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으며 뉴스를 보니 며느리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 나오는데, 시댁 가기 싫어서, 없는 핑계(거짓말) 대고 안갔던 경험 있는 기혼여성이 절반 정도.
글쎄, 이런 조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남자들 대상으로 처가 가는 거 좋냐고, 좀 물어보고, 통계를 평등하게 내시던가.
제 남편은 처가댁 가면 거의 잠만 자고 옵니다. 일하라고 눈치 주는 사람, 하나 없는데, 불편하다는 거죠. 저는 처음에는 이상하다, 그랬는데 몇 년 지나니 이해가 가더군요. 남의 가족이니 어색하겠구나, 내 집보다 편할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가더라는.
하지만, 저의 시댁 경험은 전혀 달랐습니다. (저도, 결혼 전에는 "다른 기혼여성들처럼 시댁 흉보지 말고 잘 지내야지!" 다짐을 했었답니다.) 결혼하고 첫 명절 이브에 갔더니, 가자마자 앞치마부터 냅다 던져주는 겁니다. 그리고 자꾸 "야"라고 저를 부르는 겁니다. 처음엔 남편한테 하소연을 했는데, 해봤자 소용이 없고, 남편만 괴로와지더군요.(당신은 우리집 오면 귀한 손님 대접 받는데, 왜 나는 '종' 중에도 제일 '천한 종' 대접을 받느냐, 그러니 나는, 당신 집 가기 싫다, 블라블라)
그래서 남편한테 "내가 당신 어머니하고 문제, 둘이 플테니, 절대 끼어들지 말아라" 당부하고 '깜찍' 내지는 '끔찍'이 모드로 돌입했죠.
" 어머니 저도 이름 있어요. '야'라고 하지 마시고 이름 불러주세요. 결혼 전에는 저한테 '야'라고 안하셨자너요"
"제가 딸 같다구요? 에이 어머니, 누가 딸한테 그렇게 대하나요, 아가씨한테는 그렇게 대하지 않으시면서"
"어머니, 저만 오면 대청소 하시네요? 꼭 저보고 하라는 거 같아요"
점점 쎄게 나갔고, 당연히, 울 시어머니 남편한테 항의(?!)하고 난리 뒤집어 졌어요. 첨에는, 남편도, 내게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뭐라뭐라 하고 부부싸움나고......
저는 맘 단단히 먹고 재차 "빠지라"고 말했죠. 계속 둘 사이에서 고통 받을래, 둘이 해결하게 놔둘래, 그랬더니(물론 길게 얘기 주고 받았죠) 둘이 해결보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속으로는 자기 어머니한테 대드는 제가 싫겠지요, 그런데, 자기 여동생이 결혼하고 나니, 점점 제가 이해가 간다네요. 남편이 멍청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ㅎㅎㅎㅎㅎ
결혼 1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명절이 가까와지면, 저희 부부 약간 껄끄러워 집니다. 뭐, 어쩌겠어요.
하여간, 뉴스에선 저런 조사 발표를 왜 하는 걸까요? 며느리들 보고 반성하라는 건지, 뭔지, 당최 이해가 안가네요.
아마, 뉴스 편집장이 남자라서 그렇겠죠? 제가 뉴스 편집장이면 저런 거 뉴스거리로 넣지도 않을 것이고, 넣을 거면 사위입장, 며느리 입장, 다 넣을 겁니다.
일 시키지도 않고, 그저 귀한 손님 대접 받는 일도, 남의 집이라 불편하다는 남자들과.
무슨 파출부 온 거 마냥 대접 받는 며느리의 위치가 같은가요? (제 남편은 처가에 가기 싫다고 한 적은 없고, 저는 시댁에 가기 싫다고 대놓고 말하는 거, 다아~ 자기 처지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깨이신 시부모님 만난 며느님들은 이해 못하시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