는 마음 다치는것도 제가 나빠서 그런건지 부모님이 나빠서 그런건지 혼란스러웠거든요.

 처음에 썼듯이 "사랑과 관심을 듬뿍듬뿍" 받고 자란 건 사실이라, 가끔 보면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예쁨받는 행동을 하는게 제 눈에도 보여요. 사회생활에서 누가 좀 미워한다 싶어도 괘념치 않고 훌훌 지나가구요. 좋은 사람들은 항상 많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부모님과 저와의 관계나, 남자친구와의 관계같은 '가까운' 관계입니다. 친구들이나 사회 생활을 할때는 남들의 '가벼운' 인정을 받으면 만족하고 저도 좋은게 좋은거라고 마냥 좋지만, 이런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게 상대적으로 뼈저리게 느껴져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었는데, 올해 자꾸 마음을 두드리기에 열어 보였더니 또 저의 미숙함이 다른 사람을 상처받게하고, 무엇보다도 저도 저를 너무 힘들게 하네요.

 제 유서중에 제일 오래된게 초등학교 2학년때거예요. 깜박 잊고 있다가 어디선가 나왔는데, 근데 그게 처음이 아니었던걸 기억하거든요..
물론 금방 버렸지만, 그 당시에도 익숙하게 그런 글을 구구절절이 쓴 저 자신이 불쌍하고 한편으로는 끔찍했어요...

 며칠전에 아이 혼내시는 어머니 이야기가 나와서 저희 어머니도 그랬던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아버지를 배척하시면서 저는 어머니편, 항상 아버지를 능가하는 사람이 되어서 '독립'해야한다고 하셨는데
그게 제 바람이었는지 어머니 자신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고요. 
이제는 아버지랑 잘 지내시는 걸 보면 그런가보다, 못 지내시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하고 제 자리가 없어서 쓸쓸하기도하고 그렇습니다. 제 자리만 없으면 모르겠는데 이젠 슬슬 미움도 받아요..

 지금은 저도 정신적으로는 많이 회복이 되고, 부모님 사랑 듬뿍 받고 튼튼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그런 힘을 좀 나눠주어서 죽겠다거나 하는 생각을 자주하지도 않고, 실행에 옮길 것 같지는 않아요. 
이젠 조금 미워해도 되나보다 하고 제 살길을 찾아야지하고 전전 긍긍하느라 바빠서 그런걸지도. 
근데 이게 너무 늦었는지 초등학교때부터 스트레스성 질환을 달고살다보니 몸이 너무 허약해져서 자립의 길은 요원합니다.


 그래도 이번에 남자친구를 만나서 조금이나마 위안받고 생기를 좀 찾나했어요(남자친구는 제가 구체적으로 이랬다는걸 모르고요).
조심스럽게 어리광도 부려보았을때 당연히 화내고 외면할줄 알았는데 받아주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방금 언쟁을 했는데 제가 밑바닥이라 그런지 조금만 비난받고 서운하단 표현을 들어도 어디 도망갈 자리가 마음에 없어서 너무 힘들어요.
정말 좋았는데 남자 친구한테 이상적인 부모상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고, 좋든 싫든 부모 자식 관계여야하는 관계보다는 그나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힘들면 접는게 당연한데 서러워요...
이렇게 '우리의 일'로만 힘든게 아니라 꾹꾹 접어두고 사는 제 밑바닥이 여러번 뒤집어지고 요동치니..

 이번에 배운건 "아, 이래서 연애하는구나!"와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받는다."예요ㅠㅠ
82오면서 친정에서 받지 못한 애정을 부군께서 채워주셨다는 케이스들 보면서 위로받곤 합니다.
굳이 이성 관계에서가 아니어도, 반려견이든 앞으로의 제 직업이든 정붙일 것을 찾아서 언젠가는 저도 좀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IP : 125.128.xxx.19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9.15 9:23 PM (211.207.xxx.157)

    운동해서 몸의 근육이 단련되는 것처럼, 감정이나 마음의 근육도 조금씩 성장하면서
    단련된다는 말이 저에겐 도움이 되었고요.
    또, 공지영 작가의 '괜찮다, 다 괜찮다'에서 본 구절인데, 사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할 때 나의 밑바닥에서 나오는 감정의 찌꺼기가 있대요, 그게 문제이지 사랑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어린시절을 잘 통과한 사람들도 밀착된 관계에서 사랑을 할 때엔 그 밑바닥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찌질한 감정의 찌꺼기의 위협을 받는다는 거죠.
    제가 드리고 싶은 희망적인 말씀은, 나에게 좀 부정적인 면이 있어도 기술적으로 완급조절을 할 수 있으면 훨씬 낫다는 점이예요.

  • 2. 인생을 마케팅화 하세요
    '12.9.15 9:34 PM (119.18.xxx.141)

    마케팅만 전략이 필요한 게 아니고
    인생도 전략이 필요해요
    사람은 좀 영악할 필요가 있고
    야망을 꿈 꿀 필요가 있답니다
    안 그럼 인생이 마구마구 무료해지죠
    그리고 자존심이란 말
    (추적자)에 나온 말이라는데
    자존심은 머리에 달고 있는 꽃과 같다 ..
    라는 말 .. 진짜 기가 막힌 제대로인 말 같아요
    자존심보단 내 감정에 솔직하시고
    상처에 예민하지 말길 바래요

  • 3. 아 그말
    '12.9.15 9:39 PM (211.207.xxx.157)

    자존심은 (마을에 하나 있는 미친년이 딴에는 애지중지하며 ) 머리에 달고 다니는 꽃과 같은기라.
    저도 그말 듣고 무릎 탁치고 경탄하고 반성했네요.

  • 4. 맞아요 맞아
    '12.9.15 9:44 PM (119.18.xxx.141)

    보충 설명까지 들으니 소름이 쫙 ,,,,,,,,,,,,,,

    그리고 영악 야망은요
    좀 신나게 인생을 살자 이 의미입니다
    욕심이 아니라요
    아무튼 화이팅요
    사랑도 받는 사람이나 받는다 ,,
    이런 말은 하지 마시고요
    재미나게 삽시다

  • 5.
    '12.9.15 10:28 PM (1.241.xxx.27)

    저랑 비슷하게 자라셨네요. 대학생때 제가 가진 생각하도고 비슷하고..
    결론적으로 잘생기고 키크고 아빠같은 사람만나서 결혼했고 많이 치료됬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아프게 살고 있다네요.
    나만 이런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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