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작은 실수에도 분노가 치민다는분 글과 글에 달린 댓글들 다 읽고 가슴이 진정이 안돼서요..
그간 나름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아이의 바램과는 별개의 내 나름의 방식일 뿐이었다는 처절한 반성이 듭니다.
제 아이는 초 2학년이구요. 여지껏 딱히 뭘 잃어버리거나 두고온적도 없어요.
학교 숙제뿐만 아니라 학원숙제를 놓치고 간적도 없고, 선생님한테 한번 꾸중받은적 없이
수업태도 바르다는 칭찬도 자주 들어요.
주변 엄마들 친척들 학교 담임선생님들 한결같이 야무지다는 칭찬받는 아이한테,
나는 왜그렇게 작은 실수조차 다그치고 비난하는 모진 엄마였을까요.
왜? 라는 문제에 집중하면.. 저는 너무도 많은 문제 덩어리를 안고 있어서 답이 안나와요.
어린시절 매우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서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고,
그래서겠죠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속에 늘 불안이 있고 무시받을까 두려움을 가지고 살았어요.
지금도 온전하지 않구요.
칭찬에 약해서, 주변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도 강해요.
나에대한 어떤 모함(직접 당해본적은 없지만)도 참기 어렵고.. 남편한테도 좀 전투적이에요.
대신 희생적인 엄마밑에서 자라서인지, 아이들에게는 엄하게 하면서도 어떤부분에서 헌신적이기도 해요.
흔한말로 자존감이 없다하죠. 바닥 정도가 아니라 땅속이에요.
남들이 보는 나의 이미지와 내가 알고 있는 내모습은 엄청난 괴리감을 갖고 있죠.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이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른 삶을 살길 기대하는데,
그 기대치라는게 너무나 높고 완벽하길 바란다는걸.. 인정합니다..
내 가정이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많이 의식해요..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어요.
한번씩 남편이 놀라면서 지적해요.. 왜 그런일로 애한테 화를 내는가..
화를 내는 순간.. 아주 잠깐 저도 제 자신을 들여다보면.. 저도 놀라고 있어요..
'너 미쳤니? 왜 그런걸로 화를 내고있어?' 질문을 던지지만,
그순간 제어가 안돼요. 그냥 내속에서 무슨 불덩이가 튀어나오는거 같아요.
아이가 매사 똑부러지고 자신감도 넘치고 승부욕도 강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받고,
아이도 이미 뭐든 잘해야한다는 강박이 있는듯 해요.
밥먹다가 밥을 흘려도 제 눈치를 봐요.
아빠한테 혼날때조차도 아이의 얼굴엔 엄마에게 들을 꾸중에대한 걱정이 이미 있어요.
그럴땐 저도 정말 마음 아프고 괴로운데,
아이의 작은 허물에 어느새 너무나 단호한 엄마가 되고 만답니다.
저는 제가 너무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기에,
아주 어렸을때부터 어른이되고 결혼을 하면 어떤 가정을 꾸리고 어떤엄마가 될것인가에대한
그림을 늘 그리며 살았던것 같아요.
예쁜 아이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던 그 그림속에
예쁜 아이들과 자상하고 좋은 남편은 있는데,
나는 그저 웃기만 하면 되는데..
여전히 불안하고 화가 잔뜩 나있는 어린아이가 불청객처럼 그림에 들어가있네요.
아이한테 늘 걱정하고.. 미안해하는 엄마가 아닌,
당당하고 즐거운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요.
오늘은 학교 앞으로 아이 데리러 가서 손 꼭 잡고 집에 와야 겠어요.
제가 아이한테 입버릇 처럼 하는말..
노력해서 안돼는건 없어.. 노력해서 안돼면 그건 노력이 부족해서 인거야..
참.. 어른이 돼가지고 본인도 못하는걸 아이한테 당연하게 가르치고 있네요.
노력해야겠어요.. 지금 이 순간 부터.
속풀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