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듬뿍|2012.08.15
며느리 희로애락|조회 170,890|추천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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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께서 우리 내외와 동서네 내외를 모두 부르셨네요.
우리 터놓고 얘기 좀 하자... 였지만...
사실은 저에 대한 불만 토로의 시간이었어요.
와~~~ 생각보다 시어머니와 시동생 내외... 제게 불만이 참 많았네요.
시댁의 불만 1.
애가 정이 없어!!!
결혼 초창기, 시댁의 크고 작은 행사를 저희 집에서 하는 일이 많았어요.
이유인즉, 저희 집이 가장 컸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처음 신혼집에 오신 시어머니, 다짜고짜 냉장고 문부터 여십니다.
어머니,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물으니...
반찬 뭐 해먹고 사나 보는거라고 하시네요.
아, 네... 제가 잘은 못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하며 얼른 냉장고 문을 닫았습니다.
잠시 후, 사라지신 시어머니.
이번에 안방에서 드레스 룸이며 서랍장이며 마구 열고 제 옷이며 장신구들을 검열하고 계시더군요.
어머니, 여기서 뭐하세요? 하니...
네 옷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구경하고 있다... 하시기에...
아, 네... 하며 어머니 손 잡고 얼른 거실로 나왔어요.
솔직히 조금 황당하고 당황했지만...내색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시어머니를 거실로 모시고 나오니... 이번엔 동서가 안 보이더라구요.
어디로 갔는가 했더니...
밥 먹고 과일까지 먹은 울 동서, 신혼부부 침대에서 아기랑 잠이 들었더라구요.
너무 황당했지만 시댁 식구들은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지켜봤어요.
하지만 시댁 식구들 돌아가고 난 뒤, 남편에게 말했지요.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어머니가 냉장고며 안방 마구 뒤지는거 불편했다, 엄연히 개인적인 공간인데 아무리 어머니라도 물어보지도 않고 뒤지는 거 난 싫다라고 했어요.
그리고 동서가 신혼부부 침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것도 싫다고...
당신이 어머니랑 동서 기분 나쁘지 않게 말 좀 잘 해달라고 했어요.
알았노라, 대답했던 남편... 하지만 쉽게 입에 떨어지지 않았나 봅니다.
다음번 모임에도 어김없이 시댁식구들 저희 신혼집으로 왔고
어김없이 어머니는 냉장고와 안방 검열...
동서는 너무 당연한 것처럼 아기와 함께 안방 침대로 직행하더라구요.
결국 전 세살 어린 아기와 저희 부부 침대 위에서 과자 먹고 있는 동서한테 침대에서 내려오라고 했어요.
왜요? 하기에...
거긴 우리 부부가 자는 곳이야. 동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우리 부부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동서하고 같이 쓰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아기하고 쉴 곳이 필요하면 손님 방 써. 거기 침대도 편해... 라고 말했어요.
벙찐 얼굴로 절 보는 동서 버려두고 이번에는 시어머니한테로 갔어요.
냉동실에서 음식 꺼내서 이건 울 작은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 이건 내가 가져갈 것, 하며 맘대로 정하시는 어머니께...
어머니, 뭐 하세요? 하니...
너희들 이런 거 안 먹을 거 아니야? 내가 가져가려고... 하시더라구요.
산나물이며 두릅, 된장, 청국장... 등등 친정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 차곡차곡 가져갈 준비를 하고 계시기에...
어머니, 그건 저희 친정에서 보낸 거예요. 했죠.
그래? 그런데? 하시기에...
두시면 저희가 천천히 먹을게요. 그리고 이렇게 냉장고 문 안 여셨으면 좋겠어요. 저 살림 못하는 거 어머니한테 너무 많이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요. 웃으며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너 참, 이상하다... 식구끼리 뭘 그렇게 빡빡하게 그래? 애가 정이 없어!!! 하시며 소리 지르시기에...
전 어머니, 식구라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다고 생각해요. 전 어머니도 좋고, 동서도 좋아요. 하지만 지금처럼 이러시면 제가 불편해질 것 같아요. 했더니...
냉정한 X... 하시며 동서네랑 돌아가셨어요.
시댁의 불만 2
형님 때문에 우리가 빚을 졌어요!!!
재작년 태교 여행겸 시어머니 생신겸해서 시어머니와 시동생 식구들과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여행 떠나기 며칠 전, 동서가 자기 친정부모님도 모시고 가고 싶다더라구요. 비행기 티켓이랑 숙소, 여행 경비는 자기가 다 낼 테니 같이 여행하는데 따라만 다니면 안 되겠냐고 하기에... 다들 상관없다는 분위기고... 저도 딱히 반대할 이유도 없기에 그러라 했어요. 마침 필리핀에 결혼한 제 남동생이 살고 있었고, 남동생이 사돈어른께 밥 한끼 사겠다고 해서 그러자 약속했죠.
4박 5일 일정을 잡고 여행길에 오르고 무사히 필리핀 도착, 호텔 체크인을 하는데...
동서네 친정부모님이 체크인 명단에 없었던 거죠.
울 동서, 그냥 자기들 묵는 숙소에 같이 묵으면 된다고 생각했나봐요.
하지만 호텔에선 그럴 수 없다고 하고... 투숙하고 싶으면 객실을 잡으라고 하더라구요.
마침 호텔에 빈 객실이 있다고 해서 동서한테 말해줬어요.
금액이 얼마냐고 물어봐줘서 알려줬고... 호텔비에 기함한 울 동서네...
조용히 저 좀 보자 하더라구요.
그래서 갔더니.
죄송한데 형님네 숙소를 저희 친정부모님께 드리면 안 될까요?
그럼 우린?
형님네는 형님 남동생네로 가시면 안 될까요?
허허허... 너무 어이없어 웃음만 나오더라구요.
잠시 웃다가... 싫다고 했어요.
왜요? 하기에...
멀쩡하게 예약한 호텔 두고 남동생네 가서 폐끼치고 싶지 않아. 했더니...
가족간에 폐가 어디에 있어요? 그리고 누나랑 매형이 결혼하고 처음으로 놀러왔는데 며칠 신세질 수도 있는 거 아니예요? 하더라구요.
그래서
내 동생이나 올케한데도 나름의 생활이라는 게 있어. 걔들이 초대해서 온 것도 아니고 내가 우리 시댁하고 놀러와서 왜 그집에 가서 신세를 져야하는지 모르겠어. 울 올케도 지금 임신 중이고 괜히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아. 우리 부모님도 안 시킨 시집살이, 내가 시킬 순 없잖아. 미안하지만 동서네 부모님 숙소는 동서네가 알아서 했으면 좋겠어. 했죠.
결국 그 호텔비 때문에 그 다음달 카드비 못냈고, 그거 갚느라 대출쓰고, 대출 이자 갚느라 또 대출받다가 빚만 늘었다고... 그때 자기가 너무 서러워서 여행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한국 오고 싶었다고... 하기에...
동서, 동서 부모님 효도를 왜 나하고 내 동생이 해야 하는데?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다시 눈물 글썽글썽...
우리 친정이 가난해서 형님이 무시하는 거 같다고... 어떻게 가족끼리 그렇게 냉정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네요.
그래서...
난 단 한번도 동서 무시한 적 없고, 냉정하게 군 적 없다고 했어요.
그리고 동서가 원하는 건 손윗 동서가 아니라 엄마인 거 같다고... 난 동서 엄마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더니...
너무 한다고... 사고 방식이 보통의 한국 여자들 하고 달라 자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동서, 나도 동서랑 지내는 거 쉽진 않아...라고 했네요.
시댁의 불만 3.
많이 벌면 가족들에게도 좀 베풀어라!!!
시어머니나 동서에겐 맞벌이 하는 저희 부부의 수입이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우리 집 수입을 대충 알게 된 시어머니와 동서.
시어머닌
매달 용돈을 주었음 하시고...
공과금도 좀 내줬음 하시고...
동서는
아이들 학원비 좀 도와줬음 하고...
매달 아이들 옷이나 신발도 좀 사줬음 하고...
주말엔 자기들 외식도 좀 시켜줬음 하고...
울 남편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며 이혼하신 시어머니.
그 뒤로도 몇 번 더 진정한 사랑을 찾으셨고...
그 과정에서 시동생은 시어머니와 울 남편은 아버지와 살았는데...
그나마 어머니와 살았던 시동생과는 달리 울 남편은 중학생 시절부터 거의 혼자 살다시피했고, 스스로 돈 벌어 26살에 대학 가고 지금껏 알아서 생활해 왔어요.
스무살에 친어머니 찾았지만 자기 애가 너무 지나치신 시어머닌 자식들을 부담스러워하셨고... 그럼에도 정에 굶주렸던 남편은 수시로 어머니 찾아뵈었다고 하네요.
어쨌든 쪼들리는 동서네와는 달리
남편의 수입은 넉넉한 편이었고, 저와 결혼한 이후로는 수입이 두 배로 뛰었죠.
거기에 제 수입이 더해지니...
시댁 사람들 눈에는 돈을 갈퀴로 긁어 모으는 것처럼 보였나봐요.
하지만 저흰 언제 수입이 끊길지 모르는 프리랜서고...
그래서 저축이라도 많이 하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저축했고
덕분에 월세로 시작한지 2년만에 30평대 아파트 전세 가능했고...
결혼 5년만에 지금 살고 있는 전세집 외에 경기도 외각에 조그마한 전원 주택 하나 마련할 수 있게 되었네요.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동서 입에
형님네는 전원 주택도 샀는데... 가 껌처럼 붙어 있고...
어머니는 저희들 살 궁리만 하는 것들이 어디 인간이야...가 붙어 있네요.
남들은 다들 수입이 많아 부럽다 하지만...
울 남편, 1년 365일 중 360일을 고3 수험생처럼 항상 긴장하며 살고 있어요.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 하는 직업인지라...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재택근무라 다들 노는 줄 알지만... 잠도 편히 못자는 직종이죠.
쪽잠 자는게 버릇이 된 남편 볼때마다 마음이 짠하네요.
저 역시 두돌 된 아들 돌보랴, 집안일 하랴, 일하랴...
하루 수면 시간이 4시간 정도예요.
어느땐 너무 힘들고 지치지만...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한 우리 부부와 어린 아들을 위한 든든한 안식처와 안락한 미래를 만든다는 생각에 금세 힘들다는 생각을 훌훌 털어냅니다.
동갑내기 우리 부부는 50살까지 은퇴자금 모아서, 함께 여행도 다니고 여유있게 노후를 보내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어요.
그러나... 우리의 이런 모습이 시어머니와 시동생 부부에겐
너무 악착같고 냉정해보이나 봅니다.
저 만날 때마다 사는게 넘 힘들다는 동서에게 단 몇 시간이라도 알바라도 하는게 어떻겠냐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힘든 일(예를 들면 마트 계산원) 못하겠다고 하네요.
그럼 할 수 없지 뭐... 하고 말았어요.
그랬더니 다시 돌아오는 답은...
너무 냉정하다고... 형님네가 조금 도와주시면 안되냐고... 만약 자기가 돈을 많이 벌고 동생이 못 살면 원하는 만큼 도와줄거라고... 도와주지 않는 우리가 이상하다고...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말 뿐이네요.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속풀이 대화(?)는 10시가 다 되도록 끝나질 않았어요.
결국 끝을 낸 건 우리 신랑.
당분간은 어머니와 시동생네와는 거리를 두겠노라 선언한 남편이 제 손을 꼭 잡더군요.
그러자 시어머니...
니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한번 두고 보자 하셨고...
남편은 절 보면서 "우리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자." 하더군요.
그런 남편에게 시어머니는
냉정한 녀석이니, 계집한테 얼빠진 녀석이니 하며 아픈 소리를 하시더군요.
그럼 그럴수록 남편은 제 손을 더욱 세게 꼭 잡고 집으로 돌아왔네요.
뭔가 씁쓸한 새벽입니다.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네요.
제 마음이 이럴진대 남편은 어떨까요??
잠든 남편 얼굴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아프네요.
언제나 사랑에 목말라하는 우리 남편...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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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생각들더군요.
어머, 이건 저장해야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