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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대학 1학년 때 만든 통장 입출금 내역을 훑고 나니 왈칵하네요.

깍뚜기 조회수 : 5,010
작성일 : 2012-08-17 16:18:10
현재 잔고 39만 4천 782원을 들여다 보며 한 숨 한 번 쉬고. 
월급날은 10일인데, 어쩔겨;;;;

입금 내역 확인할 게 있어서 올해 내역을 검색해 보다가, 
혹시 아주아주 옛날 내역도 검색이 될까? 
어느 통장이나 그렇듯 돈 들어오는 데는 별로 없고, 
지출 내역만이 화려하게~ ㅋㅋ 
의료보험에서 퍼가고, 보험회사에서 퍼가고 KT도 퍼가고. 다 퍼가라 이것들아!!! 
호기심이 발동하여 설정했더니 나오네요. 와와. 

대학교 입학할 때 학교에서 신입생들에게 발급해 준 조흥은행 통장. 이름도 유치친란;;;
지난 가계부를 들여다 보면 일상의 소소한 지출과 수입, 목돈 입출입에 
당시의 사건,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처럼, 
십수년 전의 통장 내역에 20대의 굴곡과 30대의 변화들이 기록돼 있더군요. 
비록 씨디기에서 통장 정리를 할 때 찌지직 다라락 인쇄 소리는 듣지 못하고 
매끈한 컴퓨터 화면에 가지런히 정렬된 숫자들이지만...

예상외로 통장의 첫 데이타는 학교에서 입금해준 돈이대요. 
십만 2천원.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신입생 등록금을 납부한 후에 
선배들이 등록금 투쟁을 해서 학교에서 받은 금액에서 좀 깎았을 거예요. 
덕분에 들어온 돈 ㅋㅋ 당시 등록금이 170이었나 80이었나 그랬는데...
당시 체크카드는 없었던가... 안 쓰는 분위기여서 스무살 1년 간의 내역은 간간히 돈을 뽑아 쓴 
것을 합하니 서른 건이 채 안 되네요. 
그 돈을 뽑아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초단위까지 정확한 인출 시간만이 지출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대강 보니 점심 시간대, 저녁 시간대, 술시간대에 집중돼있네요 ㅋㅋ

입금 내역은 20대에 했던 아르바이트 경험을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대개 통장으로 따박따박 들어오는 알바가 아니라, 일당 받는 일, 노가다, 
아니면 과외라도 직접 돈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아서 완전한 데이타는 아니지만,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가세가 기울던 대학교 3년부터 입급 내역도 늘었죠. 
학부 조교 매월 10만원. 그 때 대학원 선배들은 정말 신처럼 보였었는데 ㅋㅋ
학교 행정 부서 여러 곳에서 일을 했어서 어떤 건은 부서 이름으로 돈이 들어오기도 했고요. 
에이씨닐슨이라는 여론 조사 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전화 설문을 하거나 직접 사람들을 모아 두고 설문을.
회현역 내려서 남대문 바로 앞 건물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 때 커리어 우먼 언니들이 뭔가 전문적인 포쓰를
뿜으며 설명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설문 조사 알바 중에 젤 힘들었던 건, 다짜고짜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는 일이었는데,       
저 같아도 붙잡혀서 말하기 싫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친절하게 응해준 사람들이 고마웠지요. 

그 와중에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입금한 몇 만원. 여러번 입금한 사람들은 
과연 누굴까, 궁금해집니다. 
중간에 홍삼대금도 있고 ㅋㅋ
과외비 입금을 보다가 한 친구 어머님이 생각나요. 
첨 뵀을 때 이미 암투병 중이셨는데, 결국 얼마 후 세상을 떠나셨어요. 
참 고운 분이셨고, 아이들 생각하며 기운차리시려고 했었는데...
드시지도 못하는 간식들을 챙겨주시기도 했고, 소소한 선물도 주셨는데.
좀 이상한 말이지만(?) 그 분이 주신 속옷을 지금도 입고 있네요. 좋은 곳에서 잘 쉬고 계시겠죠...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입금 내역은 생활의 피로를 알알이 뿜어내고 있고...

죽어라 일시켜먹고 돈 떼먹으려는 업체에서 받아 낸 돈들과
준소녀가장의 눈물겨운 입출금 퍼레이드에 이어... 일일히 적자니 너무 구차해지는 기억들...
결혼과 동시에 새로운 가족들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또 결혼식에 올 벗들에게 보낸 교통비 내역. 
출장 간다고 시아버지가 보내주신 용돈. 
중간에 역시 정체모를 입출금 거래에서 잠시 갸우뚱. 
아마 가장 소액 출금일 텐데... 단돈 500원!
등기부 열람 수수료더군요. 신혼집 전세 들어가기 전에 등기부등본 떼 본 거~

인터넷 뱅킹이 생활화되면서 입출금 내역란이 훨씬 다채로워지기 시작하죠. 
매달 엄마에게 보내드리는 돈에 기입된 '엄마' 란 말. 엄마. 친정이라고 해도 되고 
그냥 공란으로 둬도 되는데, 엄마라고 쓴 적이 많네요. 
벼룩 인연으로 실명이 아니라 닉네임 향연. 우리는 사람이 아니므니다. 인터넷 잉여지 ㅋㅋ
누구누구 부모님 조의금에서 잠시 숙연해졌다가 
'김남길갤 아트북' 출금에서 빵 터졌습니다. 

돈이 들락날락 하는 동안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고, 
나간 돈과 들어온 돈에 담겨 있는 감정, 인연, 기억들을 덕분에 더듬어 보았네요. 
숫자는 냉혹하지만 각자의 통장에 찍힌 입출금 금액에는 갖가지 사연들이 담겨 있겠죠? 

결론은 현재 시각 39만 4천 782원
수미쌍관 ㅋㅋ

ㅠㅠ

 

IP : 110.70.xxx.15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
    '12.8.17 4:26 PM (180.66.xxx.63)

    깍뚜기님 빵터지신 내역에 같이 터졌어요. 선덕 선덕거리던 그 때가 생각나네요. (전 그땐 갤을 모르던 시절 ㅠㅠ 알았더라면 함께 했을 듯 해용 ㅎㅎㅎ)

  • 2. 깍뚜기
    '12.8.17 4:36 PM (110.70.xxx.159)

    ㅋㅋ님, 빌려드릴 수도 있어요 ㅎㅎ 괴상망측함~

  • 3. 보리
    '12.8.17 4:49 PM (1.240.xxx.66)

    숨어 있는 님의 팬이어요^^
    좀더 자주 글 올려주시어요.

    그리 오래전 것까지 알아볼 수 있다니 놀랍네요.
    돈과 얽혀있는 추억들...
    정말 진진하지요.

  • 4. 깍뚜기
    '12.8.17 5:44 PM (110.70.xxx.159)

    보리님~ 저도 그렇게 오래 전 데이타가 남아있는 줄 몰랐어요ㅋ
    ... 그냥 생각이 많아지네요.

    (인터넷에 글쓰기란 어려운 일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수다를 떨어보지만 ^^;)

  • 5. 쓸개코
    '12.8.17 7:15 PM (122.36.xxx.111)

    하루 만원꼴로 쓰심 되겠는데 공과금 내실거 없으심 아주 못버틸만하진 않지 않을까요?^^
    저도 .. 드러난 팬이에요 ㅎㅎ 계속 이렇게 써주세요~

  • 6. 조흥
    '12.8.17 8:45 PM (122.37.xxx.184)

    저도 조흥은행인데 등록금 입출금만하다가 얼마전 전화와서 신한카드 출금통장해요. 혹시?

  • 7. 수미쌍관
    '12.8.20 1:19 AM (121.88.xxx.106)

    수미쌍관??? ㅋㅋㅋ 이 뭔 줄 아시오???
    내가 여러 날을 검색 닉네임에서 [깍뚜기]를 입력했다오... ㅠ ㅠ. 도통 검색이 안되더니, 이 밤에 이 글 하나 낚여서 올라오는구랴... . 이것이 또 무슨 일인고...... 했소. 무지 반갑소ㅠ ㅠ..ㅉ ㅓㅂ... 그대 다른 글은 다 어디로 갔소? 다 지웠소? 뭔 일 있었소?...... 혹시 잘 가는 곳 또 있소? 그대 수다가 ......혹...어쩌다가...이따금... 쪼매 그립소... ㅉ ㅓㅂ. 총총.

  • 8. 깍뚜기
    '12.8.20 11:30 PM (110.70.xxx.210)

    쓸개코님 / ㅋㅋ 오늘 외식한다고 마구 질렀습니다. 우째 ㅠㅠ (오늘이 생일이었거든요ㅋ)

    조흥님 / .... 님도 혹시? ㅎㅎ

    수미쌍관님 / 반가워요~! 아, 그게 지난 글을 남겨두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만한 일이 좀 있었어요.
    (쪽지로 안 좋은 소리를 좀 들었어요. 글에서 얘기하면 될 것을;;;)
    익게인데 '굳이' 고정닉으로 글을 쓰는 게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도 생각해 보았구요.
    한편으론 인터넷에 글흔적을 남기는 것에 살짝 자괴감이 들기도 했고요.
    글을 지우고 나니 묵은 때를 벗은 기분도 드네요.

    그래도 수다는 계속되겠지요? 제 버릇 어디 가겠습니까 ㅋㅋㅋ ^^;;

  • 9. 수미쌍관
    '12.8.22 12:47 AM (121.88.xxx.105)

    뭉묵부답...... .


    고정닉으로는 판이 너무 험합니다. 게다가, 기계적 판단이 무단으로 사용되는 곳에서 평상심을 지킬 수 없는(있는) 고정닉의 글이 남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요즘들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천태만상'(막장)이 무엇인지 제대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배우기가 오히려 쉬운 것 같고, 함부로 하지 않고 드러내기란 얼마나 어려운지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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