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씌워준 우산
어제 4시 넘어서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면서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폭우가 퍼부었어요.
착잡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하염없이 바라다보는데
갑자기 장애인콜밴차가 오고 있었습니다.
아직 예약한 시간도 아니고 비가 이리 퍼붇는데 왜 이 쪽으로 오는지 의아스러웠어요.
차가 서길래 출입문을 열고 내다보니
기사님께서 이 동네 손님 모셔다드리고 올테니 5분만 기다리시라고 큰 소리로 말씀하시더군요.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부지런히 퇴근준비를 했습니다.
그 기사님은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인데
과묵하시면서 말씀을 잘 하지 않으세던 분이세요.
5분후에 차가 왔길래
올라타고서 음료수세트 박스를 드렸더니 한사코 사양하십니다.
이런거 받으면 원래 안되는거라 받을수 없으며
사무실에서 알게되면 큰 일이라는 거예요.
나중에 혹시라도 곤란한 부탁드릴거 아니니 그냥 받으시라고 했어요
저 역시 무슨 뇌물같은거 주고서 잘 봐주는건 싫어하는데
이 음료수 지인이 먹으라고 넉넉히 가져다 주신거라서 조금 드리는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테니 제 마음이다 생각하고 받으시라고 했습니다.
어제가 방학 마지막날이었어요.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에 비 올 확률이 20%이길래 비옷도 준비하지 않고 아이를 장애시설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아침 츨근할때 시설에 맡기고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했어요.
휠체어를 타는 아이라 승강기가 달린 장애인 콜밴을 이용해야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제 근무처의 동네에 손님 모셔다드리고
그 다음 손님이 제 아이였다고 합니다.
가만히 보니 제가 근무끝나고 아이 데리러 시설로 걸어가야할것 같은데
폭우속에 제가 언덕길을 올라갈것 같아 일부러 저를 데리러 오신거라 합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것같으니 걸어갈것같다고 생각하신거죠)
장애인 콜밴은 원래 장애인이 차에 꼭 타야지
이처럼 보호자만 따로 태우는건 불법이예요.
장애인 콜밴업체에서는 손님이 일정하게 한정되어 있어서
손님의 집에 숟가락이 몇개 인지는 몰라도
대화를 나누면서 분위기를 살펴보면 어찌 사는지는 대충 알게 됩니다.
사실은 비가 너무 와서 택시타고 시설에 가려 했어요.
속으로는 택시비가 아까운건 둘째치고 차를 탈때 아이가 비 맞을 생각을 하니 그게 걱정이 되었지요.
휠체어에 책상을 설치했는데
아무리 우산을 잘 씌워줘도 책상에 떨어지는 비까지 막을수는 없거든요.
책상에 내리는 비는 그대로 아이 허리쪽으로 몰려서 옷이 젖을수밖에 없게됩니다.
기사님들이 대충 장애인손님의 가정형편도 추측하고 계신지라
제가 더운데 아이 때문에 오르막길을 한참 걸어갈걸 생각하시고
일부러 와주신거였어요.
너무 감사하여 울컥하였는데
아이 키우다보면 서서히 좋아질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하시는거예요.
말씀없는 기사님이 그렇게 위로해주시니 갑자기 눈물이 나려해서 참느라고 혼났네요.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보니
장애시설에 도착이 다 되어가는데 하늘이 조금 밝아지더니
비가 서서히 그치더군요.
아이를 태우고 집에 오는데
비가 그쳐서 기사님도 편하게 운전하시고
저 또한 아이를 쉽게 태우고 내리게 되었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한 친구에게 전화했어요
이 친구가 저희집에 퇴근길에 갖다줄게 있다고 했거든요.
서로 퇴근시간은 같지만 도착시간이 달라 시간을 맞추어야했는데
기사님 덕분에 아이를 더 일찍 데리고 오게 되어 지금 집이라고 말을 했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아이를 어떻게 데려왔냐하더군요.
밖을 내다보니 아이를 데리고 올때와는 달리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근무처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어두운 하늘을 바라다볼때까지만 하더라도
제 마음 역시 캄캄했었는데
기사님의 친절덕분에 아주 편하게 집에 돌아오게되었어요.
게다가 기사님의 친절한 마음과 저의 걱정을 하늘이 알아줬는지
아이가 차를 타고 내리는 동안 저희 머리위에 커다란 우산을 씌워주셨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