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조언이 필요한 20대 명문대 졸업 백수입니다.

멩붕멩붕 조회수 : 13,148
작성일 : 2012-09-05 20:49:19

82쿡을 좋아하는 20대 중반입니다.


혹시 주변에서 대졸 백수 좀 보셨나요?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지금 소위 명문대 졸업 백수인데요. ㅠㅠ

"명문대" 평판 자체에는 큰 자부심도 반발감도 없는데요.

그래도 소위 명문대 졸업하면 비명문대 졸업자들보다야 소위 경쟁 우위에 있으니

아무리 경기가 힘들어도 알아서 잘 해야 한다, 못 해서 징징대면 무능력한 거다, 하는 

무의식 중의 압박감은 가지게 되요 ㅠㅠ


대학교 때 공부도 동아리 활동도 나름 열심히 했는데

미래를 위한 준비를 제대로 안 했더니 이렇게 됐네요.

대학교에서도 그냥 정해진 커리큘럼 따라 수업 듣고

"대학교 생활"인 동아리 활동, 교환학생 등에만 집중하다보니

대학교 이후의 "진짜 삶"에 대한 생각과 준비를 너무 뒤늦게 시작했어요;;

초-중-고-대 외적인 면으로는 큰 실패 없이 살아왔더니 현실감각 쪽으로는 철이 덜 들었는지

별달리 준비를 빨리 하지 않더라도

대학교 졸업 후의 인생에도 뭔가 코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나봐요.

특출난 장기가 있는 게 아닌 이상은 빡빠악하게 준비해도 취업이든 뭐든 다 힘들던데

저는 설렁설렁 살다가 백수가 되고 나서 지금 전업 수험생으로 살고 있는데요,

시험 날짜가 다가오니 불안하고 답답하네요.


시험 실패하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걸까... 생각하면 멘탈이 삐걱삐걱대요.

시험에 붙으면 어쨌든 제대로 된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고

제대로 사랑도 해보고, 제대로 "살" 텐데

시험에 떨어지면... 사회 생활은 커녕... 결혼에서도 한발짝 멀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ㅠㅠ

이런 생각 하기는 어리다고 해주실 것 같지만 ㅠㅠ 걱정되요 ㅠㅠ


부모님은 만약에 이번에 실패해도 다시 준비 하고싶으면 하라고 하시는데

그건 제가 싫거든요.

20대를 화려하게는 아니더라도 에너지와 열정을 불태우며 지낼 줄 알았는데

대학교 다닐 때는 약간 멍청하게 안전한 곳에서만 놀다가

이제 세상을 좀 알고 세상에 나가서 에너지와 열정을 좀 불태워보고 싶은데

일년을 또 좁은 곳에서 수험생으로만 있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어요.

이렇게 걱정할 시간에 그냥 공부를 좀 더 하고 마음을 편안히 갖는 게 답이겠죠 ㅠㅠ

답은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네요 ㅠㅠ


명문대 졸업 때까지 겉으로의 삶은 진짜 무난했는데요.

속으로는 여러가지 곪기도 했었거든요. 

대인관계 문제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스스로가 맘에 안 드는 점도 많고요.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줏대도 없고, 특별히 매력도 없고.

사춘기 이후 학창시절을 생산성 있는 관심사나 취미 없이

컴퓨터 게임이나 연예인 팬질 등을 무의미하게 소비하면서

종국에는 입시 준비 밖에는 안 되는 학교용 공부만 하면서 보낸 것도 너무 한스럽고요 ㅠㅠ

근데 또 객관적인 수치들로 보면 가족도 화목한 편이고

부모님이 쪼는 스타일도 아니시고 지원도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런데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 진짜 힘든 게 20%면 배부른 불평인 게 80%겠죠?;;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은 알아서 극복해야 하는 거죠?

원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이런 심리적인 문제는 스스로가 해결하는 거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죠?


엄청난 거 바라지 않고,

그냥 적당히 돈 벌어서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요,

"적당히"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고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서

알콩달콩 가족 꾸려가는 "평범한" 삶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이제야 알겠어요.

원래 사는 게 좋은 것보다 힘든 게 더 많나요?

생각하기 나름인가요? ㅠㅠ


아...

여기서 "엄마"분들이 육아 글 쓰시는 거 보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가끔 공부 때문에 걱정하시는 글 올려두신 거 볼 때 드는 생각은

공부 잘하고 대학 잘 가는 것도 중요한데

진짜... 자기가 자기 적성 찾고 의미를 찾고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게

훨씬 더 중요한 거 같아요 ㅠㅠ...


가슴이 답답해서 이 소리 저 소리 다 적어두고 가네요.

그냥,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말씀 있는 인생선배님들,

인생선배님들 20대 때 이야기도 좋고,

주변에서 보고 들으신 이야기도 좋고,

아무 말씀이라도 좋으니 답글 부탁드려요.







IP : 115.137.xxx.10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삼십대 석사졸 백수인데요
    '12.9.5 8:54 PM (121.145.xxx.84)

    저도 지금 시험준비중이구요..

    작년에 겨울에 그냥 불안해서 이리저리 원서 넣었더니 생각보다 1차는 잘되더라구요
    전 사교육이나 그냥 회사보다는 그래도 공기업이나 대학교직원을 선호하는지라..

    원글님 나이 아직 안늦었으니..취업싸이트 가보고 어느쪽으로 가고싶은지 정해보셔요 화이팅!!

  • 2. nolee
    '12.9.5 9:01 PM (101.235.xxx.230)

    걱정이 불필요하게 많으시네요.
    과거는 후회할 필요가 없구요 , 잘 사셨네요 .
    공부만 한 사람은 못 놀았다고 후회하는 사람도 있는데 .

    명문대 나온 건 고3 때 공부 열심히 했다는 증거일 뿐 .
    열심히 하면 명문대 들어갈 머리는 된다는 건데
    뭐가 걱정 ?
    큰 욕심도 없으니 공무원 시험 보면 딱이라고 생각되는데요 ?
    뭐 요즘 경쟁률 높지만
    새벽별 보기 1년하면 , 명문대도 들어갔으니 가능할 거 같은데?
    사람이 기운이 빠진 상태에서는
    자기 능력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법 .

    내일 죽을 사람도 많은데
    20대라면 정말 맨날 웃고 살아도 될 나이인데
    뭔 걱정이 그리 많슴?

    남은 날 중에 언제나 오늘이 제일 좋은 날이란 걸 알면
    기운 빠질 일이 없을 겁니다.

    잡생각버리고 취직 하세요 .
    공무원 시험 보세요 .
    안 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 버리고 진인사 대천명
    공부는 하는데 까지 하고
    결과는 하나님한테 맡기면 저절로 붙습니다.

  • 3. 이런글좋아
    '12.9.5 9:06 PM (180.230.xxx.76) - 삭제된댓글

    이런 글 보면 지금 입시 공부 올인시키는 내가 싫어져요.
    그릇을 키워야 하는데
    오로지 공부공부 하고 있으니 ;;

  • 4. 40대지만 전 다른데..
    '12.9.5 9:09 PM (58.143.xxx.184)

    그래도 20대로 돌아간다면 전문직이든 어학공부든 뭐든 한가지를 정해서 푹 올인해보고 싶은 맘이 있어요.
    인생이란건 40대나 명퇴후라도 또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듭니다.

  • 5. ,,,
    '12.9.5 9:21 PM (111.91.xxx.66)

    왠지 저의 10년 전을 보는 것 같네요. 취업 공부 하고 있는 상황이 답답하고 암담하면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우선 눈을 낮춰서 작은 회사에라도 취업하세요. 그리고 박봉을 감수하고 열심히 일하고 실무 능력을 쌓으세요. 작은 회사인데 명문대 출신 님같은 분이 입사하면 더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더 좋은 조건의 회사 (연봉, 처우, 규모 면에서)로 이직하세요. 커리어 쌓고 좀 더 좋은 회사로 옮기는 것을 2번 정도 거치다 보면 어느 새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을 겁니다.

  • 6. .......
    '12.9.5 9:35 PM (175.208.xxx.91)

    그거 아세요. 모 식용유 회사 회장이 대학졸업하고 시장 기름집에서 일했다는거 거기서 일을 배우고 지금의 최고 식용유회사를 경영하고 있지요. 명문대라는 딱지를 벗어던지고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 일을 배우고 경력을 쌓으세요.

  • 7. .../
    '12.9.5 9:43 PM (112.138.xxx.19)

    그래도 '명문대''20대''동아리활동''교환학생'이라는 무기를 가지셨잖아요.
    이 무기로 스토리를 잘 만드셔서 자신감을 가지고 지원하시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실 것 같은데....
    30대 석사 백수의 입장에서는 부럽습니다.ㅠ.ㅠ

  • 8. 중소기업도
    '12.9.5 10:13 PM (223.62.xxx.209)

    유망하다는 곳 다녀본 적 있는데 망하는것 금새더군요.
    대학들어가기 전 정부에서 표창장 받고 한곳인데도. .
    소용없더군요. 저 같음 공기업 목표로 들어가도록 할것같아요.고생사서할 필요 없다생각함 창업이면 할수도 있다생각하지만 이미 줄서있는데 중간에 껴들어 적응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요.

  • 9. ./.....
    '12.9.5 10:26 PM (75.34.xxx.95)

    명문대라고 쓰셔서요.
    SKY 아닌 학교 나오셨나요?
    (보통 SKY는 스카이라고 쓰지 명문대라고는 잘 지칭 안하는 듯 해서요.)
    SKY 나왔으면 어디라도 들어갈텐데.....

    실력 왠만큼 되면 교수님이라도 찾아가 보세요.

  • 10. 멩붕멩붕
    '12.9.6 12:18 AM (115.137.xxx.109)

    아 답글 다 감사합니다!!!

    와닿는 문구가 많네요.
    줄기세포 같은 나이!
    걱정이 불필요하게 많다는 것도 딱 지적받으니까 속이 시원하네요 오히려 ㅋㅋㅋ

    답답한 것도 많이 풀리고 응원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아직 백수이신 다른 분들도 파이팅이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441 물한컵 뎁힐때 전자렌지? 커피포트 어느게 전기세 적을까요? 3 추위 2012/10/12 6,609
163440 저처럼 싼거 좋아하시면~ 청바지 2012/10/12 1,042
163439 싸이 인기가 이럴줄은...주식대박~ 8 주식 2012/10/12 3,515
163438 어제 케리비언에서 4 후자매 2012/10/12 1,046
163437 저도 영화제목 알고싶어요. 3 우연히 본 .. 2012/10/12 871
163436 빅마마 다이어트 동작 세가지가 궁금한데요 3 사과쥬스 2012/10/12 2,049
163435 태몽 성별 대체적으로 맞나요? 9 둘째임신 2012/10/12 3,472
163434 오래 가는 고무장갑은 어느 제품인가요? 4 산책 2012/10/12 1,766
163433 옆에 뜨는 그릇창고 개방.예전에 가보신 분 계신가요? 1 그릇 2012/10/12 1,246
163432 10월 12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2/10/12 731
163431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만...급하옵니다. 4 고양이 2012/10/12 1,200
163430 전세사는데 욕실 수도꼭지 교체비용? 5 다시 2012/10/12 9,654
163429 11평짜리 아파트의 효과적인 난방기구는 어떤걸까요? 4 난방 2012/10/12 2,288
163428 지금 홈쇼핑 박술* 침구하는데 좋을까요? 2 새옹 2012/10/12 1,564
163427 체했을때 먹을 비상약 뭐 준비하세요? 15 미리 2012/10/12 6,754
163426 광화문 종로 갈때 어디다 주차하세요 3 요리조아 2012/10/12 2,810
163425 10월 12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2/10/12 943
163424 40대 초반 이 백팩좀 봐주세요 (답글절실 ㅠ) 28 루이비통 2012/10/12 5,762
163423 아파트계약 여쭈옵니다. 2 탱자울타리 2012/10/12 1,123
163422 헬렌스타인 구스속통, 이불 베개 다살까요? 아님 이불만? 3 2012/10/12 5,673
163421 저처럼 목욕 좋아하는 분 계세요? 12 ... 2012/10/12 2,229
163420 고춧가루 색깔(빛깔)은 어때야 좋은 고춧가루인가요? 1 주부 2012/10/12 3,167
163419 전 원희룡, 홍정욱....이 인간들 앞으로 행보가 궁금해요. 3 ㅇㅇ 2012/10/12 1,633
163418 포항시금치 2 ... 2012/10/12 1,636
163417 도움 바랍니다. 4 이혼문제 2012/10/12 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