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길냥이 보미와 새끼들

gevalia 조회수 : 930
작성일 : 2012-09-13 18:03:23

보미 새끼들이 커 가면서 하루하루가 전쟁터네요.

밤에 월맛에가려고 막 집을 나서는데 와장창 소리가 나서 보니, 새끼들 있는 방에 예전엔 올라갈 생각을 안하던 높은곳에 둔, 캔이나 등등 손쉽게 꺼내쓸수있는 걸 담아놓은 바구니를 엎은거예요. 높아서 못 올라갈 줄 알았는데 어떻게 그 위를 올라간거죠. 제가 치우려고 문을 여니 또 다 튀어나오고, 나비는 싫어서 하악거리고 난리가 났어요.. 어쩔수 없어서 하악대건 말건 나가게 두고 떨어진 물건을 다 치우고 못 올라가게 박스를 좀 놓고 정리를 하니 덥지도 않은 날 온몸에 땀이나네요. 밤 10시 반쯤 나가려다 일이벌어져, 11시반에나 집을 나서서 돌아오니 밤 12시 반이예요. 

돌아와 짐을 나르려고 보니 오랫만에 까만 아빠고양이가와서 조금 남은 사료를 먹고 있기에, 캔이랑 사료를 좀더 주려고 문을 여니, 세상에 새끼냥이 녀석들 세마리가 거실에 나와있어요. 나오지 못하게 문도 높히고 또 다른 조치를 취했는데도 넘어온거죠. 나비는 또 하악거리고..얼른 새끼들을 다시 가둬놓고 요즘 이 녀석이 잘 안보이기에 본 김에 벼룩과 사상충방지약을 뒷 목에 발라줬어요.  밥먹을때 만지거나 약을 발라주거나 해도 가만히 있거든요. 귀 청소를 해줘도 좀 머리를 흔들어서 그렇지 발톱은 전혀 세우질 않아요. 양쪽 귀 밑 상처는 한 쪽은 완전히 아물었고, 남은 한쪽은 최근에 또 딱정이가 떨어진거 같네요. 또 살이 드러났어요. 아침에 보면 데리고 병원을 가겠는데, 요즘은 저녁에나 밤에 나타나네요.

그 사이 또 나비는 밖에 나오고, 보미도 따라나오고..둘 다 내보내고 새끼들을 다 나오게 했죠. 밤이면 아침보다 얘네들이 더 행동이 왕성해 지는거 같아요. 아침보다 뛰고 놀아도 덜 지치고 마치 무슨 약이라도 한 냥이들 처럼 미친 듯이 뜁니다. 이렇게 안 하면, 특히 아빠닮은 녀석이 밤새도록 나오려고 해요. 그리고 어떻게 막아놓아도 이 녀석은 올라오거든요. 참 대단하죠. 보미가 들락날락 하느라고 완전히 문을 못 닫고 덧 문을 높게만들어 달았는데, 이 녀석들이 커가면서 이런 어려움이 있네요.

그리고 보미는, 늘 여기저기 만져보고 들여다 보는데, 오늘 이를 좀 봤어요. 나비는 일년에 한번 치석제거하러 병원에 가거든요. 근데 얼마전에 봤을땐 괜찮았는데, 오늘 보니 위쪽 송곳니가 아래가 좀 부러진 듯 해요. 놀라서 여러번 들여다 봤는데 금이 간거 같기도 하고..이게 또 어찌된 일인지..그래서 아침에 병원에 또 데려가 봐야겠어요. 사실 어제 보미랑, 새끼들 모두 다 데리고 병원에 갔었거든요. 새끼들은 백신 2차 접종해야하는 날이고, 보미도 류키미아 2차 접종하는 날이어서요. 보통 의사가 가볍게 검진을 다 하는데 못 본건지..의사가 저날은 둘이 있었는데 전, 얼마전 입양해간 남학생이 까만 암놈을 주사맞추러 데려오기로 했던 터라, 이 녀석 돌보는 방에 있었거든요.  

참..하루도 편할날이 없네요. 살아있는 생명을 돌보려니.

요며칠 고양이 좋아하는 동료와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은 새 주인 찾아주는 방법일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그러다, 이곳에서 두시간 떨어진 좀 더 크고 시설좋은 보호소에 데려다 두기로 어젯밤엔 거의 마음을 먹었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자원봉사하러가면 입양되기 전 까지 이 녀석들을 만날수있지 않겠나해서요. 그런데, 그 멀리 떨어뜨려놓고 오면 참 마음이 안 좋겠더라구요. 보내기도 전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 오는거예요. 시설이 좋다고 해도 어떤 집에 입양되어가느냐가 사실 더 큰 일이구요. 물론 대도시가 좀 더 경제적으로 나은 주인 만날 확률은 있겠지만요.

전 이 녀석들이 이 동네 좋은 주인에게 가는게 가장 좋거든요. 언제든 다시 볼수도 있고, 또 못 본다 해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덜 섭섭하구요. 그러다, 이곳 보호소에 임원 중 한분, 고양이를 특히 좋아하는 나이드신 분에게 이멜을 다시 보냈죠. 우리집에 그냥 두면서, 보호소를 통해 입양보내는 게 되겠는지 물어봤어요. 아무리 좋은 보호소 시설이라고 해도 좁은 공간에 거의 있어야 하거든요. 아니면 조금 넓다고 해도 집에 있는 곳과는 비교가 안되죠. 그랬더니, 안 그래도 왜 안데려오느냐고 하셨었던 분이라, 흔쾌히 된다고 하면서 이것저것 다른 사람과 상의를 하고 연락을 주신다고 했어요.

보호소 통해 입양을 가면, 최소한 상대방의 정보는 정확하게 알고, 또 가끔 동물보호소에서 무작위로 들린다고 해요. 입양해서 잘 데리고 있나 살펴본다네요. 여하튼 그래서 craiglist나 이곳 신문에는 다시 안 올리는 걸로 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이것저것 주문을 한다고 해도 공식화된 계약서도 없고 그러니, 덜 안전해서요.

참, 어제 검은 암놈 새끼는 그 사이 같이 놀던 형제 자매를 잊었는지 보더니 하악거려요. 이 녀석은 하긴 특히 건강해서 병원에도 설사로 딱 하루 있었던 터라, 오래 서로 떨어진 적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냥이 들은 떨어져서 길게는 일주일 이렇게 있었는데, 다시 집에 돌아오면 낮 설어하지 않고 잘 놀았거든요. 여튼, 이녀석을 다시 보니 반가웠어요.

2주후에 광견병과 류키미아 주사를 맞출때 다시 데려오기로 했는데, 한가지만 더 확답을 받으려고 해요. 혹시라도 이 녀석을 포기해야 하는 날이 오면 버리거나 보호소에 보내기 전에 먼저 제게 연락을 해 달라고 하려구요.

저도 제가 왜 이렇게 보미 새끼들에게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한국에서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아 어린 새끼를 키워본 경험은 있지만, 사실 저보다 부모님이 키웠다고 해야 맞는 걸 테고..그 땐 제가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게 모조리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봅니다.  길냥이가 절 믿고 차도를 건너 새끼들을 물어다 놨으니..

검은 아빠냥이는 앞문쪽에서 다 먹고 계속 우는거예요. 그럼 제가 나가서 좀 만져주죠..그러다 들어오면 또 울어요. 그래도 안 나가고 있었는데, 아까 나비 들어오라고 해야겠어서 뒷 문을 여니 또 거기 앉아있네요. 나비는 깜깜한 저 쪽 뒷마당에 앉아있고..참 마음이 안 좋죠..이 녀석도 들어오라고 하면 얼씨구나 하고 들어올 녀석인데 나비만 살짝 들여놓기가 어떨땐 좀 미안하죠. 심야에 이 난리를 떨고보니 몇시간 후면 해가 뜰 시간이네요.

 

IP : 108.85.xxx.1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_+
    '12.9.13 6:13 PM (175.211.xxx.140)

    너무 힘드실거같은데
    오늘따라 왜이렇게 슬프죠.
    헤어질시간이 보이는것같아요.
    아빠도 불쌍하고...
    건강하세요....

  • 2. ...
    '12.9.13 6:13 PM (121.178.xxx.196)

    복 받으실꺼에요.
    나비도 보미네 가족들과 잘 지내주면 훨씬 마음이 편하실텐데 그렇네요.
    살아있는 생명 이렇듯 잘 거두고 계시니 복 받으셔야 됩니다...꼭 복 받으실겁니다.
    보미의 아가들 다 좋은집으로 입양 가서 잘 지냈으면 좋겠네요.

  • 3. 응원합니다 ^^
    '12.9.13 7:11 PM (222.111.xxx.155)

    매번 글 올려주시는 거 잘 보고 있어요... 여러 자극적인 글이 난무하는 게시판에서 볼 때 마다 흐뭇하면서도 짠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입니다.

    저도 고양이를 여러마리 기르는 사람으로써 아주 공감이 가고요 ^^; 저도 첫째만 데리고 있을때 둘째, 세째가 들어오면서 첫째가 나비만큼 힘들어(?)하고 저도 첫째한테 너무 마음이 쓰이고 그랬어요.. 어쨌던 그 놈이 제게는 그 전까지 이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르고 살던 길고양이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준 놈이었으니까요..

    암튼 우여곡절끝에 저희는 이제 아주 잘 지내요.. ^^ 근데, 원글님께서 보미는 끌어안으실 생각이시지요..? 그러시다면 나비가 그리 많이 위협감(?)을 느끼지 않을 새끼 한 두 마리를 같이 키우셔도 괜찮아요.. (만약 입양을 끝까지 못가게 되는 아이들이 있다면요 ^^;) 저희 집도 지금 계속 묘구수가 늘어서 4마리인데, 어차피 사료사고 간식사고 장난감 사게 되고, 캣타워도 같이 쓰고 하니까 같은 공간에서 4마리까지는 수용이 되더라구요 ^^;; 물론 그 중에 하나라도 아프고 이럴때는 생명을 넷이나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겁고 할 때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이 아이들이 제게 그만큼 행복을 줍니다..

    아, 이건 그냥 조심스런 제 생각일 뿐이고, 원글님, 계속 마음속으나마 응원합니다, 힘내시고, 아버님 병환도 얼른 좋은 소식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원글님도 건강 조심하시고, 이 모든 일이 나중에 돌이켜 볼 때 마음 따뜻한 좋은 추억이 되시길 바래요.

  • 4. 수수꽃다리
    '12.9.13 8:55 PM (118.223.xxx.115)

    저도 글 잘 읽고 늘 응원하고있습니다.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나비랑 보미네 식구들 모두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0086 코 성형술 왜 이리 복잡하게 하나요? 3 남학생 2012/11/21 1,163
180085 [투표하기] 기급 여론조사 문재인, 안철수, 김어준 중 누가 더.. 5 탱자 2012/11/21 965
180084 안철수후보 방송 기자클럽 초청토론 생중계 ........ 2012/11/21 435
180083 전화요금 자동이체 2천원 할인, 이거 안전한가요? 2 요금절약 2012/11/21 672
180082 엘쥐 숨 화장품 어떤가요? 3 덴버 2012/11/21 1,670
180081 백화점 세일기간은 미리알수 없는건가요? 5 커피나무 2012/11/21 1,155
180080 남편에 대해 마음이 멀어지네요 5 새오 2012/11/21 2,135
180079 이번달만 안 빠져나가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1 적금자동이.. 2012/11/21 768
180078 보이* 전기요 사용후기 남겨요 21 추천받고 샀.. 2012/11/21 5,911
180077 양식요리에 들어가는 올리브유 4 올리브유 2012/11/21 896
180076 추워요.. 바지 추천해주세요.. 7 .. 2012/11/21 1,790
180075 대선이 코앞이다보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1 빨리 해결나.. 2012/11/21 379
180074 빕스 딜라이트 매장은 어떤 건가요? 1 급질.. 2012/11/21 26,538
180073 저 잘했다고.. 잘한 결정이라고 해주세요.ㅠ 3 arita 2012/11/21 1,308
180072 정세균 의원 한말씀 하셨네요 14 이시간 2012/11/21 1,992
180071 겨울 바지에 어울리는 신발 코디 추천해주세요~ 1 반짝반짝 2012/11/21 1,267
180070 새아파트를 분양할까 하는데 두가집 타입 중 고민되네요~ 6 2012/11/21 1,561
180069 "가슴을 울리는 자가 이긴다"…文·安, 운명의.. 2 세우실 2012/11/21 612
180068 무우장아찌인가요?짠지만드는법 알려주세요!!!!!!!!! 1 무우 짠지 2012/11/21 4,920
180067 독일사는 분들 도움 요청합니다 10 출장자 2012/11/21 1,309
180066 낙동강 보 '붕괴' 현장... 정말 끔찍하군요 5 참맛 2012/11/21 1,182
180065 혹시 해운대 우체국연수원~?? 3 송선미 2012/11/21 3,220
180064 서울에 올리브데올리브 상설매장어디있을까요? 1 2012/11/21 720
180063 눈높# 슈퍼톡톡 하시는 맘 계시나요? 5세맘 2012/11/21 1,353
180062 홈쇼핑나오는 차홍의 빵빵볼류머 3 무소의 뿔 2012/11/21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