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을 하면 아마도 육아선배님들께서는 '지금이 이쁠때다. 더 키워봐라.'라고 핀잔주실 것 같지만요.^^
전 진짜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회의가 많은 사람이에요.
세상에 태어나 가장 후회하는 일은 정말 일초도 망설임없이 '결혼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특히나 이렇게 가부장적이고 대화 안되고 독선적인 사람과 결혼한 것은 제 발등 찍은 일이죠...
근데 제가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은 누가 뭐래도 우리 딸을 낳은 거 같아요.
전 이제 막 두돌된 딸 하나를 키우고 있어요. 남편과 저는 대기업 회사원(회사는 다르지만)이고, 낮에는 시부모님께서 아기를 봐주세요.
심하게 여자 외모에 민감하게 구는 남편때문에 아이를 임신했었을때 스트레스가 엄청났어요. (그 기간을 생각하면 정말 다시는 임신하고 싶지 않네요).
임신해서 체중느는것 가지고 뭐 못먹게하고, 매일매일 체중 체크하고...
그래서일까, 뱃속의 아이가 여자애라고 들었을때 걱정이 태산같았어요. 태어나서 외모가지고 아빠한테 구박당하면 어쩌나, 아기가 살이 통통 올랐다고 먹을거 주지 말라고 하면 어쩌나...
다행히도 태어난 딸이 정말 다행히도....저와 남편의 외모의 장점만을 빼 닮았어요.
흰 피부랑 보조개, 갸름한 턱선, 버선모양 코는 저랑 똑같고, 쌍꺼풀 진 눈매랑 긴 속눈썹은 아빠 닮았구요. 게다가 태어나서부터 어쩜 그렇게 순했을까요.
모유 수유 석달을 했는데, 밤중에도 수유 한번이면 아침까지 내리잤어요. 백일 이후엔 아예 밤중엔 젖병조차 안 찾더군요.
다른 아기 엄마들이 '잠한번 제대로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는 말이 이해가 안갈 정도였어요.
게다가, 어쩜 그리 잘 웃는지요.
엄마랑 아빠가 서로 웃을 일이 없어서 일부러 하느님이 이런 아기를 내려주신걸까 생각할 정도로...
누가 이름만 부르면 생글생글 웃었답니다.
출산휴가가 끝나고 회사에 복직을 했어요.
아기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안겨 아침마다 저에게 빠빠이를 합니다만, 백일때부터 두돌된 지금까지 아침에 떼부리거나 울며 달라붙는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항상 엄마 뽀뽀~빠빠이~하고 웃으며 보내줍니다.
그렇다고 아기가 애착형성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강한 것은 아니에요.
제가 퇴근하면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벌써 달려나와요.
"엄마다! 엄마!"
하면서요.
말을 하면서는 어쩜 그리 애교스러운지, 제 목을 끌어안고 그래요.
"엄마 제~일 좋아!"
때론 자기 볼을 자기 손가락으로 콕 찌르면서 제게 웃어보입니다.
"엄마 토깽이 요깄네?"
하고요.
시부모님에게도 자기 아빠에게도, 이미 손녀가 있는 친정부모님에게도 울 딸은 애교덩어리, 이쁜이입니다.
어제 회사에 모처럼 월차를 내고 아이 어린이집 등원, 하원을 시켰어요.
하원하려는데 아이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제 딸이 점심시간에 선생님께 와서는 "선생님, 맘마 안먹어요?" 하고 묻더랍니다.
그래서 "응. 너희들 다 먹고 나면 먹을거야~"
하고 대답하셨더니, 울 딸이 자기 포크를 선생님께 쥐어주면서
"선생님! 맘마 같이 먹어요! 모두 같이 먹어요!"
하더랍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 '어쩜 저렇게 키우셨어요. 선생님 밥먹는거 생각해주는 아기는 처음 봤어요.'라고
제게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시더군요.
사실 제가 키운 건 없어서 참 그런 인사 받기엔 민망하지만,
어린 나이에 배려를 아는 딸이 너무 이쁘고 고맙기만 합니다.
딸이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요.
팔불출 딸 자랑 얘기 늘어놓아서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