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타이밍 좀 늦은듯 하지만 구성작가 관련 경험담입니다..

.... 조회수 : 1,523
작성일 : 2012-08-16 10:16:06

며칠 전 게시판에 작가가 되고 싶은 분의 글을 읽었습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 좋아했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었구요.

제 미천한 경험을 좀 나누고자 적어봅니다.

 

1. 초등시절

일기를 잘 써서 가끔 담임 선생님의 오해를 받았습니다.;

이거, 니가 쓴 거 맞냐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 동네가 부유하지 않아서 학생들의 쓰기 수준이 높지 않았구요.

저는 집에서 달리 하고 놀 게 없어서, 책이나 읽으면서 보냈는데요.(학원 갈 형편이 안되었거든요.)

어머니께서 주말에 도서관 다니는 습관을 들여주셨고,

무엇보다 세살 터울의 언니 책까지 읽다보니 또래보다 독서량이 많았습니다.

인풋이 있으니 아웃풋이 친구들보다 좋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학교 대표로 독후감 대회도 나갔고, 학교 신문에 동시가 실리는 등

제 글쓰기의 전성기였습니다. 제가 글 잘 쓰는 줄 오해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정성은 없는 테크닉만의 글쓰기를 했던 시절입니다.

 

2. 중등시절

이 때부터 본색이 드러나 글쓰기의 재능이 없다는 게 밝혀집니다.;

어머니께 진지하게 '초등 때는 글쓰기로 칭찬 많이 받았는 데 지금은 왜 안그런지 모르겠다'고 물었을 때

'니가 방구석에 틀어박혀 머릿속으로 집만 열두 채 짓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막연하게 글쓰기는 독서에 경험이 더해져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3.고등시절

입시 지상주의 시절이었습니다.

 

4.대학교 시절

독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책은 좀 읽었지만 글은 안썼습니다.

같은 독서 동아리에 서울예전 문창과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글은 문장이 아름다우나 매력이 없었습니다.

공주과여서 사는 게 멋지지 않으니 글에도 본인 품성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더군요.;;

 

5.아카데미 시절

대학교 졸업하고 모 방송국 아카데미 구성작가 반에 들어갑니다.

주로 현직 작가들이 강의를 하고 과제물을 내면 피드백을 해주구요.

학원생들이 스터디를 만들어 글을 쓰고 얘기하고,

사무실에 가서 매일 인사를 합니다.--;;;;;

(그럼 방송국 알바자리가 낫을 때 연락을 빨리 주지요.;;)

 

이 때 느낀 거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 나는 잘 쓰는 사람이 아닌데다, 방송용은 더더욱 아니구나.

방송구성작가의 생명은 아이디어 입니다. 트렌드에 맞는 꼭지를 만들고

끊임없이 다른 걸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순발력 있는 인간은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글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잡일을 하고 사람들과 부대껴야 합니다.

특히 이게 싫더라구요.;;

 

둘, 방송이 참 야비하구나.;;

제가 모 방송국의 특집 프로그램의 구성작가 알바를 가게 됩니다.

당시 박찬호 선수가 완전 날릴 때라, 제 2의 박찬호를 찾아라 컨셉의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전국의 중고등 야구 선수들을 모아놓고 여러 경쟁을 붙여서 제일 잘하는 학생을

미국 다져스 구장에 보내어 야구경기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거였습니다.

그 짧은 장면 하나 찍으려고, 그 많은 학생들이 버스 타고 지방에서 와서 고생하고

허무하게 집으로 가는 걸 보고, 이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정말이지 단물만 쪽 빨아먹고 버리는 곳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알바를 기점으로 방송작가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6. 이 후

전 요즘은 그냥 평범한 공무원입니다.

업무상 편지글 비슷하게 쓸 일이 꽤 많은데, 그 글을 정성들여 쓰면서 혼자 기쁨을 느끼는 게

제 글쓰기의 전부입니다만, 전 만족합니다. 왜냐면, 저는 제가 전문 글쓰기를 하기에는 실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았으니까요.

 

요는, 글쓰기를 원한다면 일단은 원하는 분야에 부딪쳐서 내가 거기에 맞는 사람인지 아는 게

우선이 아닌가 합니다. 학교는 그닥 중요하지 않는 듯 합니다. 제가 쓸데없이 대학을 두 군데나

나왔지만, 그 두 가지 모두 제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문창과라고 해서 특별히

커리어에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은 안듭니다. 학교가 아니라도 글쓰는 모임은 얼마든지 있으니 그 곳이 오히려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덜 되고 글쓰기 피드백을 잘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IP : 220.116.xxx.12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8.16 10:40 AM (121.130.xxx.100)

    경험담을 솔직하게 올려 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 2. .....
    '12.8.16 10:48 AM (163.152.xxx.40)

    요즘 작가에 대한 글 잘 읽고 있어요
    글쓰기 연습하신 분들이라 그런지.. 글이 길어도 단숨에 읽히네요 ^^
    작가에겐 무엇보다 반짝반짝하는 창의성이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제 전공은 공학이지만.. 이쪽도 결국은 창의성이더라구요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과
    그 만들어낸 것을 받아서 상황에 맞게 다듬는 사람.. 후자인 전 좌절감에 쌓이죠
    사람 사는 세상 다 비슷하네요

  • 3. ...
    '12.8.16 10:49 AM (122.42.xxx.109)

    근데 겸손하게 나는 재능이 없어 관뒀다 고백하시는 분들이 자주 보이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작가 되기가 그렇게 어렵나요? 솔직히 하루에 수십권 쏟아지는 책중에 정말 종이낭비, 잉크낭비인 작가가 더 많아 보여서 하는 소리에요. 인터넷 재야?에 묻혀 계신 분들보다도 실력이 딸리는 사람들도 작가라고 책내는데 도대체 기준이 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전 그 탑쓰리 문창과 분이 나중에 작가가 됐다 하더라고 별로 놀랍지 않을거거든요.

  • 4. ...
    '12.8.16 11:27 AM (218.234.xxx.76)

    작가는 아니고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분야에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도 많고 국어국문과 출신, 문창과 출신이 많아요.

    그런데.. 이 분야에 정말 글 잘쓰는 선배가 말하기를 "글은 쓰면 는다, 처음에는 아무리 허접해도 쓰다보면 느는 게 글쓰는 재주다, 그런데 이 재주는 글을 쓰는 기계적인 재주다, 내용이 담겨 있지 않으면 그건 기술일 뿐이다"라고 하세요.

    제가 후배들을 받아보니 그 말이 맞는 것이, 글 잘 쓰는 후배가 업무 역량이 좋은 건 아니었어요. 한 2년 가르친 후배가 어느날 너무 힘들어하면서(국어국문과 출신이었네요.) 학교 다닐 때에는 글 잘 쓰고 주위에서 칭찬만 받았는데 왜 직장에서는 이리 무능력한지(동기 중에 제일 업무 능력이 쳐졌거든요)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 글을 쓰는 기계적인 방식만 능숙했기 때문인데.. 오히려 처음에는 맞춤법도 제대로 몰라 고칠 게 투성이던 후배를 2년 힘들게 가르치고 나니, 그 분야에서 아주 영특한 주니어가 되었어요.
    글 잘 쓰는 것은, 문장력이나 매끄러운 필체가 전부가 아닌 거 같아요. 노래하는 가수가 기교는 좋지만 가슴을 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듯이요. 그래서 경험, 체화된 자기만의 것을 중시하는 것이고요..

  • 5. ........
    '12.8.16 12:54 PM (118.219.xxx.206)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은 짧은 글을 써도 읽는 재미가 있더군요 근데 그 문창과 쓰리탑인지 뭔지 그 분은 읽는 재미가 느껴지지않았어요 재능이 없는거지요 지금 재능없다고 쓰신 원글님글이 훨씬 재밌어요 문창과 그분글에 매력이 느껴지지않는데 누가 그 글을 읽겠어요 다시 글을 올린다면 재능이 없으니 다른길을 알아보라고 하고 싶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9869 뉴발란스 990 어떤가요? 1 2012/08/16 2,772
139868 스마트폰 보험 드신 분들~ 1 ... 2012/08/16 726
139867 [무플절망] 네놀리향이 뭐와 비슷한가요? 4 ... 2012/08/16 1,028
139866 출산선물로 아기사랑 세탁기 괜찮을까요? 15 출산준비 2012/08/16 2,396
139865 자식 키워먹기 참 산너머 산..., 6 2012/08/16 2,302
139864 화차 보며 내내 82의 댓글들이 떠올랐어요.. 5 어제 2012/08/16 2,173
139863 박정희의 천적 장준하, 그가 박정희 딸의 대선 앞두고 홀연히 다.. 11 장준하 선생.. 2012/08/16 2,810
139862 진정 독도를 지키려 했던 이는 누구인가?? 2 독도 2012/08/16 851
139861 저렴한 천연화장품 추천해주세요. 3 .. 2012/08/16 1,721
139860 강아지 눈물관리랑 발톱.항문낭짜기 얼마만에 하시나요 11 애견 2012/08/16 5,518
139859 파는 김치 어떤게 맛있어요? 5 김치 2012/08/16 1,861
139858 1997_ 윤제가 처음에 원서 어디에 쓰려고 한거에요? 5 몰라알쑤가엄.. 2012/08/16 1,691
139857 남자사람,여자사람 19 웃음 2012/08/16 2,941
139856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통점이래요 18 // 2012/08/16 4,637
139855 단백질 파우터와 쉐이크 차이?? 4 궁금?? 2012/08/16 2,048
139854 에어로빅.조깅.골프연습장,요가 이중 살뺴는데는 뭐가 좋을까요 2 다이어트 2012/08/16 1,937
139853 교사 84% “아동학대 의심돼도 신고 안해” 8 샬랄라 2012/08/16 1,259
139852 저희 애 돌인데도 눈에 힘주고 하지마~ 낮은 소리로 하니까 안해.. 21 훈육 2012/08/16 3,267
139851 보르미올리 밀폐용기 사용하시는 분들께 여쭤요. 2 제냐 2012/08/16 1,734
139850 캠코더 렌탈... 완벽한날 2012/08/16 621
139849 요가복 어디서들 구매하세요? 3 쫀쫀 저렴 2012/08/16 2,211
139848 성 격차이로 인한 이혼이라는 거 남일이 아닌것 같아요 10 심난 2012/08/16 2,997
139847 오늘 아침마당 강의중에서 3 용감한남자 2012/08/16 1,729
139846 아이패드에 대해 좀 알려주세요~~ 5 잘몰라요 2012/08/16 859
139845 IT에 10조 쏟은 DJ와 4대강에 30조 쏟은 MB, 승자는?.. 샬랄라 2012/08/16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