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쟁이 아가 있는 맞벌이 엄마에요.
지금껏 애는 시어머님께서 봐주고 계세요.
결혼 전에는 아이가 생기면 내가 일을 그만두든지, 시터를 고용하든지,
우리 아이는 우리가 봐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더군요.
임신중에 어머님께서 선뜻 애를 봐주시겠다고 하셨을 때만 해도
말씀만으로 감사합니다..했었는데
막상 꼬물거리는 아이가 생기고 나니,
도저히 남에게는 맡길 수가 없어 염치불구하고 어머님 손을 빌렸네요.
휴우..요샌 주중에 아이를 시댁에 보내고, 주말에만 데려와요.
한참 말귀 알아듣고 깜찍한 애교도 부리고 무척 귀여운 때지만,
슬슬 돌아다니면서 사고도 치기 시작하는 나이죠.
연세 있는 어르신이 하루종일 아이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요.
알게 모르게 제가 해야할 희생을 어머님께 강요하고 있는 것 같아 늘 마음 한편이 불편해요.
마침 시댁 근처 어린이집에 자리가 났다고 해서
지난주부터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어요.
지난 주말부터 어제까지 4일을 집에서 엄마 아빠랑 놀다가
오늘 아침 아이를 시댁에 데려다 주는 길에
시어머님과 함께 어린이집에 잠깐 갔어요.
내심 어린이집에 살짝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원장님이 바쁘셨는지, 인사만 살짝 나누고, 아이를 안고 들어가시는 바람에
어머님이랑 저랑 얼떨결에 못 들어가게 됐어요.
어린이집 주변을 어머님과 서성거리는데
아이가 어찌나 악을 쓰며 울던지...
어머님이랑 서로 안절부절 그렇게 한 20분을 있었어요.
휴우...그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던지,
어머니가 옆에 계셔서 속상한 내색도 못하고 눈물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저도 말로는...아이가 적응하는 과정이라 그럴 거에요. 곧 그치겠죠?
어머님도 말씀은....그래, 우리가 자꾸 가면 선생님들이 싫어할 수도 있어. 내가 이따 다시 가보마.
차마 안 떨어지는 발걸음으로 아이를 뒤로 하고, 혼자 운전해서 오는 길이...참...멀었어요......
출산휴가 100일도 다 못 채우고, 다시 출근할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자고, 애를 맡기고 일을 하나..
아직 어린 아이한테 내가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심시간인데 배도 안 고프고, 혼자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커피만 들이키고 있네요.
오늘만큼은 낮에 한가롭게 아이 데리고 밖에 나와있는 전업 엄마들이 무척 부러워요.
해묵은 전업/맞벌이 논란 아니에요.
전 나름 전문직도 아닌, 그저그런 일 하는 생계형 맞벌이구요.
지금 이 심정을 누구한테든 말로 설명할 수 없는..그런 상태라 82에 와봤어요.
휴우...
우리 아이는 나에게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데,
일하는 엄마는......뭐랄까, 원죄처럼 느껴진다고 하면 심한가요.
한동안 일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아이 울음소리가 귓가를 떠나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