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갔다온지 보름이 다 되어 갑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여행 갔다오고, 그래도 가족끼리 한번은 가야지 해서, 부산 갈까 강원도로 갈까 하다가 가깝고 편한 강원도로 갔습니다.
읍내에 도착해서 장을 보는 데 사촌 시동생에게서 남편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사촌 시동생은 강원도 그 곳 토박이입니다. 그곳에서 법무사 사무실 열고 있습니다. 읍 어디어디에 와 있는 데 등산하고 일행들과 형네 집에 가서 묵을려고 한다라는 얘기였습니다, 통화 끝낸 남편에게 물으니...남편은 '*새가 왔어.'라고 했고 사촌은 알았다고 했습니다. *새가 왔다는 남편의 대답은 가족이 다 같이 서울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우리집에서 그 일행들이 묵을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일행들은 산악회 회원들이고 인터넷으로 모인 사람들이라는군요. 대전이며 인천이며 등 여자 두명, 남자 여섯명, 남편도 두번인가 사촌 소개로 어울리기도 했고 서울에서 의류 공장을 한다는 분이 우리집 근처에 왔다며 전화가 와서 함께 만나서 술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습니다. 강원도에 오면 꼭 우리집에서 자고 밥을 해먹고 한다기에 모르는 사람들을 그렇게 들인다는게 기분 언짢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워 놓은 집이니 그냥 그러려니 했는 데...
강원도 집에 도착해서 점심을 해 먹고 옥수수를 삶아서 간식으로 먹고 있는 데 다시 사촌시동생 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통화 내용을 들으니 등산하고 우리집으로 오겠다는 얘기인듯한데 남편이 안된다는 거절의 말을 못하고 *새가 와서...이러면서 말끝을 흐리더군요. 그래서 내가 옆에서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들하고 쉬러 왔어요. 그리고 잘 모르는 분들 우리 집에 묵어 가지 않게 해 주세요' 했더니 시동생이 '네' 하더군요.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서 서울에서 만났던 그분이 남편에게 다시 전화를 했더군요. '큰 개울에서 고기 잡는 데 집(우리집)에 가서 매운탕 끊여 먹으려 한다'고, 전화 내용 듣던 제가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안된다고 해요!!!' 저쪽 휴대폰을 통해내 말이 들렸는지 전화를 끊더군요.
전화 끊는 남편에게 '안된다고 확실하게 왜 말을 못해요? 왜, 의사표시를 못해서 날 이상한 사람을 만들어. 애들이고 나고 쉬러 왔는 데, 가족들 다 왔는 데 왜!!!우리 집으로 오겠다는 거야. 널린게 민박이고 펜션인데 왜 남의 집엘 오지 못해 난리들이야!!!'
아무 예고없이 남의 집에 와서 묵으려하고 집 주인이 와 있다는 데도 와서 함께 먹고 자겠다는 그 사람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네요.
우리 집은 민박도 아무런 집도 아닌 그냥 가정집으로 지은 집입니다. 그리고 집을 비워 놓느니 세를 놓으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아까워서 그냥 비워 놓았지요. 남편이 자주 가서 쉬고 오고는 합니다. 집 지을 때 타일 한장, 부엌 세간 하나도 다 내 손으로 고르고 냉장고에 김치 냉장고까지 빌트인으로 했는 데, 동네와는 조금 떨어져 있고 집 앞으로는 개울이 흐르고 하니 물론 일반 펜션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정말 어이 상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