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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길냥이 보미와 새끼들

gevalia 조회수 : 1,268
작성일 : 2012-09-14 02:44:13

보미 병원에 다녀왔어요. 위 송곳니 아래가 좀 떨어져 나가고 금이 간 거 같아 보였거든요. 이도 많이 누래서 치석제거 받아야 하나 물어 볼 겸이요.

의사왈, 아랫부분이 떨어져 나간건 맞구요. 음식을 잘 먹고 침을 흘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통증이 없는거니, 임플란트 이런 건 안해도 된다고 해요. 이전 글에 썼던, 냥이 좋아한다는 동료..이 친구는 뱅갈고양이 네마리를 구조해서 데리고 살거든요. 저런 품종고양이도 제 때 못팔거나하면 그냥 죽이거나 그런다네요. 근데 한 마리가 이가 부러져서 임플란트를 했대요. 돈이 많이 들었죠. 사람만큼 들어가는 거 같아요. 냥이도 냥이대로 고생이구요.

여하튼 다행이, 신경은 건드리지 않은거 같고, 울퉁불퉁하게 쪼개졌을지 모르니 다음주에 마취하고 스켈링하고 그 부분을 조금 부드럽게 마모시켜준다고 해요. 의사말대로 어쩌면, 지난 몇달 새끼를 여러마리 낳고 수유하는 동안 몸에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 아주 세지 않은 충격에 이가 조금 부러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송곳니는 다른 작은 동물 물거나 잡거나 할때 필요하지 먹는데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요. 길냥이로는 이제 안 살테니 다행이죠.  어제 제글에 어떤분이, 보미를 입양할거냐고 물으셨는데, 제가 첨엔 새끼와 같이 입양보내고 싶었거든요. 나비 한마리로도 전 사실 너무 벅차서요. 조금 사람에게 적응시키고 입양보내려고 했는데..근데 보미가 너무 제게 밀착해요. 밖에서 이웃을 봐도 놀라서 뛰어들어오거나 숨고요. 다른 사람에겐 곁을 안 줘요. 집 안에서도 나비보다 더 절 따르고, 침대방에 잘때는 못들어오는데 아침에 보면 들어오진 못하고 화장실 매트에 앉아 절 기다려요. 일어나면 좋아서 달려와 가릉대며 발에와서 엉기거든요. 이러니 차마 이녀석을 다시 길냥이로 내보낸다는건 생각도 안 해 봤고. 다른사람에게 강제로 입양가서 적응하면 살긴 살겠지만, 이미 이녀석이 절 점지한거 같아 나비와 보미 그렇게 같이 늙어가기로 했어요. 둘이 사이가 아직도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나요.

보미 새끼들은 정말 너무 귀엽고 이 녀석들 또한 이젠 제가 자기 두번째 어미라도 되듯 쫒아다니거든요. 제가 일어서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우르르 몰려서 쫒아와요. 졸리면 제 주위에 몰려와 또 잠을 자구요. 생각같아선 다 데리고 있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게 안타깝네요. 전 날마다 들여다 보면서, 아줌마와 지난 세달 재밌었니? 어딜가든 건강하게 자라라..그러면서 쓰다듬어주거든요. 아줌마가 너희들이 엄마 뱃속에 있을때 부터 만져줬다..그러면서요.

오늘 아침에도 아빠닮은 검은 숫놈 녀석이 또 문을 넘어온거예요. 새벽 4시가 되서야 잠이 들었는데 아침부터 이 녀석 혼자나와 거실로 어디로 빨빨대고 다니다 침대로 올라오니 나비가 하악대죠. 이 녀석은 웃긴게 왜 그렇게 싫다는 나비를 쫒아다니는지 몰라요. 제가 이 녀석 나오면 그냥 두거든요. 다시 집어 넣을때도 있지만. 우리 나비도 새끼들에게 적응을 시켜볼까 하구요. 나비가 방으로 가면 방으로 낮은 포복자세로 부지런히 쫒아가구요. 그러다 나비가 휙 돌아서서 하악 거리면 납짝 엎드려요. 그리고 나비가 움직이면 또 부지런히 쫒아가죠. 미스테리예요. 자기 엄마도 있는데..

저럴땐 또 보미가 무척 불안해해서 눈이 커져서 쳐다봐요. 자기자식 어떻게 되나 싶어서요. 그러면서도 막상 나비에게 덤비질 못하죠..얘네들도 집안의 서열을 아는 듯 해요. 몇주전엔 이 녀석이 너무 나와서 발톱을 좀 잘라주려고 잡았는데 이녀석 성격이 좀 뭐랄까 좀 발발대고 자기 몸이 꼼짝 못하게 되는 상황을 아주 싫어해요. 다른 녀석들은 발톱잘라도 잘 있거든요. 자꾸 수건으로 감싸고 자르려는데 심하게 발버둥을 치고..그리고 또 야옹도 아니고 끼룩끼룩 거리면서 죽겠다고 소리를 쳐요 이녀석이. 그랬더니..너무 웃긴게..보미가 안하던 짓을 해요. 제 어깨위로 올라와서 안절부절 못하고 새끼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대고..그래도 제가 꽉 잡고 이 녀석아 가만히 좀 있어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보미가 제 종아리 다리를 물어요. 심하게 무는게 아니라 아주 살짝 입으로 두번 그렇게 물더라구요. 간지러울 정도로 .. 너무 놀랬어요. 아파서 놀란게 아니라  에휴..이넘아 너도 어미라고 그러는구나 싶으면서.. 얼마나 애가타면 제게 그랬을까...동물들 모성이 대단하죠.

나비도 그랬지만, 보미랑 보미 새끼들 돌보면서 몸은 정말 말할수없이 힘든데 제게 새로운 걸 많이 아르켜주네요. 내 평생 해 보지 못한 여러 경험을 하고 있어요.

보미는 병원다녀와 제 옆에서 또 길게 누워 자고 있어요. 점심먹고 이제 저도 일하러 나가봐야겠네요.

 

IP : 108.85.xxx.13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12.9.14 3:37 AM (211.204.xxx.228)

    님은 정말.. 멋집니다.
    님의 글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 남아잇었으면 좋겠고,
    새끼들 다 입양 간 후에도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고양이가 그냥 고양이 이야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님이 보고 싶네요.
    (님의 팬 드림)

  • 2. 저도
    '12.9.14 3:49 AM (39.112.xxx.188)

    팬입니다
    고양이와의 생활을 한편의 수필처럼,
    따뜻하게 써주셔서 늘 궁금하고 기다려져요

  • 3. 님...
    '12.9.14 5:00 AM (121.178.xxx.196)

    너무 아름다운 분입니다.
    보미 아가들이 꼭 님만큼 좋은분들에게로 가서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님의 건강도 지금 보다 훨씬 좋아지시고 또 물질도 풍부해 지셔서 하시고자 하는 일을 주저 없이 하실수 있게 충분한 혜택 누리고 사시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4. happyyogi
    '12.9.14 5:50 AM (71.137.xxx.168)

    항상 건강하시고 아가들 곁에 있을 때 많은 사랑 주고받으세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제 하루의 청량제입니다. ㅋㅋ
    저도 고양이 둘이에요. 하나였는데 이번 월요일에 애교 많고 깡마른 길냥이 모셔왔네요.
    아직 똥오줌을 카펫에 해서 걱정인데, ㅎㅎ 뭐 잘 되겠지요. ^^*

  • 5. ..
    '12.9.14 8:40 AM (180.69.xxx.60)

    님글 정말 반갑습니다. ^^ ...보미랑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 정말 아름다워 보여요.^^

  • 6. ...
    '12.9.14 9:25 AM (61.102.xxx.93)

    저도 숨은 팬이에요. gevalia님의 글과 사진은
    참 재미있으면서 따스하고 유쾌해요.
    단순히 작은 짐승들의 이야기가 아닌
    gevalia의 마음씨까지 엿볼수있어서
    전 정말 좋습니다. 나비와 보미. 봄날의 나비들처럼
    gevalia님과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길 바라요.

    다음 이야기를 또 기다릴게요.

  • 7. gevalia
    '12.9.14 10:16 AM (108.196.xxx.237)

    관심 감사드려요.

    걱정이네요, 내일 이곳 보호소 멤버이신 분을 점심에 만나기로 했어요. 이것 저것 좀 미리 여쭤보려구요.
    동료는 이곳에 제가 위탁하면서 입양보내는 것 보다, 2시간 거리에 있는 보호소로 데려가는게 좋겠다고 생각을 하네요. 어쩌면 저도 남의 고양이 새끼들이었으면 그랬을거예요. 제 욕심에 새끼들의 더 나은 앞날을 막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 도시는 연방정부 연구소하나와 크지 않은 대학이 하나있어요. 그리곤 도시를 활성화 시킬 큰 매체가 없어요. 당연히 정체되고 경제적으로 여유없는 도시죠. 모든게 열악해요. 사람들이 동물에 대한 관심도 많이 부족하구요. 키우는 동물도 중성화 안해주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동물보호소는 태어나 처음 가 본게 이곳인데요. 다른곳을 못 봤으니 비교는 못하지만, 웹에 있는 다른동물 보호소와 비교시 터무니 없이 열악한 환경이예요. 제가 작년에 노란고양이 안락사 시키고 자원봉사를 처음 시작했을때 정말 우울했어요. 보드멤버들이 있으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열악할까 싶어서죠. 저 때도 멤버이신 한 분 만나서 솔직한 심정을 다 말씀드렸고, 의견을 줘서 아주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밖에 있는 잡아오거나 데려온 고양이들을 모아두는 곳 캣트리가 다 너덜너덜하고 쓰러져갔는데, 그렇게 방치한게 5년이라네요..화가나더군요. 보드멤버들이 한 6-7명인데 다들 은퇴한 변호사 의사 또는 부인 그렇거든요. 부유한 사람인데 저 같으면 100불 씩 걷어서 하나 만들어 주겠더라구요. 계속 시의 보조를 바랄께 아니라.

    여하튼, 제가 아는 목공일 하는 분에게 부탁해서 캣트리를 만들어주기로 했었어요..그 이후로 복잡한 사연이 많은데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해 볼께요.

    문제는, 제가 다 데리고 살게 아니니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게 좋다는 건 아는데 어렵네요..결정을 곧 해야 할거같아요. 데리고 있으면서 이곳에서 입양보낼시, 보호소에선 사실 그다지 아쉬울게 없으니 보호소내 고양이들이 먼저 입양갈듯 싶고, 또 귀찮아서 저희 집에 있는 고양이를 과연 많이 들 와서 보겠느냐 하는거죠.

    제가 위탁형식으로 이렇게 데리고 있다가 몇달 지나가서 시기를 놓치면 더 입양되기 어렵다는게 제 동료의견이고 저도 동의해요. 그리고 아무래도 더 큰 도시에 있으면 확률적으로 조금 더 빨리, 또는 생활의 여유가 좀 더 있는 주인을 만날 확률이 크다는 거구요.

    이 녀석들을 케이지에 넣어 2시간 보호소로 데려갈 걸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울컥 하는거 있죠.
    제가 이래서 살아있는 것들에 정을 주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했것만..

  • 8. ..
    '12.9.14 1:24 PM (118.33.xxx.104)

    제 지인이 시카고 동물보호소에서 잘생긴 아메숏 데려와서 같이 산지 사년짼데 그 보호소는 철두철미하게 관리하고 지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고양이 문답형식으로 조사해서 최대한 맞춰주려고 해서 아, 외국보호소는 좀 형편이 나은가보다 했는데 그도 아닌가보네요..

    이제나 저제나 글올라올까 기다렸는데 이렇게 소식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아가들 꼭 좋은 집사 만나서 입양가길 기도 할께요.
    나비와 보미도 시간이 지나면 차근차근 좋아질꺼라고 믿습니다.

  • 9. gevalia
    '12.9.14 2:08 PM (108.196.xxx.237)

    네, 시카고 정도면 보호소 시설이 아주 좋을거예요. 일단 사람들 인식이 많이 다를 듯 하구요. 여긴 사실 제가 작년 9월 말 부터 보호소에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했다가 올 3월에 즈음 부터 안 가기 시작했어요. 그곳에 있는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가야하지만, 윗선에 있는 사람들이 참 폐쇄적이었어요. 전혀 나아지려는 방향으로 조언하는 사람들 말을 들으려하지도 않았구요. 요즘 웹페이지 없는 곳이 없죠. 그런데 이 보호소는 웹이 없어요. 말이 안되죠. 요즘세상에.

    웹싸이트가 있어야, 입양 보내는 것도 훨씬 효율적이고 또 도네이션도 훨씬 많이 늘어날거구요. 제가 오죽하면 배워서 대충 만들어주려고 했어요. 그리고 여기서 멀지않은 곳 보호소 웹이 비싸보이지 않고 간단해서, 만든 회사에 직접 연락도 하고..얼마면 만들어 줄 수 있나 물어보고 해서 정보를 줘도, 이렇게 저렇게 앞장서서 나서는 사람이 없어요. 답답하죠. 매니져인 여자는 엑셀로 기록을 해야 통계처리도 하고 할텐데, 그냥 손으로 장부정리를 해요..배우려고 하질 않아요. 그러니 뭘 물어보면 오래된 노트나 뒤적거리고 물어봐도 잘 몰라요. 복잡해서 모른다는 소리만 하고.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자원봉사하다가 이러저런 이유로 그만 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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