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이제 일년차입니다.
결혼전엔 따뜻하고 착하고 성실하고 너무너무 좋은사람인줄만 알았는데
결혼하고 보니 여전히 착하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인건 맞지만 좋은 동거인은 아니네요.
결혼하고 처음엔 멘붕이었어요.
제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신랑이 열었던 온갖 서랍은 다 열려있고
일주일치 입은 옷은 제가 치우거나 치우라고 하기전까진 다 옷방 바닥에 쌓여있구요.
소변은 온데 다 튀게 보고..
대체 얼마나 별나게 샤워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샴푸 비눗물이 온 벽(화장실이 어두운타일이라)에...욕실 천장에까지...
내가 변기에 큰일보고 나서 많이 튀거나 묻었으면 부인보기 부끄러워서라도 바로 옆에 있는 솔로닦을텐데..
이것저것 맨날 실수로 깨먹고 부셔트리고 정말 내가 대체 뭐랑 결혼한건가 싶었어요.
온갖 먹은 간식들 부스러기는 바닥에, 소파에...애도 아니고...
결혼전에 식당에서 데이트할땐 몰랐는데 왜이리 줄줄 흘리고 먹는지....그리고 치우지도않고..손에 묻은건 옆에 휴지 놔두고 옷에 닦고요.
이제 결혼하고 일년쯤 되니
샤워하고 나서 욕조 한번 물로 휘 헹구는거, 수챗구멍 머리카락 비우는거..
쓰고난 수건은 바로 빨래함에 안넣고 말려두는거(딱 여기까지만요. 이거 치우는건 제몫..)
앉아서 소변보는거
일주일에 주중 한번쯤은 며칠치 셔츠를 빨래함에 넣어두는거(빨래함이 바로 1미터앞에 있는데 왜 빨래함에 안넣고 서랍장위에 올려두나요???)
더이상 손톱 깎은걸 컵에 넣어두지 않는거(제가 나중에 컵에 이게 뭐지??하고선 보고 진짜 토할것 같았어요....ㅠ)
이정도 고쳐졌네요.
아, 물먹은 컵도, 간식먹은 그릇도 원래 자기가 먹은 그대로 바닥에 내려두는데 제가 빨래안고 가다가 발로차서 큰일있고 난 후엔 100%는 아니고 한 70%는 고쳐졌네요.
그리고 손에 묻은거 옷에 닦을 때도 예전엔 아무 생각없더니 이제 제 눈치정도는 봐요.
아직도 제가 안치우면 주말이면 욕실앞에 5개의 남편 팬티가 쌓여요.ㅋㅋㅋㅋ
제가 치우니까 자기가 치울 기회가 없는거라고 해서 저도 안치웠더니 그대로 5개의 팬티가 쌓이고요ㅋㅋㅋㅋ참내..
남편 속옷 개서 넣어주려고 서랍장을 열어보면 일주일치 담배 빈곽?이 들어있고요.(쓰레기통이 바로 앞에 있는데 왜 더러운 이걸 속옷서랍에 넣어두나요?)
남편 퇴근이 늦어서 보통 남편 퇴근전에 제가 자기 때문에 잔소리는 주말에 몰아서 하는데
오늘 아침엔 어제 밤에 먹은 빵봉지가 거실에서 바람에 휩쓸려 날아다니질 않나
제가 요즘 여름감기가 너무 심해서 어제 빨래 걷어와선 개지 못하고 그냥 소파위에 올려두고 잤는데
새벽에 퇴근한 남편.,,,아무리 늦게 퇴근해도 소파위에서 티비는 봐야하니
그 빨래를 옷방 서랍장 위에 자기가 4일치 벗어둔 옷들이랑 주머니에서 나온 자잘구레 쓰레기들이랑 혼연일체로 벌려 두었네요.
아 쓰다보니 또 열받네.
하도하도 많아서 다 쓰자니 스압일까봐 쓰지도 못하겠네요.
남편은 착해서 제가 잔소리를 해도 응 내가 미안. 점점 고쳐나갈게요. 라고 늘 젠틀하게 대답을 합니다.
알아서 안해서 그렇지 "시키면" 청소도 곧잘하고, 음식쓰레기,분리수거도 알아서 잘해주고요.
시어머니는 남편에게 전혀 잔소리를 안하셨고, 우리 아들이 어지른거 치워주는게 엄마의 몫이다, 라고 생각하셔서
남편은 결혼전 한번도 자기 팬티조차 치워본 적이 없대요.
이런 생활버릇...살다보면 고쳐지나요?
잔소리하는 저도 힘들고, 그렇다고 제가 시어머니처럼 다 해줄수도 없고 해주기도 싫고요...남편도 얼마나 제 잔소리가 싫을까요?
아니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런데..제가 까탈스러워서인가요?
제가 남자형제 없이 자라고 깔끔한 엄마 밑에서 자라서 제가 까탈을 부리는 건가요?
우리남편 정말 좋은 사람인데...가끔은 막 아침부터 화가나네요...ㅠㅠ출근하는데 어찌나 속상하던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