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그녀

여름 조회수 : 1,712
작성일 : 2012-08-14 19:09:47
더위는 한풀 꺽였지만. 이맘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요.

대학때였는데 방학이라 늘 밤새 책을 보다가(그때 당시엔 케이블이 없어서 밤새 할만한 게 책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새벽 6시쯤 티비를 틀어 아침뉴스를 보고 자는 것이 제 일과였습니다.
저희 집은 단독주택이었는데, 우유를 시켜먹어서 우유아줌마가 마당을 지나 저희 현관까지 우유를 놔주곤 했습니다. 대문쪽에 제 방이 있었기때문에 아줌마가 지나가는 걸 늘 제 방 창문을 통해 볼 수 있었고 불투명창이어서 형체만 보였습니다.
아줌마가 우유를 놓고 대문쪽으로 사라지시면 총총총 현관으로 달려가서 우유를 가져와 뉴스를 보며 꼴깍 꼴깍 먹는게 제 아침이자 유일한 낛!
뉴스가 끝나면 오늘 본 책내용도 생각하고 뉴스를 보며 혼자 소소한 정책을 생각하다 잠이 들곤 했죠. 제가 주로 보는 책들은 현대소설.. 이광수님이나 김유정님 문학책들을 보고 또 보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 소설도 요맘때 수십번도 더 읽었죠. 한번 빠진 책은 수십번을 읽어도 재밌더라구요.

그러나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친구도 안 만나고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저희 어머니 속은 얼마나 탔을까요. 늘 한심하다. 한심해. 라고 엄마가 답답해하시니. 점점 밤을 새고. 낮엔 잠을 자서 엄마를 마주할 시간을 피하며 몰래 책을 읽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도서관을 가지 왜 그랬을까요? 하여튼 집에 책들이 너무 많아서 도서관 갈 생각조차도 못했어요. 편하게 뒹굴대는 것도 좋았구요.

그날도 그런 날 중에 한날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새벽 6시 무렵 티비를 틀고 어김없이 같은 시간 우유아줌마가 마당으로 들어오시는 게 창을 통해 보였죠. 마침 목이 말랐는데 냠냠 우유먹을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이고. 이 아주머니가 제 방 창을 안 지나치고 서서 뚫어져라 쳐다보시는거예요. 앞 전에도 썼지만 반투명창이라 자세히는 안보여도 형체는 보이거든요.

그러면 반대로 아주머니가 뚫어지게 창을 쳐다보면 제가 보인다는 거잖아요. 정말 한참을 뚫어져라 보는데 은근히 빈정상하더라구요. 서로 그렇게 노려보는 상황에서 안되겠다싶어 한마디 해야지 하고 침대에서 뒹굴대다 벌떡 일어서니 아주머니가 휙 지나가시더군요. 내가 일어난 걸 봤구나 싶어. 왜 저러지. 오늘따라. 희한하네. 하면서 다시 누웠더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얼굴만 쏘옥 창으로 고개를 내미시는 아주머니.
진짜 장난하나. 하는 순간.
아주머니 얼굴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창위쪽으로 대롱대롱 매달려서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힣" 하며 웃으시는거예요. 정말 경악했죠.
무슨 날라다니는 사람처럼 창위쪽에 대롱대다 가로본능처럼 옆으로 누운 채로 대롱대롱.
저는 놀래서 소리는 커녕 벙어리처럼 어버버 하며 몸이 굳고 덜덜덜.
그 아주머니는 한참을 히히히히히하는 소리를 내더니 순식간에 사라지셨어요.
티비에선 뉴스를 하고. 저는 겁이나서 우유는 커녕 방에서 떨다가. 용기를 내서 창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더라구요.

IP : 211.246.xxx.19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ㄷㄷ
    '12.8.14 7:14 PM (1.238.xxx.232)

    왜 이래요?무서워요~

  • 2. 쓸개코
    '12.8.14 7:22 PM (210.107.xxx.101)

    반전이네요 ! 히히 웃는 부분 소름 쫙 돋아요^^;;

  • 3. 오오
    '12.8.14 7:41 PM (118.219.xxx.240)

    히히히히힣 부분 너무 무서워요ㅋㅋㅋㅋ근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ㅋㅋ

  • 4. ..
    '12.8.14 9:06 PM (58.141.xxx.6)

    아 무슨 러브스토리인줄 알고 읽었는데 이게 뭐에요 ㅠ
    무섭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9361 일주일에 6개씩 가져오는것 선생님입장에서 2 학습지 2012/08/14 1,535
139360 엠비씨 지금 왜이렇죠? 2 .. 2012/08/14 1,899
139359 전영록은 왜 딸을 저런 그룹에서 활동하도록 내버려 두었을까요? 23 ? 2012/08/14 28,384
139358 강남스타일 ㅋ 5 // 2012/08/14 2,263
139357 수학문제 설명좀 해주세요 8 4학년 2012/08/14 1,282
139356 해외여행 도움받을 사이트 좀 추천해주세요~ 3 2012/08/14 911
139355 양승은 모자패션이 처벌대상? 어이가 없네요 26 !!! 2012/08/14 5,838
139354 ㅋㅋ이사진 보셨어요? 효민이 싫어하는 티 팍팍 내는 배우들 23 ㅋㅋ 2012/08/14 21,683
139353 다음달이 시누이 기일인데 좀 봐주세요. 13 .... 2012/08/14 3,335
139352 지하철 쩍벌남들 정말 짜증나요. 17 슈나언니 2012/08/14 2,147
139351 네오팟샀는데 전자렌지도 또 필요하나요? 2 전자렌지 2012/08/14 864
139350 사진 못올리는거 진짜 불편하네요 3 2012/08/14 1,558
139349 베개커버 삶아쓰려는데 뭐가 나을까요? 팍팍 2012/08/14 627
139348 카톡&카카오스토리 화면이 까만데요.. 카톡왔숑 2012/08/14 993
139347 창원이나 진해쪽 여행할곳이나 맛집 부탁해요 13 미리감사 2012/08/14 2,055
139346 제게도 신세계 글 쓸 날이 오네요 머리 아이롱기요 6 신세계 2012/08/14 2,699
139345 딸만있는 나 아들있는 동서인 우리시댁을 보면요 3 여여 2012/08/14 3,467
139344 7살... 기가 약한 아들때문에 속이 상합니다 19 우울 2012/08/14 4,651
139343 김학래.임미숙의 홈쇼핑 12 성공한 홈쇼.. 2012/08/14 5,033
139342 해운대연인들에서 조여정말투 9 .. 2012/08/14 3,266
139341 깻잎 좋아하시는 분 12 ^^ 2012/08/14 3,433
139340 티비없어요...곧 시작할 응답1997 어케 보나요?? 10 무소유 2012/08/14 2,091
139339 비도 오고..2차 세계대전 영화 추천 좀 해주세요 17 추천바람 2012/08/14 2,079
139338 인상이 정말 좋다는 말 7 .. 2012/08/14 5,145
139337 아기들이 돌 되면 원래 잘 안먹는건가요? 7 어렵네 2012/08/14 1,074