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 아더스 (The others), 니콜키드먼이 주연했던 공포영화죠. 하지만 이 영화는 공포가 아니라 오히려 슬픈 영화라고 느낀 장면이 있었습니다. 니콜키드먼이 큰 저택에서 아이들 둘을 지키며 기약없이 전쟁터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살고 있었습니다. 니콜키드먼이 결국 자신과 아이들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고 이미 죽은 상태란 것을 알게 돼요.
마지막 장면에서, 이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니콜키드먼이 양옆에 두 아이를 앉히고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너희들을 베게로 죽게하고 절망에 빠졌지. 나 역시 총으로 머리를 쏘았어. 그런데 얼마 후 다시 너희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야. 하나님이 다시 나에게 기회를 주셨구나 하고 너무 기뻤어." 하고 말할 때 전 너무 슬프더라구요. 고립된 공간에서 전쟁터에 나가 죽었을 가망성이 높은 남편을 기다리며 애를 키우는 여자의 인생이 이렇겠구나 싶어서요. 그리고 다시 아이들이 살아난 환상으로만 살 수 있었던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되구요.
암튼, 박근혜가 다시 유력한 대선후보가 됐잖아요. 참 이상하죠. 이미 박정희 육영수 여사가 만인 앞에 총탄을 맞아 분명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 다시 그 역사가 되살아나다니요. 박근혜는 박근혜가 아닌 아직도 국가를 통치하고 싶은 박정희가 살아난 듯 해요.
그런데 이 역사 드라마의 한편엔 장준하 선생의 유골이 홍수에 이장을 하면서 스스로 타살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일부러 6cm 지름으로 가위로 오려낸 듯한 함몰을 드러내면서 말이죠. 장준하 선생의 죽음은 개인의 억울한 죽음이기도 하지만 독립을 위해 싸우고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운 사람들의 초라한 패배잖아요. 이것이 다시 꺼진듯 하다가 다시 박정희와 함께 2012년 대선 현장에 드러났네요.
전 박근혜가 박정희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다시 한번 하늘이 우리나라에 기회를 주신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박근혜가 조금이라도 박정희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면 이 드라마는 아니었겠죠.
그룹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 적군보다 더 나쁜 건 동료를 배신한 배신자라고 했습니다. 박정희가 일본의 침략하에서 독립군을 죽이고도 대통령까지 함으로써 우리가 공유했던 공존의 가치를 더렵혔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 됐으면 안됐어요. 그 역사는 되돌릴 수 없지만 이제 박근혜가 나와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