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없고 아주머니도 없고 아무도 없고 저랑 13개월 지난 아기랑 둘이 있어요.
비록 이제 귀찮아서 햇반 데워서 밑반찬이랑 대충 먹고 청소는 밀대로 휘이 돌리고 아기 빨래랑 어른 빨래랑 같이 하는 대충대충 모드지만
나름 괜찮은거 같아요.
애랑 둘이 버블배스 하고 같이 빨래 널고 낮잠 자길래 같이 낮잠도 자고
오늘은 근처 상가까지 걸어가서 아이스커피도 먹고 왔어요. 빵집 아저씨가 빨리 커서 우리 단골 되라고 내년이면 걸어서 빵 사러 오겠다고 덕담도 해주시고 ㅎㅎ
뭣보다 우리 애가 잘 있나 어디 넘어져서 다치는건 아닐까 직장에서 늘 노심초사 걱정했는데
제 눈앞에 있으니까 마음이 넘 안심되고 좋네요...
회사를 그만두면 좀 쪼들려 살거 같긴 하고
이불 빨래 널고 접고 애기 안아주고 유리창 닦느라 지금 팔이 좀 아프긴 한데
대신 컴터 하루종일 봐서 눈 아프고 머리 아프고 그런 증세는 사라졌어요.
하이힐 안 신으니까 발도 편하고 낮에 좀 누워있을 수도 있는 것도 넘 좋고요.
근데 막상 엄청 재밌게 놀아주진 못하게 되는거 같아요.
오히려 같이 지내는 시간이 없을때는 오늘은 가서 비행기를 접어줘야지 주말엔 베란다에 물 받아놓고 물놀이해야지 그런 아이디어가 샘솟았는데
이제는 그냥 별 말없이 끼고 누워있어도 좋으니까 특별한 놀이는 잘 못해줘요.
암튼 좋아요... 그냥 별거 안하고 같이 있는거 자체가 좋아요.
둘이만 이렇게 오래 같이 있는게 처음이라서 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좋아서 다시 회사 가기 싫을 정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