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말로만 듣던 '초식남',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남자 조회수 : 5,926
작성일 : 2012-09-09 22:46:42

 

남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유로운 집안은 아니어도

나름 좋은 대학교 나와 이름 있는 대기업 들어가서

제 앞가림을 할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초식남이 늘어난다, 는 기사를 봤을 때

속으로 그 사람들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제 그 나이가 되어

대한민국에서 결혼하는 게 참 만만치 않구나, 라는 걸 경험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결혼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랬더니...정말 여유가 있어지더라구요.

제가 지금 가장 노릇을 하고 집안 생활비를 대느라

월 백만원씩밖에 저축을 못 하고 있습니다.

결혼할 때 전세라도 해가려면 이걸로도 부족해보여서

타고 다니던 차도 처분해서 월 30을 더 아끼고

월 130씩 12개월에 설, 추석 보너스, 연차비 등을 더 해 1년에 2천을 모을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결혼을 안 한다고 생각하니 굳이 집을 해 가기 위해 돈을 모을 필요도 없고

차 굴리면서 월 백씩 모으면 3달만 모아도 풍족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가 있겠더군요.

외제차 사도 버틸 여력이 되고, 제가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살 수 있구요.

 

물론 아직은 그렇게 살 거라고 결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싶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제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잔소리 듣고 쩔쩔 매면서도 같이 꼬옥 안고 자면서

힘들었던 하루를 버티고 다음 날도 힘차게 일하러 가고 싶구요.

주말에는 아이 데리고 밖에 나가 같이 놀아주면서 행복을 느끼고 싶구요.

그런 평범한 삶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그려온 이상적이 제 삶의 모습입니다.

 

다만 그런 평범한 삶을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건 저보다도

이미 가정을 꾸리신 82분들이 더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요즘 들어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서

제가 초식남이 되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됐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그들의 삶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하네요.

휴우~~ 사는 게 참...녹록치 않네요 ㅎㅎ

IP : 119.66.xxx.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혼자 사는것도 괜찮아요
    '12.9.9 10:48 PM (58.231.xxx.80)

    혼자 살면 도우미 구하면 식사,청소 해결 되고
    여유롭게 즐기면서 사는것도 괜찮아요. 남자나 여자나 꼭 같이 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 없으면 혼자 사는게 여유로워요

  • 2. 말티모
    '12.9.9 10:50 PM (59.25.xxx.163)

    골드미스에 준하는 능력있는 노총각을 초식남이라 하나봐요?

  • 3. 맞아요
    '12.9.9 10:54 PM (182.212.xxx.70)

    평범한 가족의 삶은 참 힘든겁니다..
    누군가의 뼈를 깎는 희생이 있어야 나머지 가족들이 평범한(평범한 줄 아는) 삶을 살수있거든요.
    그런데 각 가정을 들여다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평범한 집이 없어요 글쎄...
    요즘 드라마가 막장이네 어쩌네해도 다 여기서 본 일들이더라구요..
    친구나 가족들에게 말을하면 특이한 가정이 되는거고 참고 숨기고 살면 평범하고 이상적인 가정처럼 보이겠죠..사는게 다 쇼에요..쇼..

  • 4. ㅂㅂㅂ
    '12.9.9 10:58 PM (222.112.xxx.131)

    혼자사는것도 나쁘지 않죠... 가장이 되서 경제적으로 가족을 이끈다는거..

    그것도 평생... 정말 쉬운일이 아닙니다.

  • 5. 남자
    '12.9.9 10:59 PM (119.66.xxx.4)

    말티모 // 골드미스와 같은 의미이긴 한데 조금 안 좋은 의미입니다. ^^; 일본에서 온 용어구요.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고 게임이나 자기 취미생활에 집착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말이에요. 골드미스는 나름 '관습에 저항해 주체적인 삶은 사는 여성'의 뉘앙스인 반면에, 초식남은 '남자가 가정 꾸릴 능력 없어 저러고 있군 쯧쯧...'의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ㅎㅎ 일본도 남자가 가정을 책임져야한다는 인식은 우리나라랑 비슷하니까요.

  • 6. 남자
    '12.9.9 11:01 PM (119.66.xxx.4)

    휴우~ 그러게요. 제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정말 저도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잖아 라는 생각이 간혹 들어서요. 저는 가정을 위해 희생할 각오는 되어 있는데, 두려운 건 제가 그렇게 각오를 하더라도 과연 그걸 할 수 있을까라는 점입니다. 나름 대기업 회사원이 이 정도인데, 저보다 못 한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란 생각도 들어요.

  • 7. 고롸췌
    '12.9.9 11:05 PM (180.182.xxx.152)

    음.일단 마인드는 맘에 드네요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가정을 위해 내가 버는 돈을 쓰고.뭐 기본적인 마인드긴한데 요즘은 이런 사고방식 가진남자도 안많아서리.
    일단 저위에 맞아요님 말씀에 동의해요
    가정사를 잘 들여다보면.그나마 남이 보기에 꽤 괜찮게 보이는 집은 누군가 한명의 희생이 있더라구요
    그사람의 능력으로 가정은 겉으로 볼때 멀쩡하게 굴러가는것처럼 보일뿐이죠.
    그게 또 곪다보면 나중에 폭발이 되는거고. 과정상 누군가 곪아터지는 동안 내부의 감정적 소모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그러고 가정내에서도 자식문제..공부만의 문제는 아니고 다른 여러문제가 산재해있어요
    자식문제가 안걸리면 남편문제
    남편문제가 안걸리면
    돈문제.
    돈문제가 안걸리면 시댁또는 친정문제.그게 안걸리면 건강문제.
    나혼자 이모든걸 감당하는거라면 문제가 안되지만
    가정이란공간에 여러식구가 있으니깐요
    누군가 문제가 생길때 옆에 있는사람과 함께 고통을 안고가는거고
    그게 물려서 다들 고통을 받치고 가야 하는거고.
    암튼 돈문제를 떠나서도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한거죠

    그래서 이 모든걸 안하고 혼자살면 최소한 정신적인 부분은 상당히 프리하겠다 싶어요
    어른이 되고 안되고의 문제는 차후문제구요.
    어느게 딱히 좋다 나쁘다 말하긴 좀 힘들지만.
    각자 개인역량에 따라 떠안을 문제죠.
    우리가정에서는 제가 뭔가 큰 책임을 가지고 끌어가니깐요
    가끔 다 싫어서 팽개치고 나가고 싶을떄가 있긴해요.
    모든일이 나에게서 나가 해결이 되는데
    저는 제가 이끌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그런일을 하기때문에 지쳐요
    암튼 가정을 이룬다는것.
    내 모든것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 너무 많아서요.
    굳이 결혼하라고 말하기는 싫으네요.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힘든게 평범한 가정이라고 생각해요.
    큰걱정 없는 가정요.

  • 8. 말티모
    '12.9.9 11:23 PM (59.25.xxx.163)

    그렇군요^^ 용어가 신선하네요. 초식남이라니 왠지 초식공룡, 초식동물 이렇게
    깔끔한 이미지도 느껴지구요.

  • 9. .....
    '12.9.10 1:08 PM (210.118.xxx.242)

    죄송한 얘기지만 이미 차를 가지고 계신다는 게..... 경제 개념이 없는 증거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5724 아이가 아침에만 기침을 하는데요.. 3 도라지청? 2012/11/11 3,644
175723 가수 이정석씨 정말 많이 안늙었네요 8 추억 2012/11/11 4,022
175722 아이유 사건 이상한점.. 왜 잠옷 태운 사진을 올렸는지 이해안가.. 5 아이유 2012/11/11 11,792
175721 아이가 특목고, 자사고 면접 준비하시는 분들있으신가요? 3 어휴...... 2012/11/11 1,760
175720 빨래에 유칼리투스 오일 넣을수있어요?? 4 뭔소리지 2012/11/11 1,438
175719 왜!!! 장갑은 사이즈가 없을까요!!!! 6 --;; 2012/11/11 1,337
175718 레미제라블 초등1학년 보기에 괜찮은가요? 4 뮤지컬 2012/11/11 1,205
175717 마흔하나인데 새출발하려해요 용기주세요 18 .. 2012/11/11 10,324
175716 도서상품권을 상품권으로 구매? 궁금 2012/11/11 368
175715 나가자- 하고 말하면 그 말은 어쩜 그렇게 찰떡같이 알아듣는지.. 11 irom 2012/11/11 2,162
175714 칠순 엄마 트윈케잌(?) 추천 좀 해 주세요~ 1 스댕e 2012/11/11 894
175713 영어질문인데요. 6 .. 2012/11/11 710
175712 오휘 에어퍼프? 괜찮은가요? 3 아이짜 2012/11/11 1,420
175711 애 옷사는게 솔직히 너무 아까워요... 17 애들옷 2012/11/11 5,802
175710 이 코트.. 이정도의 가격을 주고 살 가치가 있을까요? 8 zhxm 2012/11/11 2,693
175709 게시판에서 얻은 정보들로 피부 좋아진 비법 13 저렴이도 좋.. 2012/11/11 4,790
175708 밥주는 길냥이 하악질때문에 빈정상해요. 17 이해가 필요.. 2012/11/11 8,358
175707 예약시간이 몇시부턴가요?(급질)의사소견서있을시.. 분당서울대병.. 2012/11/11 522
175706 안철수가 “여론조사기관에 돈 엄청 풀었다고요?” 4 호박덩쿨 2012/11/11 840
175705 서울에서도 sky대학나오면 '공부잘했구나...'하시나요? 15 지방처자 2012/11/11 3,756
175704 40대 후반 이런 모임 만들고 싶은데... 4 질문 2012/11/11 2,148
175703 영재고 학생들도. 사교육 받나요? 5 궁금 2012/11/11 2,154
175702 자궁 적출하신분 계신가요? 16 부인과수술 2012/11/11 6,033
175701 사람에게 자꾸 실망스러워진다 검둥이 2012/11/11 946
175700 광주에서 CJD 발견... 1 불안하긴해요.. 2012/11/11 1,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