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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아마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휴.. 조회수 : 2,361
작성일 : 2012-08-22 21:41:45

저 아래,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 라는 펌글을 자세히 읽어봤어요.

제가 두 아이의 엄마이고, 저 역시도 다른 모든 엄마처럼 우리 아이가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내 아이를 정말 잘 키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저 비슷한 제목의 글이 눈에 보이면 정독하게 되요.

결론은 늘 비슷하지만요.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달라요. 아마 그때 그때 제 감정상태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저희 집 아이는, 큰애가 네살인데

어디 가면 늘 애가 수줍음이 많은가봐요, 겁이 많네요, 거의 표정이 없어요..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저는 한편으론 애가 타고나기를 내성적으로 태어난 것을,

굳이 옆에서 얘 좀 웃어라, 씩씩하게 굴어. 그럴 필요 있을까 싶어서 그냥 네.. 좀 그런 편이에요.. 그러고 마는데요.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 가고, 올 봄부터 기관에도 다니기 시작하고 하면서부터 제 마음이 종종 많이 복잡해 지네요.

 

제가 많이 다독여주고 많이 안아주고 많이 사랑을 못 해 줘서,

그래서 집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포근함을 알지 못하니

밖에 나가서도 낯선 사람들에게 긴장하고 위축되어 있는걸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제 어린 시절로 거슬러가보면,

엄마가 선생님이셨어요. 다른 직장엄마들에 비하면 퇴근 시간도 이르고 방학도 있고 해서 나았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큰 언니오빠와 달리 저는 어려서부터 식모, 그 시절엔 식모..라고 했죠, 식모언니들 손에 컸어요.

그때가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인데 식모보단 공장에서 일 하는게 더 좋아보이는 시절이라 그랬을까..

식모언니들이 그렇게 자주 바뀌었다고 하네요. 엄마가 인심 후하신 분이라 못해 준거 없이 시집도 보내주고 그랬다는데,

엄마가 퇴근해서 와 보니 저 혼자 집에 있고 식모는 도망가고..그런 적도 있었답니다.

그냥 시절이 그랬고..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도회지로 나와서 애를 봐 주실 엄두는 못 내시고

그러다보니 저 국민학교 들어갈 무렵까지 제 기억에도 우리집 식모나 파출부 언니들이 참 자주 바뀌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시절에 대한 결핍이랄까.. 그런게 있어서 저 스스로 나는 애정결핍이야.. 그러면서 크기도 했죠.

그런데 엄마도 아빠도 속으론 물론 자식 사랑 크셨겠지만 다정하게 안아주기 보다는

잣대를 들고 이리 재고 저리 재고 두 분 다 교사이셔서 공부를 우선으로 여기고.. 뭐 그런 환경이었구요.

엄마가 저를 포근히 안아준 기억이 없어요. 아빠는 낙도 근무를 오래 하셔서 아빠가 집에 자주 안계시기도 했고..

아빠랑 따뜻하게 손을 잡아보거나, 엄마랑 다정하게 팔짱을 껴 보거나 한 기억이 없어요.

그런 스킨쉽이 좋다는건 본능적으로 알다보니 커 가면서 누군가 저에게 그렇게 잘해주면 그냥 막 좋아하고 그랬죠.

대학 다닐 때도 인지를 못하다가 내가 그런 성격이라는걸 결혼하고 깨달았어요.

 

남편도 .. 지금 생각해보면, 왜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했을까.. 생각해보면,

제게 잘 해줘서, 다정하게 대해줘서, 그게 전부였던 것 같아요.

사랑을 고민하지도 않았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이, 그냥 나한테 잘 해 주니까.. 그렇게 결혼을 했죠.

 

그리고 나서 이렇게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는데,

어미의 본능으로 아이가 울면 달래고, 밥 때 밥 주고, 잘 때 되면 재우고, 그런건 살뜰히 잘 하는데요.

그게 다에요. 그외의 시간에 아이와 교감을 주고 받거나, 아이가 제 사랑을 담뿍 느낄만큼 끈끈한 시간을 보내거나..

그런 기억이 없어요. 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그래서 큰애가 저런 성격이 되었나 싶어요.

 

저희 엄마처럼 냉정하고 깔끔떠는 엄마는 되야지 되지 말아야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저도 꼭 제 어린시절의 우리 엄마같은 그런 엄마가 되어있나 봐요.

그러면서 밖에 나가 주춤하고 손가락 배배 꼬면서 뒷걸음치는 저희 큰애를 답답해 하는 엄마가 되어 있는거죠.

 

우스갯 소리였지만, 제가 딱 그거에요. 모든걸 책으로 배웠어요.

사랑도 책으로 배웠고, 육아도 책으로 배웠어요.

하지만 책으로 감정은 배울 수가 없잖아요.. 그게 참 슬픈 밤이네요.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엄마가 여기 한 사람 있네요..

IP : 121.147.xxx.1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싱그러운바람
    '12.8.22 9:59 PM (121.139.xxx.73)

    아이 다 커버린 지금
    아니 사춘기 중3 둘째도 있지만
    전 늘 부모되기전 자격이 있는지 심사해보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강제적으로 부모되고 안되고를 결정해주는게 아니라
    본인이 결정할수 있도록 알려주는 단계로

    왜냐하면 제가 힘이들거든요

    저도 아이들한테 살뜰히 챙겨줬습니다,

    학교갔다오면 기다렸다가 꼭 직접 간식챙겨주고
    책빌려다 읽어주고
    이론서보고 그대로 해주려하고
    그런데 그런노력 하나도 안하는 우리남편이
    오히려 더 아이들과 잘 지냅니다,

    해주는거 없어도 아이한테 상처주기 않고 언성높히지 않아요

    전 너무 너무 힘이드는데

    그래서 가슴이 따뜻하고 아이만 보면 무조건 행복하다는 엄마가 너무 부럽습니다,

    지금 다 커버린 아이들이지만 중3녀석도 밥 먹고나면 저한테 와서 안기고
    안아달라를 입에 달고 살지만

    늘 뭔가 화가난 엄마가 뭐가 좋을까 싶어요

    아이들 표정에서도 엄마의 표정이 보이니 미안합니다,

    제 엄마도 무척 헌신적이고 열심히 사신 분인데 많이 사랑해 줬다하는데
    전 왜이럴까요?

  • 2. 너무
    '12.8.22 10:12 PM (211.181.xxx.61)

    자책하지 마세요
    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전 무척 스킨십이 많은 엄마에게 컸어요
    엄마는 늘 따스하고 많이 안아 주셨어요

    제가 생각해도 감수성이 풍부하고 아이들에게도 많은 스킨십을 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정말로 그렇게 이쁘냐고 물어요

  • 3. 너무
    '12.8.22 10:15 PM (211.181.xxx.61)

    제가 하고싶은 말은 그런 부분들이 중요하긴하지만 아이들 성향이란게 있어요..
    울 아이도 정서는 굉장히 안정되어 있고 오학년임에도 엄마가 너무 너무 좋아요 하지만 사람들 앞에선 부끄러워하고 자신감 없어 해요
    님..사랑할 시간은 너무 많습니다
    힘내세요

  • 4. 포도와사과
    '12.8.23 12:14 AM (221.152.xxx.57)

    위에분 말씀 위로가 되요.. 사랑할 시간은 너무 많습니다..
    다들 비슷한 고민들 하고 사네요.. 동질감이 팍!!!.
    울 언니
    엄청 냉정한 스타일 이에요. 언니나 나나 사랑을 못받고 커서 그런지 사람한테 애틋함이 없어요
    형부한테나 조카한테나 사랑표현 안해요
    자존감 높인다고 배워서라도 하는 칭찬, 조카한테 잘 안합니다.
    애정결핍증상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6학년 조카, 엄마가 제일 좋답니다.
    몰고 빨고 칭찬을 입에 달고 사는 아빠보다 쿨한 엄마가 좋데요
    1월생이라(그당시 입학유예했어요) 여자애들 사춘기 지나갈 시긴데도 그 흔한 엄마한테 말대꾸, 틱틱거리는거 하지 않아요..
    조카가 하는말이 질문하면 엄만 요점만 딱 말해서 좋은데
    아빠는 너무 친절하게 많이 알려줘서 딱 싫대요 ㅎㅎㅎ

    인간의 수만큼의 성향이 있으니 정답은 없잖아요
    표현에 서툴다고 표현안한다고 사랑안하는거 아니잖아요..
    지나친 노력도 아이한테 피로감을 줄수 있으니
    나는 쿨한 엄마다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져봅시다. 자책한다고 하나도 안바뀌더라구요...ㅠㅜ

  • 5. .....
    '12.8.23 12:30 AM (1.244.xxx.166)

    상담프로그램보니 그런부모밑에커서 닮은븐모가된걸 이해해주되 문제를 인지했으면 용기를내어 그고리를 끊어야 내자식이 다시 그런부모가되는 운명의 사슬이 끊어진다고 하더군요. 억지로라도 아침저녁으로 맛사지라도 해주심 어떨까요?

  • 6. 모글리맘
    '12.8.23 1:29 AM (182.219.xxx.50)

    어디서 봤는데요.. 사람은 발달단계따라 결과가 나오는 것만은 아니라네요. 지금도 좋은 엄마 역할 잘하고 있으니까 나도 좋은 엄마야라고 마음으로 격려하시고 아이가 어려도 너무 어리니 걱정마시고 책을 통해선든 방송을 통해서든 좋은 내용을 알게 되시면 바로 실천해보세요. 아이가 좋아하는지 아닌지 해보면 어! 할만한 일들이 제법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엄마가 되지말아야 겠다도 중요한 결심이지만,, 이런 엄마가 되면 좋겠다는 모습을 자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도 학교다니고 엄마된 사람이 없어서 다 잘하는 법은 없어요.

  • 7. ,,
    '12.8.23 8:23 AM (39.115.xxx.38)

    우와. 저랑 똑같이 자란 분 계시네요. 저도 남편과 그래서 결혼했어요. ㅠㅜ
    참 바보같지요. 그렇지 않게 자랐으면 훨 잘살았을텐데. 결핍이 이렇게 만든거 같아 안타까워요.

    아이는.. 겉으론 참 밝지만 이상하게 애착과 애정결핍이 있어요.
    전 아이한텐 의식적으로 잘해주시만.. 제 자신이 힘들어요.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요. 겉으론 잘하지만 더 깊은.. 친밀한 관계가 힘들어요.
    집에서 가족들과 만나도 남들 만나는것보다 감정적으론 힘들어요.
    내 속의 어린아이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느낌. 나는 아직 어린데도 계속 어른처럼 행동하는게 힘들어요.

  • 8. 음.
    '12.8.23 11:25 AM (58.237.xxx.199)

    가끔 아이가 나로 보일때는 없으셨나요?
    제가 무지 느려터졌는데 울 딸도 그래요..
    바빠서 재촉하는데 느릿느릿하는 모습을 볼때는 제 어린시절이 오버랩되요.
    그럴땐 심호흡몇번하고 이름부르고 안아줘요.
    내가 나를 위로하는것처럼 아이도 위로해줘요.
    내가 그때 불쌍했구나 라는 생각도 들면서 안아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의식적으로라도 어릴때 스킨쉽해주면 정서에 좋다니 가끔 안아주세요.
    아이도 편안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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