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까지
저 강남에서 살고 경제적으로 풍족해서
좋은 브랜드 옷에, 필요하면 언제든지 과외선생님 붙여주고, 일하는 아줌마에
여름방학때마다 해외연수보내주고, 여행보내주고..
거기다가 얼굴 예쁘다는 소리까지 들어서
남들은 쟤는 정말 좋겠다 행복하겠다하면서 부러워했죠.
근데 제 속안은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아빠라는 돈 잘 버는 능력은 있을진 몰라도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선 인성은 바닥이였죠.
매일밤마다 싸우는 소리에 정신적으로 매우 스트레스가 심했고,
오늘도 입에 담긴 힘든 욕설과
창문하나 더 깨부시는 거 아닌가 초조해하면서 학교 끝나면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늘 무거웠죠.
마음 고생이 늘 심했죠.
어렸을 때부터 일찍 깨달았던거 같아요.
아무리 물질적으로, 경제적으로 풍족하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다 소용없는거구나.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어린나이에 피부로 깨달은 거 같아요.
그러던 엄마가 제가 19살이 된 후, 용기를 내셔서 이혼을 했어요.
저는 호화스러운 강남바닥을 미련없이 떠나버리고
엄마와 제 동생과 같이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같이 꾸려나가기 시작했죠.
제가 스무살이 되던 날, 저는 대학 진학을 미루고 그냥 알바만하면서 엄마가 하는 스몰비지니스를
돕고 살았어요. 동갑내기 친구들도 일부러 안만났죠. 어떻게보면 일부러 안만난 건 제 열등감이 제 속안에 자리 잡혀 있어서 그런 것도 있어요. 남들하고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고 싶지 않고
일단 우리 셋이 잘 살아 당장이라도 제대고 먹고사는게 제 목표였으니깐요...
지금 현재, 2012년.. 제 나이 25살이네요. 이젠 약 5개월 후면, 곧 26세 되고..
아직 갈길은 멀었지만, 엄마를 많이 도와 비지니스도 안정이 예전보다 많이 잡혔고
밥은 먹고 살지만..
사람 마음이 또 간사한지
이게 뭔가 싶네요. 물론 저는 강남살던때랑 지금이랑 비교하면 지금이 훨신 마음이 편하고 좋습니다.
절대 돌아가지고 싶지 않고, 두 인생을 선택해야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라면
저는 1초도 주저하지 않고 현재의 삶을 택할 거에요.
그러나
엄마 비니지스일은 엄마일이지
그건 솔직히 제 앞으로 일생을 다 받치고 싶은 일은 아니라 물려받을 생각도 없어요..
무언가 저에게 맞는 공부와 일을 찾고 싶은데... 그럴려면 돈이 들어가고..
당장 먹고 사는것도 버거운데... 어떻게 나를 위해 살아야지도 모르겠고...
학교로 복학하고 싶은데 엄마는 나만 찾고..내가 장녀라고 너무 나한테만 기대고..
(동생은 아직 미성년자..)
그렇게
혼자 고민만하다가 생각만하다가 남는건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다람쥐 쳇바퀴인체고..
순수하게 누굴 좋아해본 적도 없고 첫사랑도 없고 (당연히 스무살이후 아무도 안만나고
맨날 일만 해왔으니깐 당연...)
20대 초반의 특권이 그나마 세상에 찌들기전에 한번쯤 순수한 사랑 해볼 수 있는 기회인데
나는 그 청춘의 기회도 모른채 지나가버리고 20대 중반 다됐네요. 건축학개론 같은 영화봐도
재미없는 이유가 하나도 공감이 안돼서 이럴 듯..
전 가끔 잠자다가 열받아서 벌떡 일어나기도 해요.
한번뿐인 청춘을 왜 이따위로 보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에..
정말 행복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했었을 때도 행복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별로 풍족하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고
앞으로 살날이 더 많은...젊은 나이인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살지.. 모르겠습니다.
마음만 같아선 공부 열심히해서 나만의 전문직가져 혼자 독립해 결혼도 안하고
자유롭게 나하고싶은거 하면서 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