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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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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의 주옥같은 상징들(스포 무지 많습니다)

영화광 조회수 : 9,686
작성일 : 2012-09-10 22:11:15

(강력스포 및 결말 있으니 보실분들은 절대 피하세요~)

피에타 보고 왔습니다.

거대한 둔기로 정수리를 얻어 맞은 느낌으로 귀가했네요..

복수극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을 뛰어넘네요.

숭고함 때문에...

 

잔인한 장면 직접적으로 단 한장면도 없습니다.

헌데 고어물보다 훨씬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관객들도 힘들어 하구요..

그 이유는 매 순간 인물들의 고통을 상상하도록 강요당하기 때문입니다 .

관객 자발적으로 치열하게 상상하도록 만듭니다.

아.. 천재. 천재네요.

 

도덕, 윤리, 인간성이 결여된 악마(혹은 야수)의 야생성(수컷의 본능)을 파괴시키는 여자.

근데 그걸 이런식으로 표현합니까?

강도가 내민 칼위의 고기(바지사이로 흐르는 피를 봐서 생식기의 상징)를 씹어 삼키고,

수컷성(혹은 남근)의 상징인 펄떡이는 장어의 대가리를 칼로 자르고,

날것을 잡아먹던 강도에게 요리를 해먹이며

기계적인 몽정으로만 사정하던 강도를 손으로 방사시킴으로써 사람의 정서(감정)을 부여한다는..

이렇게 자연성과 야수성을 파괴당한 강도는 결국

태초의 공간인 자궁속으로 들어가는 행위 후 순수성을 얻고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생일케잌) 스스로 죽음을 맞음으로써 구원 받는..

아. 진짜 소름끼칩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그의 영혼을 파괴하고 짐승같은 악마가 사랑을 습득케 함으로써

완벽한 복수.

허나 그 복수는 그 스스로 자신의 악행을 돌아보게 만듦으로써

피해자중 한명이 원하는 방식("차에 끌고 갈아죽이고 싶다"는)대로 자살하여 속죄하게 만들어

결국 가짜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을 수혈한 결과로 그를 구원한다는..

엔딩장면.. 아름답고 평화롭습니다.

해뜨는 시각의 푸르스름한 하늘 아래 속죄를 구하며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가는..

도로위를 피로 물들이는 고요한 흔적.

아 끝입니다. 끝.

 

제 해석이 과했다면 죄송..

몰입해서 보는동안 또 학교때 배운 이미지, 상징.. 뭐 그런거 대입해서 자연스럽게 느껴진거네요.

어디까지나 주관적입니다만.

암튼 그 유명한 에밀 쿠스트리차도, 이창동도 모두 그의 영화에 탄성했다는 말에

백퍼 동의가 됩니다.

취향 차이로 안보시는 분들 빼고는,

이런 영화가 제발이지 폄하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IP : 121.134.xxx.111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도대체
    '12.9.10 10:14 PM (211.111.xxx.40)

    해석 멋있는데요. 잘 읽었습니다.

    정리되는 느낌이네요.

  • 2. ..
    '12.9.10 10:16 PM (223.62.xxx.49)

    결말은 풀지 마시지ㅜ.ㅜ

    강력스포 및 결말 있다고 표시 좀 해주세요ㅠㅠㅠㅠㅜ

  • 3. ....
    '12.9.10 10:17 PM (58.237.xxx.105)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어쩌면 이렇게 글로 술술..근데..스포표시가 되어 있긴 하지만
    스포가 많네요...안보신 분들은 이 글 패스하시길....엔딩은 거룩하기까지 한 영화...

  • 4. 원글
    '12.9.10 10:17 PM (121.134.xxx.111)

    제목에 스포 많다고 했는데요..ㅜ

  • 5. ..
    '12.9.10 10:20 PM (223.62.xxx.49)

    넹 암튼 좀더 눈에 띄게 표시 좀 부탁...ㅜㅡㅜ
    저 너무 이 영화를 사랑하나봐요.
    사실..이글은 영화 보신분들만 읽으셔야할거같아요.

  • 6. 원글
    '12.9.10 10:22 PM (121.134.xxx.111)

    ..님 좀더 강력한 스포경고 머릿말 달았습니다^^
    제 글 때문에 김빠져서 영화 안보시는분 계시면 큰일나죠..

  • 7. 줌마
    '12.9.10 10:23 PM (110.70.xxx.83)

    스포보니까더.보고싶네요^^
    스포있다고 제목에써놨는데 왠뻘댓글;;;;

  • 8.
    '12.9.10 10:28 PM (119.70.xxx.194)

    글 보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같은 것을 보고 저는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다 정리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영화 중간중간에 있는 장면들이 왜 필요한지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상징성이 있는 거였네요.
    감사해요~

  • 9. ....
    '12.9.10 10:30 PM (119.67.xxx.202)

    저 오늘 하루종일 피에타 후기들만 찾아 보고 있는데
    영화보다 더 감동인 글이 많습니다.

  • 10. 원글님
    '12.9.10 10:32 PM (99.226.xxx.54)

    제 취향의 영화가 아니라서 안볼거지만 궁금해서 여쭈어봅니다.누가 누구한테 복수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이왕 스포경고 하셨으니 좀 더 자세히 설명 해주시면 안되나요?글을 참 잘 쓰셔서요..

  • 11. 정말
    '12.9.10 10:36 PM (220.119.xxx.240)

    글을 잘 쓰시네요. 표현해 내지 못하는 저와 달리 멋지십니다.

  • 12. 참맛
    '12.9.10 10:38 PM (121.151.xxx.203)

    이창동의 시와 비교해봐야 할 작품같으네요.

  • 13. 원글
    '12.9.10 10:54 PM (121.134.xxx.111)

    (스포덧글이니 주의하세요!)99.226님 복수는 영화전체를 회전합니다.(청계천 채무자들의 강도에 대한 복수심 혹은 강도의 측근(엄마=조민수)에 대한 복수행위, 여자(조민수)의 강도에 대한 복수 등) 헌데 영화를 관통하는 조민수의 복수는 보통의 형이하학적 복수(신체훼손이나 폭력)가 아닌 죄의식이나 연민이라는 도구로써 강도(이정진)의 야만성과 영혼을 무너뜨리는 거라서 최고의 복수라고 할수 있겠죠. 게다가 무조건적인 수용과 헌신을 요구하는 강도에게 그 모든걸 받아드리고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그를 긍휼히 여기게 됨으로써 그녀 자신의 복수심조차 파괴됩니다.(스스로 복수심을 버림으로써 구원받게 되는거죠)
    결국 모두가 복수심의 대상이자 주체에서 구원의 주체로 변형되는 기막힌 구조라고나 할까요..
    보고난 뒤에 여운이 너무 길어서 계속 주저리주저리 합니다..ㅎ

  • 14. 피에타
    '12.9.10 11:24 PM (182.213.xxx.41)

    우리사회의 자비에 대해서 김기덕 감독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된것 같고 표현해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본인이 장훈 감독에게 배신을 당하고, 모든 삶을 뒤로한체 은거하고 살면서 그를 용서하기 위해, 스스로가 자비를 갖기를 바라며 얼마나 노력했을까요. 그를 용서하지 않으면 자기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없을테니까요..

    피에타는 그런 관점에 있어서 그가 얼마나 자비로워 지고 싶어 했는지 그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또한 수상을 통해 한걸음 마음이 편안해지길...자비에 한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기를.. 종교와 상관없이 (이런말을 하는 저도 불교이지만) 구원받을 수 있기를...

    참 대단한 작품이였네요.

  • 15. 살점
    '12.9.10 11:25 PM (112.149.xxx.111)

    정말 생식기 맞나요?
    그럼 엄마랑 어케 하죠?
    걍 다리살이라는 의견도 있던데.

  • 16. ...
    '12.9.10 11:30 PM (211.246.xxx.181)

    아무리 스포 표시했다고 좀 과하네요. 아직 영화도 안 끝났는데...지금 보고 나오는길인데. 나즁에 영화 끝나고 논해도 됐을탠데. 좀 그러네요. ㅠ

  • 17. 살점요
    '12.9.10 11:32 PM (39.118.xxx.179)

    외국 기자도 그게 궁금했던듯 ㅋㅋ 질문에 김기덕감독이 설명했었어요.
    다리 안쪽 살점이라고....
    피에타 보고 나서 전 강도가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특히 그 스웨터 벗겨서 입은거 보구요....

  • 18. 피에타
    '12.9.10 11:40 PM (182.213.xxx.41)

    누군가는 몸에 난 점을 칼로 파내서 준거라고도 하고...

  • 19. Spielt
    '12.9.10 11:52 PM (121.145.xxx.84)

    전 스포있다고 적어놨는데 굳이 보고서 스포 짜증난다는 사람들 이해안가요;;

    원글님 잘 읽었습니다

  • 20. .....
    '12.9.11 12:05 AM (118.38.xxx.51)

    에밀쿠스테리차 너무 좋아하는 감독인데, 극찬을 했더군요.

    김기덕영화...... 보고나면 힘들어서 안본지 오래됐는데
    이번엔 봐야겠어요.

    에밀쿠스테리차와 김기덕은 표현방식이 제느낌엔 극과극에 있는 감독인데요.
    흥미롭네요.

  • 21. 원글
    '12.9.11 1:10 AM (121.134.xxx.111)

    강력한 두번의 스포경고에도 불구하고 굳이 들어오셔서 다 읽으시고는 스포를 탓하시는 분들의 못말리는 호기심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사실 저는 기대하는 영화들은 타이틀만 봐도 스포가 두려워 절대 클릭은 안하거든요..)근데 제가 저명한 기자도 평론가도 아니고 제 나름대로의 느낌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기에는 이런 게시판이 적합하다 싶어서요. 그리고 이미 기자이름을 걸고 마구 스포질을 하는터에 대강의 장면들만 알고 미리 잔인하고 적나라한 영화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제 나름대로 상징적인 의미들이 따로 있다는 쉴드로서 글을 올린것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문자언어가 아니라 영상언어잖아요? 베스트셀러 원작으로 유명한 소설을 영화화했을때 줄거리와는 달리 영상이 주는 희열을 만끽하러 극장에 가는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라디오로 닳듯이 들어 외우다시피하는 이수일과 심순애가 최초로 무성영화화 되었을때도 극장은 미어터졌듯이요) 다행히 피에타는 올드보이(미도가 딸이었다!)나 식스센스(브루스윌리스가 귀신이다!)처럼 반전에 목숨거는 영화는 아닙니다. 조민수 등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도 있으니 스포를 아시더라도 꼭 영화로 직접 보시길 권유드려요..

  • 22. 스포찾아
    '12.9.11 1:33 AM (118.36.xxx.219)

    저는 오히려 스포 있다고 해서 이 글 클릭해서 읽었어요.
    스포 있는데, 들어와서 읽으시고 불평하시는 분의 매너는 또 뭡니까?
    전 예술 영화 좋아했지만, 언제부터인가는 도저히 전혹한 장면이 나오는건 못견디겠더라구요.
    대충 잔인한 장면같은거 염두해두고 보고 싶었던지라, 오히려 스포있다고 해서 읽었어요.'
    감상평 잘 읽었어요. 남편하고 같이 보러 가볼까 고려해보게 되네요.

  • 23. 복수..
    '12.9.11 2:17 AM (99.226.xxx.54)

    아이고 원글님 .제 질문에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합니다.이해력이 부족한지 두세번 읽었네요.자칭 영화광이지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나 로맨틱 코메디를 좋아하는 제가 받아들이기는 좀 어렵네요.ㅠㅠ
    예전에 섬이라는 영화를 우연히 보다가 기절해서 껐거든요...이번 기회에 김감독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버리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려구요..
    똑똑하신 원글님 감사해요ㅋㅋ

  • 24. 제발 쫌
    '12.9.11 9:51 AM (122.40.xxx.41)

    스포 있음이라고 적은 글은
    스포 싫어하는분들 ~ 클릭도 하지 마세요.
    저같이 이런 스포있음 글 좋아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스포 무지 많다고 적어놨구만 도대체 뭔소린지 짜증이 납니다

  • 25. 오랜만에
    '12.9.11 10:13 AM (125.129.xxx.218)

    와! 영화광님의 해석을 보고나니 뭔가 깨닫는 바가 더 많네요.
    잘 이해 안되지만 설명도 잘 안되던 것들이 손에 잡히는거 같고요.
    이런 글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강도가 가져온 부위는 몸 어딘가에 있다는 점 같아요.
    점 얘기 나오고 나서 바로 그래서요.

    님 글 다시 읽어볼게요. 웬만한 평론가 글보다 님의 글이 더 좋네요^^

    (제목에 스포 표시했는데도 읽고서 짜증난다, 배려가 부족했다는 분들은
    저도 이해가 안되네요. 스포가 그리 싫으면 아예 클릭을 마셨어야죠)

  • 26. ~~~
    '12.9.11 2:05 PM (121.134.xxx.102)

    원글님의 감상평,,좋네요.

  • 27. 바히안
    '12.9.13 3:09 PM (211.58.xxx.91)

    이것 말고도 두드러진 상징은
    강도 집앞에서 보이는 대형교회와 교회 벽에 큼지막하게 씌여있는 문구
    "할레루야 영원~~~"

    기독교가 과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게 하는 상징이죠
    그런데 마지막 새벽녁 트럭이 지나가며 흐르는 음악(노래)은
    '키리에 엘레이송(주여 우리를 불쌓히 여기소서, 또는 자비를 베푸소서)

  • 28. aaa
    '12.9.15 5:39 PM (59.23.xxx.94)

    감상평이 아주 예리하고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슬픈 영화는 "똥파리" 였는데
    피에타와 같이 혼자 비교도 해보았습니다.

    제가 본 피에타는 강력한 이미지를 가졌는데,,, 매끈하고 세련되게 영상을 처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자체에 불만을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만큼
    전체적 울림이 크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엔딩신이 감동스럽고 놀라웠습니다.
    전편의 거칠음을 기막히게 정돈하고 마무리하는 ,,,,,,, 역시 천재다 싶은,,,,,,,

    영화의 세밀한 부분까지를 다시 정리해주시는 감상평...
    너무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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