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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혹시 누군가에게 가슴한편 고마움을 간직하고 계신분 계신가요?

king 조회수 : 2,005
작성일 : 2012-08-18 15:48:53

제가 성공하게 되면 꼭 찾아서 밥한끼라도 대접하고 싶은 분이 한분 계세요...

저희집은 IMF터질때까지 수입이 그럭저럭 괜찮은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IMF가 터지면서 분식집을 접어야 했어요.. 명퇴자들이 주변에 저희집과 비슷한 분식집을 차려서였을까 암튼 손님이 엄청 줄었거든요...

그당시에 저는 대학 2학년이었고, 중학생 고등학생 동생들도 있었어요... 저는 등록금 대출을 받아야했고, 나라에서는 IMF대책으로 이자를 엄청 싸게해서 등록금을 빌려줬었어요... 보통때였으면 등록금 대출에 그렇게 몰리지 않았을텐데, 때가 때인지라 워낙 등록금 대출 신청자가 많았고, 은행이며 학교며 말이 다 오락가락할때여서 저는 대출을 못받을 위기에 처해졌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알아보고 대출신청 마지막날 집근처 국*은행에 찾아갔어요...거기는 고대생들 대상으로 대출을 해줬었고, 거기도 이미 마감이 된지는 오래되었었죠... 저는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휴학을 해야하나..막막하다... 그런데 제가 딱해 보였는지 대출 담당자분께서 여기저기 전화를 거시더라고요....

"어~ 형? 나야... 거기 혹시 대출 신청 자리 있어? ... 응 내 후밴데... 아직 대출신청을 못했나봐...응... 있어? 알았어..."

그러더니 다른지점에서 대출을 받을수 있게 해주시더라고요... TT

지금 생각해도 정말 고맙고... 제가 자기 후배도 아닌데...

모두 어려웠던 시절.... 저는 그분에게 도움을 받아서 등록금을 낼수 있었고, 지금도 직장생활 잘하고 있어요..

그분을 평생 어찌 잊을까요....

대출받은직후 음료수라도 사가서 인사라도 할껄...이름이라도 알아둘껄... 정말 후회가 많이 되요...

그때는 정말 철이 없어서 그런것도 못챙기고 그랬어요... TT

그렇지만 저역시 그분이 그랬던것처럼 제가 할수 있는 범위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고, 노력하고 있어요...

오늘도 마음속으로 빌어봅니다. 어디에선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사시라고요....

IP : 210.205.xxx.172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8.18 3:54 PM (211.179.xxx.90)

    뭉클한 글이네요..원글님도 그 분도 좋은 분이신듯 합니다,,,행복하세요

  • 2. 에구 두분 모두 행복하셨슴하네요.
    '12.8.18 4:13 PM (124.5.xxx.42)

    전 은행하면 좋은건 안떠오른다는.....
    20대에 S은행이었는데 공항지점 적금 매월 백만원씩 넣는 통장을 만들고
    여직원에게 젤 이율이 높은걸로 해달라했어요. 웃으면서
    여기 싸인하라해서 시종일관 싱글벙글하며 끝내고 일년있다 받아들었는데
    뭔 이자가 있으나 마나한 젤 싼이자... 같은 은행내에서도 젤 저리 이자에다 해놓았더라구요.
    그 당시 전 구체적인 이자 개념이 없었던지라~ 뒷북
    그 여직원 어디있냐?? 한마디 그자리에서 겨우 하고 말았네요.
    .ㅋㅋㅋ 그 허탈감이 아직도 생각함 있어요.
    저도 그런건 있어요.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되고 싶다는 맘은요.
    좋은 글이네요^^ 그분이 좋은 분이셨구요.

  • 3. mmsina
    '12.8.18 4:15 PM (125.176.xxx.12)

    아. 읽고보니 참 원글님도 그 분도 가슴이 따뜻한 분 같아요. 그 때 경황이 없어 원글님이 인사를 제대로
    못했어도 그 분은 원글님을 도와서 가슴 뿌듯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항상 그 분을 잊지 않고
    고마움을 느끼고 덕담까지 하시니 원글님 인성이 보여서 더 좋은 글이군요.

  • 4. !!
    '12.8.18 4:16 PM (112.119.xxx.17)

    맞아요. 꼭 그 분이 하신 것처럼 다른 분을 돕는다면 그 사람도 님의 행복을 빌어주겠지요. 그게 우리 인생의 축복이 될거예요.

  • 5. ...
    '12.8.18 4:28 PM (218.53.xxx.56)

    이런 얘기 하면 돌 맞을지 모르지만, 저를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은 몇 명 있을 거 같아요 ㅋ

  • 6. ..
    '12.8.18 4:43 PM (211.179.xxx.90)

    저 둘째 낳을때 고위험임신으로 ,위험한 상황까지 갔지만 다행히 잘 되었어요
    그때 수술해주신 의사분이 맘에 남아요,,중환자실에서 깨어니보니 옆에서 지키고 계시더군요
    집에도 안가시고 --;;;
    의드에 나오는 정의로운 의사선생님의 환자가 된 기분이었죠,,^^ 덕분에 아이들 잘 키우고
    그때 둘째가 벌써 5살이네요,,어디계신지 몰라도 늘 맘속으로 행복하기를 바래봅니다^^

  • 7. 티니
    '12.8.18 5:13 PM (223.62.xxx.121)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 담임선생님... 박훈주 선생님.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선생님이셨어요 아마 정년 얼마 안남으셨던 것 같은데...
    저는 2월생이라 일곱살에 학교를 가서 제일 몸집도 작고 늘 혼자 노는 아이였어요. 남자애들의 짓궂은 장난에 희생양이 되기 일쑤였고요. 그래서 하루에 두세번은 울었던 것 같아요 엄마한테 가겠다고 떼도 쓰고요. 제가 얼마나 울보였던지 옆반 선생님들도 다 알고 계셨어요. 복도에서도 울고 운동장에서도 울고 당시에 1학년 전체 실시하던 혈액형 검사도 안하겠다고 책상 밑에 기어들어가서 안나오고 울었거든요.
    그런 제가 선생님께도 참 난감한 골칫거리였을텐데... 선생님은 늘 제게 사랑으로 대해 주셨어요. 하루는 제가 집에 가려는데 선생님이 저를 복도에서 번쩍 들어서 안아 주셨었죠. 근데 그 모습을 보신 옆반의 무서운 할머니 선생님이 "맨날 울기만 하는 애가 뭐가 이쁘다고 안고 있냐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눈을 흘기면서 말끔하시더군요. 그러자 저희 선생님이 저를 꼭 안아.주시면서 "무슨 소리세요 저희 반에서 가장 예쁜 학생입니다" 하셨던 게 어린 마음에도 너무나 감사했어요.
    항상 가장 약하고 쳐지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쓰셨던 선생님, 음성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던 선생님. 늘 감사합니다.

  • 8. 고등학교때
    '12.8.18 5:16 PM (98.150.xxx.157)

    담임선생님요
    고1무렵에 아버지 사업이 완전히 부도가나서
    공주처럼 살다가 갑자기 거지가 된것 같았어요
    세상 모든것이 무의미 한것 같아서 죽고싶은 생각밖에 없었죠
    공부는 접어버리고 소설책만 읽었어요
    수업시간이고 쉬는시간이고 잠자는 시간도 잊어버려가며
    그게 생명줄인양 ....
    책을 놓는 순간이면 어떻게 죽을까를 생각하고있고
    담임선생님이 부르셔서
    아무말도 안하시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고 계신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어요
    한참을 울고 났는데
    선생님이 힘내서 그냥 너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길은 열린다 라고 말씀하셨죠
    그후로도 내내 별 말씀없이 따뜻하게 바라만 봐주시는데
    정말 저절로 힘이 나더라구요
    이영자 선생님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처럼 저도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려
    애쓰며 살고 있습니다

  • 9. 원글이에요...
    '12.8.18 5:45 PM (210.205.xxx.172)

    그분은 아마 결혼하셨을테고(당시에도 서른살은 넘어 보였거든요...), 저도 이미 결혼을 했답니다. ^^

  • 10. ..
    '12.8.18 6:53 PM (218.50.xxx.125)

    아..따뜻하고 참.. 예쁜사연들이 많으시네요.
    요즘 의도적으로 게시판에우울하고 분노를 느끼게 하는 글들을 피하고 있어요.
    그 마음이 빙의가 돼서 마구 화가 나고 분노하고 ..제 처한 상황과 막 오버랩되고 해서요..
    그래도 어쩌다 클릭하게 되지만요ㅜ
    그런데 이런 글 참 좋습니다.^^

  • 11. 의도적인 도움은 아니었지만...
    '12.8.18 10:53 PM (114.206.xxx.144)

    노량진 학원에서 삼수를 할 무렵에 몸도 마음도 다 지치고 만신창이가 되어 갈 무렵...
    그곳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그곳은 아직도 육교가 많은 편이고 그중에서도 사육신묘 근처에 있는 육교가 유난히 계단도 높고 가파른 편이지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진 상태에서 아무생각없이 계단을 내려오다가 갑자기 발이 쭈욱 미끄러지면서 온몸의 균형을 잃었고 그야말로 0.1초의 찰나의 순간에 이대로 육교에서 날아갈 것 같은 느낌, 몸이 공중으로 부웅 뜨는 느낌, 이대로 추락해서 온몸이 부서지겠다는 느낌을 지대로 받았었지요.
    그때의 순간이 십 몇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답니다.
    그런 찰나의 순간에 바로 옆으로 점퍼를 입은 아저씨가 걸어내려가는 것이 보였고 저는 아무런 생각없이 어쩔 수 없이 그 분의 점퍼를 덥썩 붙잡아서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잡고 날아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답니다.
    저는 너무나도 무섭고 창피하고 쪽팔려서 그분에서 고맙다는 말, 아무런 말도 못했는데 그분은 육교를 내려오다가 갑자기 자신의 점퍼 앞자락을 붙잡은 아가씨의 얼굴을 한번 쓰윽 쳐다보더니 아무말도 않고 그냥 내려가셨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창피해 할 까봐 그냥 지나쳐주신 것 같아요.
    아니면 자신도 순간 너무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던 것 이거나요...
    아무튼 그 때 그 순간, 그분이 제 바로 옆을 지나가지 않고 제가 그곳에서 추락을 했더라면 사망 아니면 최소 전신 타박상, 척추손상으로 전신 내지는 하반신 마비가 되어서 저는 아마 평생 휠체어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 확실합니다.
    이것은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해줘도 그냥 심드렁 하게 듣는 남이 들으면 그저그런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지만 저에게는 일생일대의 대사건 이었으며 생의 구원 이었습니다.
    조금 오버같지만 제가 지금 이렇게 사지육신 멀쩡하게 걷고, 뛰고, 움직이고, 여행다니고,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것은 다 그때 육교의 그분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점쟁이 말대로 항상 내 걱정을 하며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계시다는 할머니의 영혼이 보낸 사람인지, 아니면 그 영혼에 잠깐 빙의됐던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가끔씩 합니다.
    작년에 재취업이 되지않아 너무 힘들고 죽고 싶을 때 노량진의 그 육교를 십 몇년만에 다시 찾아가서 삶의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그때 여기서 죽었거나 장애인이 될 수도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도 축복이다, 감사하며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이름은 당근 모르고 얼굴도 기억이 안나지만 그 당시 유행했던 남색 폴로 지퍼 점퍼를 입고계시던 그분, 매일매일은 아니고 2~3일에 한번씩 떠올리며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때는 고맙다는 말도 못했지만 저에게는 평생 최고의 은인이며 귀인이십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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