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는 한풀 꺽였지만. 이맘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요.
대학때였는데 방학이라 늘 밤새 책을 보다가(그때 당시엔 케이블이 없어서 밤새 할만한 게 책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새벽 6시쯤 티비를 틀어 아침뉴스를 보고 자는 것이 제 일과였습니다.
저희 집은 단독주택이었는데, 우유를 시켜먹어서 우유아줌마가 마당을 지나 저희 현관까지 우유를 놔주곤 했습니다. 대문쪽에 제 방이 있었기때문에 아줌마가 지나가는 걸 늘 제 방 창문을 통해 볼 수 있었고 불투명창이어서 형체만 보였습니다.
아줌마가 우유를 놓고 대문쪽으로 사라지시면 총총총 현관으로 달려가서 우유를 가져와 뉴스를 보며 꼴깍 꼴깍 먹는게 제 아침이자 유일한 낛!
뉴스가 끝나면 오늘 본 책내용도 생각하고 뉴스를 보며 혼자 소소한 정책을 생각하다 잠이 들곤 했죠. 제가 주로 보는 책들은 현대소설.. 이광수님이나 김유정님 문학책들을 보고 또 보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 소설도 요맘때 수십번도 더 읽었죠. 한번 빠진 책은 수십번을 읽어도 재밌더라구요.
그러나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친구도 안 만나고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저희 어머니 속은 얼마나 탔을까요. 늘 한심하다. 한심해. 라고 엄마가 답답해하시니. 점점 밤을 새고. 낮엔 잠을 자서 엄마를 마주할 시간을 피하며 몰래 책을 읽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도서관을 가지 왜 그랬을까요? 하여튼 집에 책들이 너무 많아서 도서관 갈 생각조차도 못했어요. 편하게 뒹굴대는 것도 좋았구요.
그날도 그런 날 중에 한날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새벽 6시 무렵 티비를 틀고 어김없이 같은 시간 우유아줌마가 마당으로 들어오시는 게 창을 통해 보였죠. 마침 목이 말랐는데 냠냠 우유먹을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이고. 이 아주머니가 제 방 창을 안 지나치고 서서 뚫어져라 쳐다보시는거예요. 앞 전에도 썼지만 반투명창이라 자세히는 안보여도 형체는 보이거든요.
그러면 반대로 아주머니가 뚫어지게 창을 쳐다보면 제가 보인다는 거잖아요. 정말 한참을 뚫어져라 보는데 은근히 빈정상하더라구요. 서로 그렇게 노려보는 상황에서 안되겠다싶어 한마디 해야지 하고 침대에서 뒹굴대다 벌떡 일어서니 아주머니가 휙 지나가시더군요. 내가 일어난 걸 봤구나 싶어. 왜 저러지. 오늘따라. 희한하네. 하면서 다시 누웠더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얼굴만 쏘옥 창으로 고개를 내미시는 아주머니.
진짜 장난하나. 하는 순간.
아주머니 얼굴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창위쪽으로 대롱대롱 매달려서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힣" 하며 웃으시는거예요. 정말 경악했죠.
무슨 날라다니는 사람처럼 창위쪽에 대롱대다 가로본능처럼 옆으로 누운 채로 대롱대롱.
저는 놀래서 소리는 커녕 벙어리처럼 어버버 하며 몸이 굳고 덜덜덜.
그 아주머니는 한참을 히히히히히하는 소리를 내더니 순식간에 사라지셨어요.
티비에선 뉴스를 하고. 저는 겁이나서 우유는 커녕 방에서 떨다가. 용기를 내서 창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더라구요.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그녀
여름 조회수 : 2,061
작성일 : 2012-08-14 19:09:47
IP : 211.246.xxx.19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ㄷㄷ
'12.8.14 7:14 PM (1.238.xxx.232)왜 이래요?무서워요~
2. 쓸개코
'12.8.14 7:22 PM (210.107.xxx.101)반전이네요 ! 히히 웃는 부분 소름 쫙 돋아요^^;;
3. 오오
'12.8.14 7:41 PM (118.219.xxx.240)히히히히힣 부분 너무 무서워요ㅋㅋㅋㅋ근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ㅋㅋ
4. ..
'12.8.14 9:06 PM (58.141.xxx.6)아 무슨 러브스토리인줄 알고 읽었는데 이게 뭐에요 ㅠ
무섭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 144336 | 아이들에게 공연관람 예절 좀 가르치셨으면 좋겠어요.. 3 | 음... | 2012/08/20 | 1,746 |
| 144335 | 유치원 물놀이~~ 10 | 물놀이 | 2012/08/20 | 2,057 |
| 144334 | 미드 어디서 다운받나요? 1 | 미드 | 2012/08/20 | 1,742 |
| 144333 | 보다서양남들이.원정성매매가심하죠 4 | 한국남 | 2012/08/20 | 2,095 |
| 144332 | 마트 주차장에서 일어난일..예민한건가요? 27 | 호이 | 2012/08/20 | 5,959 |
| 144331 | 아이에게 집안의 경제사정을 말해야 할까요? 12 | 맘! | 2012/08/20 | 4,062 |
| 144330 | 조준호 선수 참 착하디 착한 것 같아요. 3 | 에반젤린 | 2012/08/20 | 2,858 |
| 144329 | 쌀 한꺼번에 씻어 논다는 분들요~ 9 | ㅎㅎ | 2012/08/20 | 3,684 |
| 144328 | 일산 이사예정인데 동네 추천 부탁요 17 | 일산입성 | 2012/08/20 | 3,295 |
| 144327 | 메이퀸..비밀이 뭘까요 3 | .. | 2012/08/20 | 3,672 |
| 144326 | 영어 내신대비 문제 사이트 45 | 자기주도 | 2012/08/20 | 3,192 |
| 144325 | 학교를 서른살 이후에 다니게 했음 좋겠어요 12 | 어리석음 | 2012/08/20 | 3,384 |
| 144324 | 만난지 일년 3 | 사랑 | 2012/08/20 | 1,830 |
| 144323 | 드라마스페셜 보세요? 10 | 첫사랑 | 2012/08/20 | 2,806 |
| 144322 | 어제 에어컨 설치했어여 2 | 행복 | 2012/08/20 | 2,042 |
| 144321 | 마음이 슬플때는 공지영의 착한여자가 읽고싶어져요 5 | 윤 | 2012/08/20 | 2,523 |
| 144320 | 영화 도둑들에 나온 배우 8 | 배우 | 2012/08/20 | 2,888 |
| 144319 | 우리나라 사람들 영화 참 좋아하네요 7 | 대단 | 2012/08/20 | 2,386 |
| 144318 | 수학문제집들중에 제가 본봐로는 509 | 강북스퇄 | 2012/08/20 | 21,760 |
| 144317 | 아동복 쇼핑몰 좀... 1 | hahahu.. | 2012/08/20 | 1,725 |
| 144316 | 경북대 진짜 미쳤군요 의료사고임에도 부인하네요. 10 | 시사2580.. | 2012/08/20 | 5,113 |
| 144315 | 3년전 구입한 에어컨이 며칠전부터 안 시원한데요 5 | 에어컨 | 2012/08/20 | 3,613 |
| 144314 | 비도덕적인 남편 12 | 공금 | 2012/08/20 | 4,540 |
| 144313 | 유럽건축물에 대해서 나온 책 추천부탁드려요~ 4 | 가고싶은~ | 2012/08/19 | 1,821 |
| 144312 | 아이들 스마트폰 해주신분 보험 가입하셨나요? 3 | .. | 2012/08/19 | 1,3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