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 병원에 다녀왔어요. 위 송곳니 아래가 좀 떨어져 나가고 금이 간 거 같아 보였거든요. 이도 많이 누래서 치석제거 받아야 하나 물어 볼 겸이요.
의사왈, 아랫부분이 떨어져 나간건 맞구요. 음식을 잘 먹고 침을 흘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통증이 없는거니, 임플란트 이런 건 안해도 된다고 해요. 이전 글에 썼던, 냥이 좋아한다는 동료..이 친구는 뱅갈고양이 네마리를 구조해서 데리고 살거든요. 저런 품종고양이도 제 때 못팔거나하면 그냥 죽이거나 그런다네요. 근데 한 마리가 이가 부러져서 임플란트를 했대요. 돈이 많이 들었죠. 사람만큼 들어가는 거 같아요. 냥이도 냥이대로 고생이구요.
여하튼 다행이, 신경은 건드리지 않은거 같고, 울퉁불퉁하게 쪼개졌을지 모르니 다음주에 마취하고 스켈링하고 그 부분을 조금 부드럽게 마모시켜준다고 해요. 의사말대로 어쩌면, 지난 몇달 새끼를 여러마리 낳고 수유하는 동안 몸에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 아주 세지 않은 충격에 이가 조금 부러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송곳니는 다른 작은 동물 물거나 잡거나 할때 필요하지 먹는데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요. 길냥이로는 이제 안 살테니 다행이죠. 어제 제글에 어떤분이, 보미를 입양할거냐고 물으셨는데, 제가 첨엔 새끼와 같이 입양보내고 싶었거든요. 나비 한마리로도 전 사실 너무 벅차서요. 조금 사람에게 적응시키고 입양보내려고 했는데..근데 보미가 너무 제게 밀착해요. 밖에서 이웃을 봐도 놀라서 뛰어들어오거나 숨고요. 다른 사람에겐 곁을 안 줘요. 집 안에서도 나비보다 더 절 따르고, 침대방에 잘때는 못들어오는데 아침에 보면 들어오진 못하고 화장실 매트에 앉아 절 기다려요. 일어나면 좋아서 달려와 가릉대며 발에와서 엉기거든요. 이러니 차마 이녀석을 다시 길냥이로 내보낸다는건 생각도 안 해 봤고. 다른사람에게 강제로 입양가서 적응하면 살긴 살겠지만, 이미 이녀석이 절 점지한거 같아 나비와 보미 그렇게 같이 늙어가기로 했어요. 둘이 사이가 아직도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나요.
보미 새끼들은 정말 너무 귀엽고 이 녀석들 또한 이젠 제가 자기 두번째 어미라도 되듯 쫒아다니거든요. 제가 일어서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우르르 몰려서 쫒아와요. 졸리면 제 주위에 몰려와 또 잠을 자구요. 생각같아선 다 데리고 있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게 안타깝네요. 전 날마다 들여다 보면서, 아줌마와 지난 세달 재밌었니? 어딜가든 건강하게 자라라..그러면서 쓰다듬어주거든요. 아줌마가 너희들이 엄마 뱃속에 있을때 부터 만져줬다..그러면서요.
오늘 아침에도 아빠닮은 검은 숫놈 녀석이 또 문을 넘어온거예요. 새벽 4시가 되서야 잠이 들었는데 아침부터 이 녀석 혼자나와 거실로 어디로 빨빨대고 다니다 침대로 올라오니 나비가 하악대죠. 이 녀석은 웃긴게 왜 그렇게 싫다는 나비를 쫒아다니는지 몰라요. 제가 이 녀석 나오면 그냥 두거든요. 다시 집어 넣을때도 있지만. 우리 나비도 새끼들에게 적응을 시켜볼까 하구요. 나비가 방으로 가면 방으로 낮은 포복자세로 부지런히 쫒아가구요. 그러다 나비가 휙 돌아서서 하악 거리면 납짝 엎드려요. 그리고 나비가 움직이면 또 부지런히 쫒아가죠. 미스테리예요. 자기 엄마도 있는데..
저럴땐 또 보미가 무척 불안해해서 눈이 커져서 쳐다봐요. 자기자식 어떻게 되나 싶어서요. 그러면서도 막상 나비에게 덤비질 못하죠..얘네들도 집안의 서열을 아는 듯 해요. 몇주전엔 이 녀석이 너무 나와서 발톱을 좀 잘라주려고 잡았는데 이녀석 성격이 좀 뭐랄까 좀 발발대고 자기 몸이 꼼짝 못하게 되는 상황을 아주 싫어해요. 다른 녀석들은 발톱잘라도 잘 있거든요. 자꾸 수건으로 감싸고 자르려는데 심하게 발버둥을 치고..그리고 또 야옹도 아니고 끼룩끼룩 거리면서 죽겠다고 소리를 쳐요 이녀석이. 그랬더니..너무 웃긴게..보미가 안하던 짓을 해요. 제 어깨위로 올라와서 안절부절 못하고 새끼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대고..그래도 제가 꽉 잡고 이 녀석아 가만히 좀 있어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보미가 제 종아리 다리를 물어요. 심하게 무는게 아니라 아주 살짝 입으로 두번 그렇게 물더라구요. 간지러울 정도로 .. 너무 놀랬어요. 아파서 놀란게 아니라 에휴..이넘아 너도 어미라고 그러는구나 싶으면서.. 얼마나 애가타면 제게 그랬을까...동물들 모성이 대단하죠.
나비도 그랬지만, 보미랑 보미 새끼들 돌보면서 몸은 정말 말할수없이 힘든데 제게 새로운 걸 많이 아르켜주네요. 내 평생 해 보지 못한 여러 경험을 하고 있어요.
보미는 병원다녀와 제 옆에서 또 길게 누워 자고 있어요. 점심먹고 이제 저도 일하러 나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